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사범대학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연세대 교육대학원에서 석사학위를 받았다. 2013년 현재 서울 상암중학교 국어 교사로 재직 중이다. 옮긴 책으로는 메릴린 로빈슨의『홈』을 비롯해 『셰익스피어의 이탈리아 기행』,『네 가지 약속』, 『그래도 계속 가라』, 『눈 속의 독수리』, 『바그너 니벨룽의 반지』, 『킹스 스피치, 『책 죽이기』등이 있다.
실비 이모의 편지가 도착하기 전부터 릴리와 노너 할머니는 이모에게 할머니의 죽음을 알리고 할머니의 재산을 정리하고 관리하기 위해 집으로 오라는 편지를 쓰기 시작했었다. 유언장에는 실비 이모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우리를 위한 대비책에도 이모는 어떤 식으로도 포함되지 않았다. 이 점이 릴리와 노너 할머니에게 이상하게 보이기 시작했었다. 비합리적인 것은 아닐지 몰라도 분명 매정한 처사였다. 부모란 아무리 못된 자식일망정 으레 다 용서해야 하며, 그 점은 부모가 죽은 다음에도 마찬가지라는 것이 두 사람의 일치된 의견이었다. 그리하여 루실과 나는 두 양반의 가슴을 부풀게 한 꺼림칙한 희망을 품고 우리 엄마의 동생이 나타나기를 고대하기 시작했다. --- p.60
그가 찾아온 이유는 비록 신고가 되기는 했지만 그래도 배를 훔친 일 때문은 아니었다. 내 무단결석 때문도 아니었다. 나는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학교를 그만둘 수 있는 나이에 거의 이르러 있었다. 그렇다고 이모가 나를 데리고 밤새도록 호수에 있었던 것 때문도 아니었으니, 우리가 어디에 있었는지는 아무도 몰랐기 때문이다. 문제는 우리가 화물 열차를 타고 핑거본으로 돌아왔다는 점이었다. 이모 자신도 떠돌이 증세가 가라앉지 않은 상태에서 나마저 떠돌이로 만들고 있었기 때문이다. --- p.248
보안관이 육중한 몸을 움직이며 말했다. “한밤중에 코트도 안 입고 추위 속에서 무얼 하고 있었니? 내일 학교도 가야 되는데.” 나는 아무 대답도 하지 않았다. “나랑 같이 우리 집에 가자.” “싫어요!” “우리는 괜찮은 사람들이야. 우리 마누라 음식 솜씨도 제법 쓸 만하고. 우리 집에 가면 사과 파이도 있단다, 루시.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파이지. 내 말을 믿으라고!” “싫어요.” “사양하겠어요.” 이모가 나섰다. “사양할래요.” (중략) “좋아. 하지만 계속 너를 지켜보고 있겠다. 내일 학교에 가기를 바라마. 알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