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정은 5년 차 터울의 남매를 키우고 있다. 큰아이는 언어지능과 논리-수학지능이 모두 높아 모두가 머리 좋다고 인정하는 아들이고 둘째 딸아이는 공간지능이 높은 편이다. 하지만 딸아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했을 당시에는 여러 가지 갈등과 어려움이 많았다. 처음부터 두 아이의 강점지능을 알았던 건 아니기 때문이다.
둘째아이는 언어와 수 개념이 잘 발달되지 않은 채 학교생활을 시작했다. 그러다 보니 쓰기, 읽기, 계산하기를 즐겨하지 않았고 힘들어 할 때가 종종 있었다. 이 모습을 지켜보던 우리 부부 역시 마음고생이 많았다. 그때 다행스럽게 아이가 다니고 있던 초등학교에서 다중지능이론과 교육 방법을 처음 접하게 되었다. 그러면서 우리 부부는 생각을 조금씩 바꾸기 시작했다.
나는 가장 먼저 둘째아이를 세심히 관찰하기 시작했다. 무엇에 흥미를 보이는지, 칭찬할 것이 무엇인지를 자주 살펴봤다. 그러다 보니 둘째아이는 어릴 때부터 말하거나 책 읽고 숫자놀이를 하는 것보다 손으로 뭔가를 만들고 그림 그리는 것을 더 좋아했던 게 기억났다. 관련 주제로 이야기를 던지면 아이는 표정부터 달라졌다. 결국 나는 아이가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최대한 많이 보여주고 경험할 수 있도록 계획을 세웠다.
아이를 대하는 방법이 달라지고부터 아이와의 갈등도 자연히 사라졌다. 무엇보다 이제 둘째아이는 부모의 인정으로 세상이 조금 더 즐거워진 듯 보인다. 만약 우리 부부의 생각과 마음이 바뀌지 않아서 아직까지 아이가 자존감을 찾지 못해 의기소침해있다면 어땠을까? 상상만으로도 아찔하고 마음이 저려온다.
제자 주영이네 엄마
큰아이 인생에 가장 큰 행운은 윤옥인 선생님과의 만남이었다. 선생님은 다중지능으로 반 아이들에게 강점과 약점을 알게 해주었고, 이는 학습에도 크게 도움이 되었다. 나 역시 아이의 강점을 강화시켜주면서 약점을 보충해줄 수 있었고, 이는 아이의 진로를 찾는 데 큰 도움이 되었다.
그 결과 지금 큰아이의 인생은 완전히 달라졌다. 다중지능으로 파악한 예술적 지능의 강점을 살려 트럼펫을 배우게 되었고 전공으로까지 이어졌다. 여러 콩쿠르에서 입상을 하면서 좋은 성적을 내더니, 급기야 한국예술종합학교와 서울대학교에 동시에 붙는 경사까지 생겼다. 현재 아이는 자신이 원하던 학교인 한국예술종합학교를 선택해 교수님들에게 실력을 인정받으며 더 큰 꿈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 다중지능을 배우고 경험하지 못했다면 아이의 잠재적 능력과 강점을 결코 알지 못했을 것이다.
제자 재호네 엄마
내 강점지능이 자연친화지능임을 일깨워준 선생님과의 추억을 얘기하자면 초등학교 5학년 시절로 돌아가야 한다. 초등학교 5학년, 나는 아침에 일어나면 빨리 학교에 가고 싶었던 천방지축 소년이었다. 우리 교실에는 일 년 내내 기르며 순환되었던 식물과 동물 개체 수가 총 126가지나 되었는데, 아마 그래서 학교에 가는 게 유난히 즐거웠는지도 모르겠다. 누에를 길러 명주실을 직접 뽑아보고, 달걀부화기를 통해 병아기가 깨어나는 것을 직접 바라보고, 남들이 다 징그럽다고 외면하던 지렁이가 얼마나 착한 농부인지를 지켜보고, 어항 속 물고기가 밤새 새끼를 낳지는 않았을까 궁금해 하며 학교로 달려가고, 온갖 종류의 식물을 직접 심고 가꾸고….
물론 이 신비로움 뒤에는 힘들고 귀찮은 활동도 종종 있었다. 식물, 동물을 기르다 보면 청소를 해주거나 제때 양분을 공급해주는 일, 지속적으로 변화를 살피는 등 인내해야 하는 것이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일 년 내내 학급에서 이런 활동을 하다 보니 자연이라는 거대한 틀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다른 생물과 조화를 이루며 살아야 하는지를 배울 수 있었다. 결과적으로 그런 과정들이 차곡차곡 쌓여 내게 ‘수의학과’라는 길을 선택하게 했다. 앞으로도 나는 내가 선택한 길에 자신감을 갖고 부단히 노력하려 한다. 내가 행하는 작은 일로 세상이 조금이라도 행복하게, 또 정의롭게 바뀔 수 있기를 소망한다.
제자 정민이 (서울대 수의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