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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시대

[ EPUB ]
김선민 | 가하 | 2014년 08월 28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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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4년 08월 28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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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일/용량 EPUB(DRM) | 0.92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9.4만자, 약 6.4만 단어, A4 약 122쪽?
ISBN13 9791156823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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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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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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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담이지?”
“믿기 힘들겠지만 농담하는 거 아냐. 술을 마시긴 했는데 취해서 하는 소리도 아냐. 수천 번 수만 번도 더 고민하고 내린 결론이야. 솔직히 내일 아침에 일어나서 후회할지도 모르겠지만,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려고.”
이건 정말로 예상하지 못했던 반전이었다. 인하는 저도 모르게 미간을 구기며 지원이 하는 말 하나하나 빠짐없이 들으려 애를 썼다.
“끝장내러 왔다며. 수백만 원짜리 티켓 휴지 만들고 왔으면 뭐라도 얻어가야 할 거 아냐.”
“내 티켓값이 걱정돼서 해본 소리라면 그만둬. 사람 들뜨게 하지 말고.”
몇 번이고 확인을 해야만 했다. 갑자기 ‘뻥이요!’ 해버릴까 봐, ‘등신, 속았냐?’ 하고 말하며 비웃을까 봐 계속해서 묻고 또 물었다. 장난 아니지? 농담 아니지? 거짓말 아니지? 취해서 실수하는 건 아니지? 계속해서 같은 뜻의 말만 반복하고 있었다. 그러자 지원이 갑갑했는지 긴 한숨 끝에 미소를 지으며 하늘을 올려보았다.
“아아. 이런 기분이었구나. 너 그동안 어떻게 참았냐?”
“뭐?”
“내가 거절할 때마다 어떻게 참았냐고. 이렇게 못 들은 척, 안 들리는 척 배배꼬고 딴짓만 하는 거 어떻게 보고만 있었어? 한 대 그냥 콱 쥐어박지 그랬어.”
“하! 너 정말!”
그 순간, 지원이 인하의 두 뺨을 양손으로 감싸고 빤히 올려다보았다. 한 뼘도 되지 않을 만큼 가까이 마주하고 있는 두 사람의 시선은 여전히 불안하게 일렁였다.
“똑바로 들어. 두 번 말 안 해.”
누구의 심장 소리인지 분간이 되지 않는 커다란 심장박동 소리가 귓가에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인하가 들었으니, 분명 지원도 들었을 것이다.
“나랑…… 연애하자.”
지원의 입술은 무척이나 다부졌고, 시선에는 흔들림이 없었다. 그 찰나의 순간, 인하의 가슴에도 확신이 파고들었다.
“너랑 연애하고 싶지 않은 이유를 세어봤는데, 한 열 가지 정도 되더라고. 근데…… 그 열 가지가 너랑 연애하고 싶은 단 한 가지를 못 이기더라. 웃기지 않아?”
“열 가지나 됐어?”
인하가 말을 끊자 지원이 눈썹을 구겼다. 그 모습마저도 사랑스러웠다.
“핵심은 그게 아니잖아.”
“거짓말이라도 일단 뱉은 말은 절대 못 줍는다.”
“한 번만 더 거짓말 어쩌고 하면 확 무른다?”
“너…… 정말이야? 진짜 장난치는 거 아니지? 이런 거 가지고 장난치면 너 정말 천벌 받아!”
“거참, 속고만 살았나. 안 해, 안 해!”
빈정이 상했는지 지원이 뺨에서 손을 떼어내곤 휙 돌아섰다. 인하는 그런 지원을 그대로 안아버렸다. 허리를 양팔로 꼬옥 감싸고 자그만 어깨 위에 턱을 괴었다.
“말도 안 돼…….”
그러자 지원이 인하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포갰다. 그러더니 가느다란 손가락을 요리조리 움직여 인하의 손등을 쓰다듬었다. 인하는 그런 지원을 천천히 돌려 세웠다. 감격스러웠다. 벅차오르는 마음을 어떻게 감출 방법이 없어서 인하는 지원을 품에 꼭 끌어안았다. 숨이 막히도록 아주 꽉 끌어안았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네 생각 하느라 할애했던 내 시간이 너무 많은 거야.”
“그게 그렇게 아까웠어? 나만큼 했을라고.”
“그건 모르는 거야. 그 부분은 나도 자신 있거든?”
괜히 어색하고 쑥스러워서 퉁퉁거린다는 것을 알기에, 인하는 지원의 등을 따뜻하게 쓰다듬어주었다.
“미안해. 모른 척했던 거, 그래서 널 힘들게 한 거, 결국 널 지치게 한 거, 다…….”
“알아. 네가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거. 이해해. 머리론 이해가 되는데, 좀 힘들긴 힘들었어.”
“사람들이 흔히 말하고 정의 내리는 그런 사랑이나 연애는 아니지만, 그동안 우린 분명 우리 나름대로 사랑을 하고 연애를 하고 있었던 것 같아. 아니라고 우기는 거, 이제 그만하자.”
“일반적인 사랑과 연애랑은 달라도 많이 달랐지.”
지원이 인하의 가슴팍을 툭 밀어내곤 눈을 맞추었다. 하지만 인하는 다시 한 번 지원을 끌어안았다.
“표정관리가 안 돼서 짜증난다. 나 왜 이렇게 팔푼이 같지?”
“여자한테 고백받고 표정관리가 되면 그게 남자야? 그리고, 내가 보통 여자도 아니잖아? 무려 이지원이잖아.”
“말이나 못하면…….”
그렇긴 했다. 이 순간이 오기까지 기다려온 시간이 얼만데. 고백을 받아주기만 해도 숨이 넘어갈 판에 고백을 받기까지 했으니. 복 받았네, 서인하.
“너 나한테 잘해야 돼.”
“너도 나한테 잘해.”
인하가 되받아치자 지원이 품을 벗어나며 새치름한 표정을 지었다.
“와! 너 웃긴다! 이제 고백받았다 이거지?”
어깨를 으쓱이자 그 모습이 얄미웠던지 지원이 주먹을 말아 쥐고 어깨와 가슴을 토닥토닥 때렸다. 조금 아프긴 했지만, 인하는 그런 지원이 못 견디게 사랑스러워서 또 한 번 끌어안았다.
11년 동안 담아둔 이야기가 너무 많아서 뭐부터 꺼내어 풀어야 할지 몰라 인하는 그렇게 지원을 끌어안기만 했다.
인하는 지원의 어깨를 양손으로 감싼 채 살짝 몸을 떼어냈다. 오늘따라 유난히 예뻐 보이는 건 조명 탓인가. 성곽길 안 되겠네. 인하는 지원의 얼굴에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엄지로 지원의 눈썹을, 볼을 매만지다 흐트러진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었다. 지원은 내내 시선을 피하지 않고 마주 보았다.
“뒤에 사람 지나간다.”
“그래서?”
“너 지금 키스할 거잖아. 저 사람 지나가면 해.”
지원의 능청에 인하는 피식 웃곤, 그대로 입을 맞추었다. 몸 속 어딘가에서부터 무언가가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진부한 표현이지만, 모든 것이 정지한 것만 같은 기분이었다. 꿈속을 헤매는 듯 아득하고, 땅을 딛고 선 게 아니라 물을 딛고 선 것처럼 가슴이 울렁거렸다.
오늘 밤은 모든 것이 끝까지 완벽했다. 공원의 밤 향기도 달콤했고, 오르는 내내 기분을 좋게 해주었던 밤바람도 상쾌했다. 무엇보다 인하를 가장 행복하게 만든 것은, 살짝 야릇하게 들리는 지원의 색색거리는 숨소리였다.
이 모든 것들이, 마치 첫 키스를 하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켰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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