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끝없이 마주하는 크고 작은 문제들 앞에서 사람들은 우울에 빠지곤 합니다. 우울(憂鬱)의 우는 근심 우 자로, 머리 혈(頁)과 마음 심(心)을 합한 글자입니다. 근심이 얼굴에 드러날 정도로 심각하게 여기는 것이 우울입니다. 우울의 울은 막힐 울 자로, 나무가 무성한 숲을 형용한 글자입니다. 숲에 나무가 무성한 것처럼 마음에 근심이 가득한 것이 우울입니다. …… 인생을 살면서 근심이 없을 수는 없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근심을 없애는 방법이 아니라 근심을 관리하는 방법입니다. ---「002 무성한 근심 솎아 내기」
정호는 1710년 예순세 살의 나이에 함경도 갑산에 유배되었습니다. 소일거리를 찾던 그는 젊은 시절에 보다 만 책을 펴고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때때로 마음에 맞는 구절을 만나면 유배객의 고생도 잊었고, 마음이 맞는 두세 사람과 함께 책을 읽으며 열심히 토론하다 보니 공부란 끝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습니다. 그는 늙어서 공부하는 것이 젊어서 공부하는 것보다 어렵기는 하지만, 공부의 참맛은 오히려 늙어서야 제대로 알 수 있다고 하였습니다. 출세를 위한 공부가 아니라 자신을 위한 진정한 공부이기 때문입니다. ---「029 공부하기 좋은 때」
요즘 말하는 사람은 많은데, 들어 주는 사람이 없습니다. 옳은 말을 해도 이 핑계 저 핑계를 대며 들으려 하지 않습니다. 저 사람은 나이가 너무 적으니까 또는 너무 많으니까, 저 사람은 부자니까 또는 가난하니까, 저 사람은 보수니까 또는 진보니까, 저 사람은 예전에 거짓말을 했으니까, 나쁜 짓을 했으니까 들을 필요도 없다는 것입니다. 『논어』 「위령공」 편에 말했습니다. “말을 잘한다고 해서 그 사람을 등용하지 말고, 나쁜 사람이라고 해서 그의 좋은 말을 버리지 마라.” 옳은 말이라면 누구의 말이건 귀를 기울여 볼 만합니다. ---「067 도둑의 말」
조선 중기의 학자 우계(牛溪) 성혼(成渾)도 선조 임금에게 올리는 글에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인재는 다른 시대에서 빌려 올 수 없다고 하였습니다. ……” 완벽한 사람은 없습니다. 무언가 남보다 나은 점이 있다면 그 사람이 바로 우리가 찾는 인물입니다. 마땅한 사람이 없다고 외면할 것이 아니라, 그중에 나은 사람이라도 찾아야 합니다. 인재는 다른 시대에서 빌려 올 수 없습니다. 우리 시대의 문제를 해결할 사람은 우리와 함께 살고 있는 사람들입니다. ---「076 이 시대의 사람과 함께」
구한말의 학자 김평묵(金平默)에 따르면, 당시 농가에서는 품팔이꾼에게 하루 세 끼를 먹여 주고 술 몇 잔을 주어 굶주리거나 목마르게 하지 않고, 때때로 옷을 지어 줘서 추위와 더위에 고생하지 않게 하며, 거기다 부모와 처자를 먹여 살릴 정도의 품삯을 주었습니다. 이처럼 과거에는 한 사람이 받는 임금이 한 가족을 먹여 살릴 정도는 되어야 한다고 여겼습니다. 그것이 노동자에 대한 정당한 대우라고 보았기 때문입니다. ---「122 적정한 최저임금이란」
사람의 생각은 저마다 다르기 마련이니,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남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이 다를 수도 있습니다. 국가의 중대사일수록 왈가왈부는 필수적입니다. 중대한 국가의 일이니까 개인이 왈가왈부해서는 안 된다는 말은 조선 왕조 500년 동안 단 한 번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옳고 그름을 말하고자 하는 욕구는 인간의 본성이며, 왈가왈부할 수 있는 자유는 민주주의가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가치입니다. ---「128 왈가왈부는 아름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