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진지하게 생각해보았다. 우리는 대화를 통해 서로의 의견을 정확히 이해시킬 수 있을 까? 불행히도 그것만큼 위험한 생각도 없다. 마음속에 있는 생각은 말을 통해 밖으로 전달될 수 있는 것이 아니다. 자기 안에 있는 생각을 온전히 표현할 수 있는 말은 이 세 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아무리 많은 말을 했다고 해도, 그것은 단지 뭔가를 표현하려고 노력했다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타인이 자신의 말을 온전히 이해하는 경우는 단 하나, 사랑의 기적이 일어났을 때만 가능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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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나에게 가장 아름다운 집과 훌륭한 자동차의 모형을 보여주었지만, 정작 그곳에서 살고 그 자동차를 운전할 사람에 대해서는 설명해주지 않았으니, 가장 중요한 것을 빠뜨렸다고 생각하지 않으세요?
--- p.33
사랑을 받으려고만 하면 그 사랑은 오히려 더 가난해진다. 반대로 사랑은 주면 줄수록 더 크게 성장할 수 있다. 그러나 나의 모든 것을 받아들일 수 있는 누군가가 존재해야 한다. 다만 나의 것을 주고도 언제나 잃기만 한다면 그것은 사랑 을 주는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상실하고 있는 것이다.
--- p.41
“음, 아직까지 너는 나에게 수만 명의 어린 소년들과 아무 차이가 없는 그냥 어린 소년에 불과해. 난 너를 필요로 하 지 않고, 너는 나를 필요로 하지 않아. 나도 너에게는 수만 마리의 여우들과 전혀 다를 바 없는 한 마리의 여우일 뿐 이지. 그렇지만 네가 나를 길들인다면 우리는 서로 필요로 하게 될 거야.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세상에서 유일한 친구가 되는 거지…….”
--- p.57
돌이켜보면 함께 이겨낸 고난이 언제나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었다. 야간 비행과 찬란하게 빛나는 수많은 별들 속에서 몇 시간 동안 맛본 황홀한 광경은 돈으로는 절대로 살 수 없는 것들이었다. 위험한 비행을 마치고 다시 만나는 땅, 나무, 꽃, 여인, 미소들……. 싱그러운 생명력으로 채색되어 아침이면 우리에 게 새로운 선물을 안겨주며 우리의 노고를 위로해주는 작은 음악회와 같은 것은 절대로 돈으로 살 수 없는 것이다.
--- p.77
육체가 쓰러지면 그전에는 깨닫지 못했던 것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인간은 관계의 덩어리라는 것을, 오직 관계만이 인간을 살게 한다는 것을. --- p.85
잃어버린 동반자의 자리를 메워줄 사람은 아무도 없다. 지난 시절 알았던 사람을 인위적으로 만들어낼 수는 없다. 함께 나누었던 추억의 보물보다 더 소중한 것은 없다. 서로 노여워했던 것, 의견이 맞지 않아 충돌했던 것, 화해를 하고 가슴 따뜻하게 위로해 주었던 순간들, 그런 깊은 정은 그 어떤 것으로도 대체할 수 없다.
--- p.90
받기에 앞서 주어야 하고, 살기에 앞서 집을 지어야 한다. 나는 내 동료에 대한 사랑을 마치 어머니가 젖을 줌으로써 자기의 사랑을 완성했듯이 나의 피를 내어줌으로써 완성 하고자 노력했다. 여기에 사랑의 신비가 있는 것이다. 그러므로 사랑을 완성하려면 희생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 p.106
나는 사랑이 없으면 도저히 살 수 없을 것 같다. 지금까지 사랑 없이는 그 어떤 말도, 그 어떤 행동도 하지 않았고, 글조차도 쓰지 않았다.
--- p.1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