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국어교육학을 공부하고 동일여자고등학교에서 국어를 가르쳤습니다. 8년간의 교사 경험이 이 책을 쓸 수 있게 만든 가장 큰 힘이 되었지만, 동시에 교사의 입장과 역할을 뛰어넘기 위한 노력의 결과물이 이 책이기도 합니다. 지금은 교사를 그만 두고 아이를 키우며 책을 읽고 글을 쓰며 살고 있습니다. 현명한 엄마, 행복한 독자, 글이 점점 나아지는 저자가 되는 것이 삶의 목표입니다. 지은 책으로는 『시 읽기 좋은 날』, 『젊은 날의 책 읽기』 등이 있습니다.
여러분 나이 정도면 이미 알고 있겠지만 삶은 내 뜻대로만 되는 게 아닙니다. 내 뜻대로 이루어지는 것도 있지만 최선을 다했음에도 되지 않는 것도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것은 뜻대로 되지 않았다고 해서 무너지지 않는 것. 그걸 위해 ‘내 안의 무게중심을 튼튼하게 만드는 일’입니다. 그리고 이는 제가 앞에서 학업 못지않게 청소년기의 중요한 과업이라고 말한 가치 찾기와 관련이 있습니다. -[대학은 과연 ‘우리들의 천국’인가] 중에서
저는 아이히만이나 고문 경찰관이 특수한 경우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태어날 때부터 악마인 사람들이 아닙니다. 그들은 아마도 자식들의 성적을 걱정하고, 부인의 건강을 염려하는 성실하고 믿음직한 가장이자 평범한 ‘보통 사람’이었을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우리들 중 자신의 생각과 행동이 어떤 의미를 지니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지를 스스로 생각해 보지 않는 사람은 누구나 아이히만이나 고문 경찰관이 될 수 있습니다. 아무리 성실하고 재능이 있어도 생각하는 능력이 없다면 그 성실함과 재능은 다른 이를 학살하고 고문하는 일에 쓰일 수 있다는 말입니다. -[‘생각 없음’이라는 죄] 중에서 일단 책 읽기가 삶과 밀착되어야 합니다. 내 삶의 가장 절실한 지점에서 독서가 시작되어 결국 내 삶으로 돌아와야 합니다. 그래야 스스로 생각을 하고 질문을 던지고 가치를 찾아낼 수 있습니다. 아니, 당장 찾아내지는 못하더라도 적어도 절실한 독서는 그걸 진심으로 찾고 싶게 만듭니다. 그리하여 앞으로 마주하게 될 수많은 선택지 앞에서 최선의 판단을 하도록 도와줍니다. -[책 읽기는 온전한 인간이 되는 방법] 중에서
한 사람이 제도권에서 공부한 기간이, 혹은 그 사람이 공부를 한 학교의 이름값이 그 사람의 인격적 성숙과는 아무런 상관관계가 없다는 것입니다. 인격적 성숙은 고사하고 지성조차도 보장하지 못하는 경우를 저는 수없이 목격했습니다. 지성이라는 것을 머릿속에 입력된 지식 더미의 총량 따위가 아니라, 자신과 세상을 객관적이고 균형 있게 바라보는 안목이라고 정의한다면 말입니다. 공부와 배움의 타락이 이 지경이라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배우지도 않고 공부도 하지 말아야 할까요? -[아이의 머리를 ‘포맷’시켜 준다는 학원] 중에서
우리는 심지어 양말 한 켤레를 살 때도 나름 고심해서 선택합니다. 그러나 정작 내 인생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부모와 형제는 선택하지 못했습니다. 만일 여러분이 지금 부모, 형제와 갈등을 겪고 있다면 이 엄연한 사실이 더 미칠 노릇으로 다가올 수도 있겠지요. 때때로 내가 선택하지도 않은 것에 왜 책임을 져야 하는가 반문이 생길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는 뒤집어 생각해 보면 여러분의 부모님이나 형제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 또한 여러분을 심사숙고해서 고르지 않았습니다. 그들에게 여러분이 주어진 것이지요. 이 사실은 어느 한쪽이 아닌 양쪽 모두에게 각별한 성찰과 노력이 필요한 이유가 됩니다. -[가족 구성원으로서의 책임] 중에서
보호를 가장한 온갖 간섭과 규제와 무시 속에서 여러분이 대접받는 유일한 순간이 있으니 그건 바로 ‘고객님’이 될 때입니다. 그러다 보니 이 고객님의 권리를 엄청난 무엇이라도 되는 것처럼 착각할 수가 있습니다. 고작 소비할 자유를 대단한 자유로 보는 환상을 갖게 될 수도 있습니다. -[소비자가 아닌 시민이 되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