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렇게 서로 상반되는 역사의 기록이 등장할 수도 있기 때문에 기록을 그대로 믿을 수는 없습니다. 앞서 히스토리(history)라고 하는 영어 단어의 뜻이 ‘탐구’라는 그리스어 ‘히스토리아’에서 탄생했다고 한 말 기억하지요? 이처럼 역사란 기록을 있는 그대로 믿는 것이 아니라 탐구하는 학문입니다. 다시 말해 역사란 과거의 사실을 알려 줄 수 있는 기록을 탐구해 그 진실을 찾는 것 또는 그 활동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 p.21
그렇다면 한 왕조가 멸망하고 다른 왕조로 교체되는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요? 멸망한 신라 입장에서는 슬픈 일이지만 역사 전체로 볼 때는 내부에서 일어난 새로운 집단이 기존의 국가가 가진 문제점을 극복했기 때문에 긍정적으로 평가합니다. 이전 왕조에서 내재된 세력에 의해 새로운 왕조가 세워졌으니 역사의 연속성을 가진다고 볼 수도 있고, 전혀 다른 성질의 세력이 왕조를 세웠으니 새로운 역사의 한 페이지가 열린다고 볼 수도 있겠지요. --- pp.87~88
그가 한국사를 과거 시험의 필수 과목으로 넣자고 한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하나는 당시 지배층과 양반 사대부들 대부분이 우리 역사를 공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신 중국의 역사를 공부했는데 성호 이익은 이를 사대주의라고 여겼고, 비판한 것이지요. 또 다른 이유는 우리 역사를 통해 무엇이 옳은 일이고 나쁜 일인지 제대로 알아 두자는 이유였습니다. 대입 시험 과목에 한국사를 필수로 채택하면 우리 역사를 제대로 알 수 있다는 의도와 매우 비슷한 생각이지요. --- pp.94~95
실제로도 역사는 뛰어난 한두 명의 인물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습니다. 역사는 개인이 아니라 개인의 만남과 관계 속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게 되었으며 그 결과가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를 따져 보는 과정입니다. 따라서 인물에만 조명을 비추는 것은 역사의 숲을 잊어버릴 수 있는 위험이 있어요. 숲 속의 한 그루 나무가 전체 숲을 대표하지는 않습니다. 다양한 나무가 하나의 숲을 이루는 것이지요. 따라서 역사 교과서에서는 한 사회의 역사를 숲처럼 이해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