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요, 여신님이 왜 한국에 왔고, 어째서 하고 많은 아이들 중에 나를 수학 천재로 만들어 주겠다는 건지 모르겠어요. 솔직히 당황스러워요.” “호호. 한국은 장차 수학 대국이 될 수 있는 나라야. 음, 한국이 IT강국이 된 것은 우연이 아니란다. 한국인은 매우 똑똑하거든. 근데 안타깝게도 아직 노벨 과학상이나 필즈상 수상자가 한 명도 없어. 그리고 너를 고른 이유는 말이야……. 적당히 머리가 안 좋기 때문이야. 호호호. 딱 너 정도의 아이가 필즈상을 받게 된다면 전 세계 모든 학생들이 수학에 자신이 생기지 않겠어? 그렇게 되면 장차 내 왕국도 번영하고 말이야.” 이건 뭐 웃어야 할지 울어야 할지 모르겠다. --- p.24
지갑에 들어 있는 돈도 그냥 종이로 보였다. 대충 몇 장 꺼내서 건넸다. “어? 손님, 너무 많이 주셨어요. 1500원인데…….” 점원은 종이를 두 장 돌려주더니 동전 하나를 거슬러 주었다. ‘정말 수학 바보가 됐구나. 수에 관한 모든 기억이 사라졌어.’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자 덜컥 겁이 났다. 매소피아의 보복으로 수학과 관련된 것은 아무것도 알 수 없게 된 것이다. 앞으로 어떻게 살지? 수학이 없어도 아무 상관없을 줄 알았는데 일상생활조차 안 되는구나. 지금껏 난 온통 수학에 둘러싸인 생활을 해 왔던 거야. 후유. 멍하니 공원 벤치에 앉아 있자니 뇌 속에 흰 구름이 가득 찬 느낌이 들었다. --- p.41
“그러면 벽돌 한 개를 둘로 나누면 얼마냐?” “두 개요.” 대답했지만 무슨 꿍꿍이속이 있는 같아 긴장이 된다. “그것을 더하면?” “1+1=2지요.” “처음 하나 즉, 1의 벽돌이 두 조각이 되고 이들을 합하니 1+1=2가 되었다니 이상하지 않는가?” 드디어 올 것이 왔다. 짓궂게 무슨 문제가 이런가? 나는 마술사가 모자에서 비둘기를 내놓은 광경을 본 것 같은 기분이 되었다. “그런 것은 수학여신이 책임져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난 몰라요.” “아니다. 그게 모순은 아니야, 넌 초등 수학을 얕보고 있는데 처음 한 개의 벽돌을 두 개로 나눈 것은 ‘1÷2= 1 2’, 1 나누기 2가 된 것이다.” --- p.129
해냈다! 나는 의기양양하게 마소피아를 쳐다보았다. 그런데 그녀의 표정이 영 찝찝하다. “뭐가 잘못되었나요?” “아니, 어. 답은 맞았지만 포인트를 놓쳤어. ‘전체’를 한눈에 놓고 생각하라니까!”/ “네? “호호. 너도 의외로 고지식하구나? 문장으로 된 문제 중에는 모두 일일이 계산할 필요가 없는 경우도 있어. 순서대로 생각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앞서 말했던 ‘봉이 김선달 수학’에서 얻은 요령처럼 시야를 넓게 가지고 보면 의외로 간단히 풀린다. 50,000원짜리 지폐를 100,000원으로 착각했으니 거스름돈이 얼마든 당연히 원래 받아야 할 돈보다 50,000원 더 받았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