햇볕이 뜨거웠다. 아스팔트로 이어진 도로에 아지랑이가 올라오는 것처럼 시야가 흐릿하다. 수정은 막 집에 들어서기 전, 주차장으로 이어진 쪽문을 열어 보았다. 스피드를 즐기는 주인의 취향을 반영한 벤틀리, 람보르기니, 마세라티, 부가티, 네 대의 차가 가지런히 서 있다. 그 얘기는 집에 그가 있다는 뜻이다. 제길. 미간을 찌푸리던 수정의 눈에 또 다른 낯선 차 한 대가 보였다. 타오르는 화염처럼 붉은빛의 페라리. “흠.” 수정은 목덜미를 긁적였다. 집 안에 들어서면 자신의 눈을 덮칠 광경이 어떤 것인지 알 수 있었다. 수정은 등에 메고 있던 가방을 뒤적이며 주차장을 나섰다. 다시 현관 앞에 서서 문에 열쇠를 집어넣는 그녀의 귀에는 큼지막한 헤드폰이 씌워져 있었다. 고막을 진동시키는 음악 소리를 들으며 수정은 집 안에 들어섰다. 꽤 크게 음악을 틀어 놓았는데도 사이사이 간극에 여자의 신음 소리가 밀려 들어온다. 수정은 혐오감이 어린 검은 눈을 찌푸리며 곧장 부엌으로 향했다. Flo rida의 ‘Low’의 리듬에 맞춰 고개를 까닥이며 그녀는 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냈다. “들어오자마자 시작하셨네.” 나지막하게 중얼거린 수정의 시선은 거실 테이블 근처에 떨어져 있는 여자 속옷에 꽂혀 있었다. 이마에 맺혀 있던 땀을 건성으로 닦아 내며 수정은 컵에 따라 놓은 주스를 마셨다. 여자는 헤드폰 너머의 Flo rida와 경쟁이라도 하는 듯 목소리를 더욱 높였다. 불쾌감에 던져 버리고 싶은 컵을 꼭 쥔 채 수정은 한숨을 내쉬었다. 그때 바지 주머니에 꽂아 놓은 휴대전화가 부르르 떨며 벨 소리를 뱉어 내었다. “하필 이럴 때…… Hey, what's up?” 수정은 헤드폰을 뒤로 밀며 전화를 받았다. 에이미였다. - 저녁에 제리네 집에서 파티 있는 거 알지? 맥도 올 거야. 너 오냐고 묻던데? 콧소리를 흥흥 내뱉는 에이미의 말에 수정은 목덜미를 긁적였다. “글쎄. 지난번에 풀에 빠져서 죽을 뻔했던 기억이 있어서 제리네 파티는 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