죄의 늪에서 허덕이는 우리가 당신께로 돌아오기를 애타게 기다리시는 주님! 제가 달려가겠습니다. 무거운 십자가에 눌려 넘어지신 당신을 부축해 당신의 십자가를 함께 지겠습니다.
예수님께서 겪으신 그 수많은 고통과 괴로움, 당신이 쓰러지신 그 길에서 제 자신을 바라봅니다. 철창에 갇힌 차디찬 냉방 속 수인은 암울한 하루하루, 희망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순간들을 맞고 있습니다. 하오나 예수님, 고통 속에서도 당신만을 바라보며 힘을 얻게 해 주소서! 오로지 당신만이 제 고통을 아시니 제가 다시 일어설 때까지 기다려 주소서. --- 제3처 예수님께서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김 아우구스티노) 15쪽
어리석고 보잘것없는 저는 세상살이 할 때 온 세상을 제 것으로 생각하며 자만과 오만으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온갖 집착과 욕심으로 인해 돌이킬 수 없는 시간을 보냈고,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죄를 짓게 되었습니다.
그로 인해 피해자 가족에게는 치유할 수 없는 상처와 고통을 안겨 주었고, 또한 제 가족에게도 말할 수 없는 고통의 굴레를 씌웠습니다.
주님, 지금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습니다. 하지만 상처받은 분들에게 진심으로 용서를 구하며 회개해야만 합니다. 그래서 더 혹독한 고통 속에서 희생하고 기도하며 주어진 시간을 소중하게 살아가겠습니다. --- 제1처 예수님께 사형 선고 받으심을 묵상합시다(도 토마스) 41쪽
저에게 사형 선고가 내려지던 순간, 그곳에 와 있던 아내가 “악, 안 돼!” 하고 질렀던 비명이 지금도 잠결에 들립니다. 그와 함께 연옥 영혼들의 아우성이 들리고, 가위에 눌려 더 이상 잠들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사형수가 된 저에게 가장 무거운 형벌은 죽음이 아니라 양심의 가책입니다. 사형수로서의 삶이 오래 지속되면서 감추어져 있던 지난날의 잘못까지 낱낱이 성찰하게 되었습니다.
그 일들이 하나씩 하나씩 떠오를 때마다, 아무도 보는 사람이 없어도 부끄러워 얼굴이 빨개져 두 손으로 제 얼굴을 가립니다. --- 제1처 예수님께서 사형 선고 받으심을 묵상합시다(이 아우구스티노) 71쪽
아침 기도 시간에 십계명을 소리 내어 읊고 있습니다. 열 가지 항목을 하나씩 외울 때마다 열 번의 큰 아픔을 느낍니다. 하지만 이제는 아파도 감추거나 도망치지 않습니다.
운동장으로 가는 복도를 걷는데, 호기심 많은 사람들이 제 가슴에 달린 빨간 명찰을 힐끔거리며 볼 때, 제가 말한 의도가 잘못 전해져 비난의 목소리로 돌아올 때 저는 넘어집니다.
매일 넘어지는 저에게 하느님의 사람들이 주님의 말씀을 가지고 다가와, ‘사람은 누구나 한 번은 실수할 수 있는 거’라면서 저를 일으켜 세워 놓습니다. 아직 갈 길이 멉니다. --- 제3처 예수님께서 기력이 떨어져 넘어지심을 묵상합시다(이 아우구스티노) 74~75쪽
어머니, 생각만 해도 가슴이 무너지는 이름입니다. 어린 시절 가난하게 살았던 저는 어머니에 대한 아픈 기억이 있습니다.
어머니는, 자식은 서울에서 키워야 한다며 무능한 남편과 어린 자식 셋을 데리고 무작정 상경하셨습니다. 방 한 칸 없어 철거민으로 쫓기고, 리어카 야채 행상에 노점 국밥집까지 가리지 않고 “너희들을 위해서라면 못할 일이 없다”며 억척을 부리셨습니다.
그 어머니가 이제는 사형수가 되어 버린 아들을 만나기 위해 새벽부터 교도소 문 앞에 오셔서 기다리십니다. 저는 매일 무릎을 꿇습니다. --- 제4처 예수님께서 성모님을 만나심을 묵상합시다(이 아우구스티노) 77쪽
사랑하는 예수님,
저의 고통은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고통은 눈으로 볼 수 없는 것을
볼 수 있게 합니다.
비록 지금은 잠시 고난을 겪고 있지만,
그것은 부활의 영광에 이르기 위해
필요한 과정임을 알고 있습니다.
때때로 아귀처럼 달려드는 자책감으로 당신 사랑에서
멀어져 암흑에 빠지지 않도록 지켜 주소서.
주님께서는
“내가 세상 끝 날까지 너희와 함께 있겠다.”(마태 28,20)
라고 약속하셨으니,
감옥 안 현실이 힘들고 앞날이 불투명해도
주님 말씀만 믿고 사랑하며
살아갈 수 있도록 저와 함께 해 주소서.
- 제14처 예수님께서 무덤에 묻히심을 묵상합시다(정 프란치스코) 126-127쪽
예수님과 함께 십자가에 달렸던 죄수처럼
제가 뒤늦게라도 주님을 알아보게 해 주소서.
한평생 잘못 살았다고 후회하고
이제는 그 삶을 돌이킬 수 없어도
이 순간만은 주님을 맞이하는 시간이 되게 해 주소서.
주님을 깨닫는 그 순간이 새롭게 시작하는 시간이니,
주님께는 너무 늦은 시간이란 없음을
깨닫게 해 주소서.
--- 제11처 예수님께서 십자가에 못 박히심을 묵상합시다(정 야고보) 151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