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를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대학원 영어영문학과에서 문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충북대학교 영어영문학과 교수를 지내고 현재 한국외국어대학교 영어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지은 책으로 『셰익스피어와 인간의 확장』, 『종교개혁과 르네상스 영문학』, 『수사학과 말의 힘』, 『수사적 인간』 등이 있고, 옮긴 책으로 『포스터 박사의 비극』, 『수사학의 철학』, 『인문과학의 수사학』(공역), 『베니스의 상인』, 『안티고네』, 『새로운 인생』, 『햄릿』 등이 있다.
게검스러운 시간이여, 사자의 발톱 무디게 하고 땅으로 하여금 자신의 달콤한 자식들 삼키게 하며 사나운 범의 턱에서 날카로운 이빨 뽑아 버리고 장수한 불사조 산 채로 불살라 버리라. 빠르게 지나갈 때 좋은 절기와 험한 절기 가져오라. 발 빠른 시간이여, 드넓은 세상과 거기서 사라지는 모든 달콤한 것들에 하고 싶은 짓 마음껏 행하라. 그러나 그대에게 가장 끔찍한 죄 하나를 내 금하노니 내 사랑의 아름다운 이마에 그대 시간의 자국 새기지 말고 부디 그대 낡은 철필로 거기에 줄 긋지 말라. 그대 발길에 내 사랑 때 묻지 않게 하라, 후세 사람들에게 미의 표본 되도록. 늙은 시간이여, 한껏 횡포 부려 보라. 그대 해악에도 내 사랑 내 시 가운데 영원히 젊게 남으리.
--- p.27
55번
대리석도, 군주의 도금한 기념비도, 이 막강한 시보다 오래가지 못하리라. 더러운 시간의 때 닦아 내지 않은 묘석보다 그대 이 시 속에서 더 밝게 빛나게 되리라. 파괴의 전쟁이 동상들 쓰러뜨리고 난리로 석공의 작품을 뿌리째 뽑힐 때 마르스의 칼도, 전쟁의 타오르는 불길도 그대 기억한 살아 있는 기억 태우지 못하리니.
--- p.63 중에서
99번
이른 제비꽃을 나 이렇게 나무랐으니, 향기로운 도둑이여, 내 임 입김 아니면 어디서 그 향기 훔쳤을까? 네 부드러운 뺨에 빛깔로 깃든 주홍빛 화려함 내 임의 혈관에서 분명 물들인 것이리. 그대의 손 훔쳤다고 나 백합 비난했고, 그대의 머리채 훔친 박하 꽃봉오리 비난했으니. 장미들 겁에 질려 가시 줄기에 서 있네.
--- p.107 중에서
120번
그대 한때 무정했음이 이제 내게 위안 되어라. 나 그때 겪었던 그 슬픔 때문에 내 잘못 앞에 고개 숙여야 하느니, 나의 삭신 놋쇠나 강철로 만들어지지 않았기에. 그대 때문에 나 그랬듯이, 나의 무정으로 그대 상처 입었기에, 지옥 같은 시간 보냈기에. 그런데도 폭군인 나는 그대의 부정으로 내가 한때 받은 고통 행각할 여유 없었으니 아, 진정한 슬픔 얼마나 가슴 저린 것인지 고통에 찬 우리 이별의 밤이 환기시킬 수만 있다면, 그대 그때 내게 친히 하였듯 그대 상처 입은 가슴에 참회의 고약 발라 드려야 할 것을! 그러나 그대의 부정이 이제 보상이어라, 나의 부정 그대 부정 되갚고, 그대 붖어 나 속죄하므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