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대의 전기수(책 읽어 주는 사람)를 꿈꾸는 국어 교사, 학생들을 가르치기 위해 고전문학을 읽다가 그 재미에 눈을 떴다. ‘고전문학’이란 말만 들어도 지루해하는 현실을 바꾸고 아이들에게 고전의 즐거움을 알리고자 이 책을 썼다. 대전외고 및 고려대 국어교육과를 졸업하고 지금은 분당에 있는 낙생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치고 있다. 한국언론진흥재단 e-NIE 튜터, 경기도교육청 독서토론논술교육지원단, EBS 국어영역 강의 검수 및 EDRB 콘텐츠연구 활동 등을 했다. 앞으로도 아이들과 고전문학으로 수다 떨면서 놀고 싶다.
쌤: 그러게 말이에요. 어쩌면 점쟁이는 현실 속 인물이 아니었는지도 모르지요. 자, 어쨌든 오늘 배운 하생기우전을 보면서 쌤이 말해 주고픈 게 있는데요. 붕이: 넵. 받아 적을 준비되었답니당! 쌤: 하하, 적을 필요까지는 없고요. 그냥 듣고 이해만 해도 충분해요. 앞으로 살면서 세상일이 항상 잘 풀릴 거라고만 생각하면 안 됩니다. 대입이나 취업, 승진, 혹은 연애나 사랑 모든 면에서 마음처럼 되지 않을 때도 많거든요. 나정: 정말 그런 것 같아요. 벌써부터 걱정이 돼요. 쌤: 물론 미리부터 걱정할 필요는 없답니다. 또 주저앉아 있거나 좌절해 있을 필요도 없지요. 가만히 있다면 아무 것도 변하지 않습니다. 하생이 학사에 계속 머물렀다면 과연 지금보다 잘 되었을까요? 꼭 그렇지만은 않았을 겁니다. 어쨌든 상황을 바꾸도록 조금씩 움직이는 것이 긍정적인 변화를 가져올 때가 많답니다. 커피라도 마시면서 도서관이나 집 근처 공원에도 가 보고요. 짧게 여행을 다녀오는 것도 좋아요. 그래서 다른 이와 만나고, 함께 이야기해 보세요. 그리고 이어질 짜릿한 운명에 몸을 맡기는 것도 나쁘지 않습니다. 나정: ‘짜릿한 운명’이라는 말이 너무 좋은 것 같아요. --- p.30
쌤: 네. 당길 기회가 왔으니 또 확 잡아당기는 겁니다. 게다가 전장에서 보국이 적과의 전투 중에 또 한 번 위기에 빠지게 됩니다. 말에서 떨어져 적에게 꼼짝없이 죽을 상황에 처한 것이지요. 이 모습을 지켜보고 있던 계월이 몸소 뛰어들어 적들을 베고 땅에 떨어져 뒹구는 보국을 구해 자신의 말 뒤에 태웁니다. 그리고는 진영으로 돌아와 한 마디 내던지지요. 나정 뭐라고 하나요? 쌤: “겨우 이 정도이면서 평소에 나를 업신여겼느냐?”라고요.나정 깔깔깔, 너무 멋져요. 붕이: 이건 뭐 남자 망신 소설인가요? 쌤: 하하, 대체적으로 여성 우위의 관점이 드러나긴 하지요. 아무튼 우여곡절 끝에 반란군을 무사히 평정하고 계월과 보국은 다시 집으로 들어옵니다. --- p.130
쌤: 심생은 이 편지를 읽으며 자기도 모르게 눈물을 쏟습니다. 그러나 어쩌겠습니까. 그녀가 이미 세상을 떠난 것을. 그는 붓을 던집니다. 그 또한 얼마 지나지 않아 일찍 죽게 되지요. 작가인 ‘나’는 심생과 동창이었던 스승을 통해 이 이야기를 전해 듣습니다. 그리고 기록을 남기지요. 심생과 여인의 이야기를요. 동구: 아, 가슴이 너무 찡해요. 한 달간의 짧은 사랑과 영원한 이별에 대한 슬픈 이야기네요. 쌤: 안타깝지요. 연인을 둘러싼 환경은 사랑에 중요한 영향을 미칩니다. 환경이란 게 예전엔 신분이나 벼슬이었다면 지금은 돈이나 직업이겠지요. 단순히 사람 그 자체만 사랑한다고 하여 그것으로 모든 게 결정되는 건 아닌 것 같습니다. 현실의 벽은 의외로 높거든요. 나정: 쌤, 저는 좀 다르게 생각하는데요. 이들의 사랑은 신분 차이 때문에 좌절된 게 아니라 죽음을 통해 이루어진 게 아닐까요? 쌤: 호오, 왜 그렇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