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창원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는 선생님이에요. 고려대학교 역사교육과를 졸업한 뒤 서울교육대학교 대학원 초등 사회과 교육과에서 공부했으며, 2007 개정 초등학교 5학년 사회 교과서 집필에 참여했습니다. 어린이 역사 교육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고 활발하게 활동하며 꾸준히 공부하고 있으며, 쓴 책으로는 〈그림으로 보는 한국사 2, 4, 5〉, 〈초등 사회 사전〉 등이 있어요.
훈장님이 곰방대로 엄 도령과 한길이의 뒤통수를 때렸다. “왜 때리십니까?” “아파요…….” 엄 도령과 한길이가 입을 삐죽 내밀며 울상을 지었다. “너희들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안 봐도 뻔하다. 다들 답안지를 이리 가져오너라.” “네.” 강의가 답안지를 들고 나가 훈장님에게 주었다. 훈장님이 강의의 답안지를 소리 내어 읽었다. “힘 센 자가 힘 약한 자를 함부로 대하는 일이 반복되고 있으니 이를 고치고 싶다. 여자도 마음껏 공부하고 과거 시험도 볼 수 있게 고치고 싶다. 껄껄껄. 강의가 훌륭한 답을 했구나.” 훈장님이 강의를 칭찬했다. “훈장님! 그게 어째서 훌륭한 답입니까? 말도 안 되는 헛소리 아닙니까?” 엄 도령이 목청을 돋우며 말했다. “어째서 헛소리라는 게냐?” “양반의 권위를 넘보는 발칙한 생각입니다. 반상의 구별이 있고, 남자와 여자의 지위가 다른데 어찌 그런 생각을…….” 훈장님이 손짓으로 엄 도령에게 그만하라고 했다. 그리고 바깥에서 있는 공찬이에게 물었다. “공찬이 네 생각은 어떠냐?” 공찬이가 훈장님의 갑작스런 질문에 어리둥절하다가 곧 정신을 차렸다. “예, 옛날 세종 대왕께서는 노비를 등용해서 관직에 올리신 일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임금님께서도 양반의 권위를 무시하고 발칙한 생각을 한 것이겠네요?” “껄껄껄. 어디 대수야, 공찬이 말에 답해 보겠느냐?” 엄 도령은 얼굴이 빨개졌다. 공찬이의 말을 반박하자면 세종 대왕을 욕하고 나무라야 할 터였다. “쳇!” 엄 도령이 제 풀에 못 이겨 파르르 떨다가 일어섰다. “역시 이 서당은 다닐 만한 데가 못 돼.”
아름이는 한국사 사건과 연도를 달달 외우는 역사 천재 영재와 비교당하는 괴로운 나날을 보내고 있다. 최근 불어 닥친 한국사 열풍에 반 아이들도 덩달아 열심히 공부하지만, 아름이는 거기에 도통 관심이 없다. 국영수를 못하면 암기 과목이라도 잘해야 한다는 엄마의 잔소리에 주눅이 든 아름이는 침대에 누워 하루 종일 우울한 시간만 보낸다. 아름이는 속상한 마음에 토끼 인형에게 속마음을 털어놓다가 인형에서 빠져 나온 털실을 잡아당기고 알 수 없는 힘에 이끌려 이백 년 전 조선으로 가게 된다. 벼리서당 훈장님과 아이들은 미래에서 온 아름이가 왜에서 온 첩자로 오해를 받을까 봐 서당에 당장 입학을 시키지만, 마침 서당에도 한국사 열풍이 불어 와 아름이는 괴롭기만 하다. 이백 년 전 아이들이나 미래의 아이들이나 역사를 공부하는 방법은 다를 것이 없었다. 드러내놓고 공부를 할 수 없는 노비 강공찬만 제외하고, 역사에 관심이 없는 강의, 어려운 책만 읽으며 달달 외우는 한길이, 체험학습을 다니는 엄 도령까지 역사 시험에 열심히 준비한다. 하지만 훈장님이 낸 역사 문제는 어느 책에도 나오지 않는 해괴한 문제였고, 이에 아이들 모두 불만을 터트린다. 아름이는 훈장님에게 미래로 돌아갈 수 있도록 도와달라고 부탁하고, 훈장님은 유명한 학자들을 불러 모아 그 방법을 찾기 시작한다. 훈장님이 학자들과 방법을 찾는 동안, 아름이는 벼리서당 아이들의 부탁으로 미래에 대한 질문을 받기로 한다. “아름아, 미래 세상에도 노비가 있어?” “상인은 벼슬을 해도 높은 자리에 못 올라가나? “미래에도 왕이 있니?” 아름이는 자신이 알고 있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 아이들을 열심히 가르쳐 보지만, 노비 제도를 언제 누가 없앴는지 궁금해하는 공찬이의 물음에는 끝내 답을 하지 못한다. 한편 아름이를 남몰래 좋아하던 엄 도령은 아름이와 공찬이가 친하게 지내는 것이 못마땅하자 “아름이와 공찬이는 닮았다. 그러니까 아름이는 노비의 후손이다.”라는 소문을 내고 다닌다. 그러던 어느 날, 아름이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아름이를 그리워하던 벼리서당 아이들은 아름이에게 줄 선물을 들고 무작정 국사봉에 올라간다. 아이들은 아름이에게 무사히 선물을 전할 수 있을까? 사라진 아름이는 노비 강공찬의 진짜 후손이었을까? (…) 흥미진진한 다음 이야기는 〈벼리서당 수상한 역사 이야기〉에서 만나는 것이 좋겠다.
역사적 사건과 연도만 외운다고 한국사 공부를 잘할 수 있을까요? 그보다는 왜 그런 일이 일어났는지 아는 것이 더 중요해요. 역사를 배우면서 스스로 생각하고 탐구하는 힘을 길러 보세요. 여러분도 모르는 사이에 멋진 사람이 되어 있을 거예요. 〈벼리서당 수상한 역사 이야기〉에 나오는 주인공들처럼요. 황은희(<그림으로 보는 한국사> 저자)
최근 한국사 열풍이 역사 교육 현장의 모습을 많이 바꿔 놓았습니다. 여기저기에서 한국사가 중요하다고 말하는데, 한국사를 왜 배우냐고 물어보면 대답을 못합니다. 그 질문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 본 뒤에 빗살무늬토기나 청동검을 배워도 늦지 않을까요? 이 책을 통해 저 또한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했습니다. 김은아(한국체험학습강사협회 교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