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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경의 에로티시즘

안경의 에로티시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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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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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5년 11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223쪽 | 404g | 153*224*20mm
ISBN13 9788989351788
ISBN10 898935178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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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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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 프랑크 에브라르
1960년 파리 출생. 문학 및 공연예술 분야의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1986년부터 파리 7대학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몸의 문제(죽음의 표현, 에로티시즘, 몸의 현대 미학 등)에 관심을 갖고 여러 분야에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 1980년대 초부터 아마추어 극단을 운영하면서 여러 편의 연극을 연출했다. 문학과 창작 일반에 관한 잡지 『콩트르 복스』를 창간하고 편집장을 역임했다. 저서로 『에로틱 문학 또는 쾌락의 글쓰기』『20세기 프랑스 연극』『그리스 신화와 신화학』『해체된 어린 시절』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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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은폐는 무엇보다 노출을 위한 핑계나 구실이 되기 쉽다. 감춰진 신체기관의 가치를 은근히 높이는 구실을 한다. 안경은 관습과 수줍음에 거짓 타협을 하고 눈의 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하는 것이다. 은폐와 폭로의 유희는 관능성과 관계된 새로운 기표를 아낌없이 사용한다. 안경은 눈을 감춤으로써 눈의 가치를 높인다. 그리하여 눈으로 하여금 결국 자기 자신이 아닌 다른 무엇을 떠올리게 만드는 안경은 호기심과 흥분을 일깨운다. 그것은 곧 수줍음과의 타협이요, 에로티시즘의 출발점이다.
―제1장 <유혹에 대하여> 중(47쪽)

검은 안경의 모호한 위상은 감춰진 시선이 역설적으로 주의를 끌며, 비밀은 폭로되기를 바라며, 익명은 알려지기를 요구하며, 신비는 있는 그대로 제공된다는 사실에서 비롯된다. 검은 선글라스나 색깔 넣은 안경은 얼굴의 신비를 향해 문을 열며,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스스로를 감추는 이미 본 얼굴 앞에서 뒤로 물러서고 망설이게 한다. 그렇게 되면 안경은 수수께끼를 던지고 답을 기다리는, 일종의 난해한 사물이 된다. 고대 중국의 판관들은 속을 드러내지 않으려고 연수정 렌즈 뒤로 시선을 감추었다. 안경은 그것을 쓰는 사람에게 자신의 감정들을 감추게 해주고, 평정을 지키는 듯한 허상을 제공하며, 욕망의 표현을 감추고, 타는 듯한 탐욕적인 눈길을, 이글거리는 눈빛을 지워버린다.
―제3장 <현기증과 거대한 8자> 중(125~126쪽)

이 책의 저자가 안경에서 읽어내는 것은 무엇보다 ‘사이’의 미학이요, ‘거리두기’의 책략이다. 그는 명료함과 흐릿함 사이, 보려는 욕망과 감추려는 욕망 사이, 날것 그대로의 현실과 미화되고 걸러진 현실 사이, 쾌락의 향유와 통제 사이를 넘나드는 안경의 유희를 간파해내고 있다. 이 책을 읽다 보면 안경이 ‘신비감 없는 밋밋한 세상’과 ‘관능적이고 경이로운 세상’을 잇는 마법의 사물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절로 든다.
―옮긴이의 말 <‘사이’의 미학> 중에서(21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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