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정 p. 144 “지금 내 가슴속은 끓소. 내 몸은 바짝 여위었소. 그것은 생리학적으로나 심리학적으로나 타는 것이요, 연소하는 것이오. 그래서 다만 내 몸의 지방만이 타는 것이 아니라, 골수까지 타고, 몸이 탈 뿐이 아니라 생명 그 물건이 타고 있는 것이오. 그러면 어찌할까. 지위, 명성, 습관, 시대사조 등등으로 일생에 눌리고 눌렸던 내 자아의 일부분이 혁명을 일으킨 것이오? 한 번도 자유로 권세를 부려보지 못한 본능과 감정들이 내 생명이 끝나기 전에 한번 날뛰어 보려는 것이오. 이것이 선이오? 악이오?”
무명 p. 232 “참 기가 막히오. 어쩌면 그렇게 빤빤스럽게도 거짓말을 꾸며대오? 내가 밥에 모래와 쥐똥, 썩은 콩, 티검불 이런 걸 고르느라 고 젓가락으로 밥을 저었지. 그래 내가 어떻게 보면 저 먹다 남은 찌꺼기를 신상더러 자시라고 할 사람 같어 보여? 앗으우, 앗으우. 그렇게 거짓말을 꾸며대면 혓바닥 잘린다고 했어. 신상, 아예 그 미친 소리 듣지 마시고 잡수시우. 내 말이 거짓말이면 마른하늘에 벼락을 맞겠소!” 하고 할 말 다 했다는 듯이 자리에 눕는다. 정이 맹세하는 것을 듣고 나는 머리가 쭈뼛함을 깨달았다.
꿈 p. 385 ‘달례 같은 어여쁜 계집이 와서 매달리니 어떻게 뿌리쳐? 누구는 그런 경우에 가만둘까. 평목이 놈이 무리한 소리로 위협을 하니 어떻게 가만두어? 누구는 그놈을 안 죽여버릴 테야?’ 이 모양으로 생각하면 조신은 아무 죄도 없는 것 같았다. ‘아뿔싸!’ 하고 조신은 흠칫하였다. ‘평목이 놈이 나 없는 틈에 내 딸에게 아니 내 아내에게 무례한 짓을 하려 했기 때문에 그놈을 죽였다고 했다면 그만 아냐? 분해, 분해!’ 조신은 제가 대답 잘못한 것을 후회하였다. ‘괜히 모두 불었다. 모례 놈헌테 속았다.’ 이렇게 생각한 조신에게는 다시 마음의 평화는 없었다.
〈유정〉은 최석과 독립운동을 하다 감옥에서 죽은 친구의 딸 정임의 정신적인 사랑을 편지와 일기 등의 형식을 빌려 그리고 있는 고백 소설이다. 부인과 딸, 사회로부터 오해와 비난을 받는 최석과 정임의 마음이 사랑으로 변해가는 과정과 그들이 사랑을 확신한 후의 행방을 통해 작가 이광수가 추구했던 이상적인 사랑이 무엇이었는지 그 경지를 보여준다. 〈무명〉은 주인공 ‘나’가 병감에서 함께 지내는 간병부 윤·민·정 등의 대화와 행동을 지켜본 대로 이야기하는 형식이다. 여러 죄수들의 성격과 삶의 태도 등을 대비시키면서 인간의 욕망과 그로 인해 초래되는 갈등을 그리고, 이를 통해 인간의 어두운 면모를 숨김없이 드러낸다. 〈꿈〉은 달례와 사랑을 실현하기 위해 도망을 감행한 조신이 그 주인공이다. 마침내 평목 스님을 죽이고 달례의 정혼자에게 붙잡혀 그동안의 잘못으로 교수형을 당하려는 찰라 놀라서 꿈을 깬 조신의 깨달음을 통해 인간 세계에 만연한 욕망이 얼마나 허무한지를 이야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