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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휘의미론

어휘의미론

: 의미의 존재 양식과 실현 양상에 대한 탐구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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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호학/언어학 top100 16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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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5년 08월 30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356쪽 | 153*224*30mm
ISBN13 9788968172656
ISBN10 896817265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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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최경봉
원광대 국어국문학과 교수. 어휘의미론, 국어학사, 국어정책과 관련한 연구를 하면서, 『국어 명사의 의미 연구』, 『우리말의 수수께끼』(공저), 『우리말의 탄생』, 『한글에 대해 알아야 할 모든 것』(공저),『국어사전학 개론』(공저), 『한글 민주주의』, 『교양 있는 10대를 위한 우리말 문법 이야기』, 『의미 따라 갈래지은 우리말 관용어 사전』 등을 저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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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어휘 의미 연구의 목표와 전제



1.1. 어휘의미론에서의 세 가지 질문

어휘의미론 연구자들은 다음 세 가지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찾아 왔다.

① 사람들은 단어를 어떻게 기억할까?
② 사람들은 말을 할 때 단어를 어떻게 선택할까?
③ 사람들은 말을 들을 때 그 안에 쓰인 단어를 어떻게 해석할까?

어휘의미론 연구자들이 위와 같은 질문을 던지고 이에 대한 답을 찾으려는 이유는 뭘까? 단어를 기억하고, 단어를 선택하여 활용하고, 이를 해석하는 과정에 어휘 의미의 본질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1) 단어의 기억 작용에 대한 어휘의미론적 탐색

첫 번째 질문은 세 가지 질문 중 가장 오래되었고 일반화된 것이다. 이 질문에 대한 대답이 완벽할수록 두 번째와 세 번째 질문에 대한 대답도 완벽해질 수 있다.
국어 시간이든 외국어 시간이든 어휘력을 키운다는 명목으로 했던 활동들을 떠올려 보자. 기본적인 활동 중 하나가 비슷한 말과 반대말을 찾거나 어근을 중심으로 단어들을 묶어보는 것이었다. 이처럼 한 단어가 다른 단어와 맺는 체계적인 관계를 포착해 가르치는 것은 단어들을 효율적으로 기억시키기 위한 전통적인 어휘 교육 전략이다. 언어 교육이 발전하면서 어휘의 관계망을 구축하는 시도도 다양하게 이루어졌고, 이는 궁극적으로 단어의 기억 작용에 대한 어휘의미론적 탐색을 심화하는 데 기여하였다.
이러한 흐름에 따라 어휘의미론 연구에서 어휘의 의미관계, 의미영역, 의미장, 의미망 등의 개념이 부각되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어휘의미론자들이 주목했던 것은 어휘의 관계망 자체가 아니라, 어휘 관계망의 형성 원리와 어휘 관계망의 의미론적 역할이었다. 이는 어휘의 관계망을 화자의 언어 의식 및 언어능력과 관련지어 바라보게 된 것을 의미한다. 자연히 머릿속사전에 대한 관심이 높아질 수밖에 없었다.

2) 단어의 선택과 해석 작용에 대한 어휘의미론적 탐색

어휘의 관계망은 단어의 기억 작용을 설명하는 데에만 필요한 것이 아니다. 어휘의 관계망에 대한 정보는 문장을 구성하고 해석하는 데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한다. 쉬운 예로, 주어와 서술어의 관계는 기본적으로 문법적 관계이지만, 화자가 주어와 서술어를 선택할 때 의식하는 것은 주어와 서술어로 쓰이는 단어 사이의 의미적 호응이다. 이는 청자가 단어를 해석할 때도 마찬가지다. 서술어의 의미를 해석할 때는 주어나 목적어 등의 의미에 영향을 받고, 주어나 목적어 등의 의미를 해석할 때는 서술어의 의미에 영향을 받는다. 이러한 의미적 호응이 주어, 목적어, 서술어 등 필수성분들 사이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문장을 구성하고 그 의미를 해석하는 데에서 수식어와 피수식어 간의 의미적 호응도 중요하기는 마찬가지이다. 다음 예문을 보자.

(1) 폭풍우에 건물이 ____________________.(쓰러졌다, 무너졌다)

폭풍우에 _________이 무너졌다.(풀, 건물)

위의 예문에서 ( ) 안에 있는 단어 중 어떤 단어를 선택하느냐에 따라 문장의 의도와 그에 대한 해석은 달라진다. 일반적으로는 ‘무너졌다’와 ‘건물’이 선택될 테지만, ‘건물이 쓰러졌다’는 ‘폭풍우’를 원인으로 하여 ‘건물이 무너지는’ 모습을 실감나게 표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풀이 무너졌다’에서는 ‘무너지다’와 ‘풀’의 의미를 호응시키면서 ‘풀’의 의미를 ‘식물로서의 풀’이 아닌 ‘건초더미로서의 풀’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런데 문장 구성에서 단어들 간의 선택과 결합 관계를 문맥 독립적인 차원에서 접근할 수도 있다. 즉, 의미적 정합성과 문법성을 별개의 문제로 보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촘스키(N. Chomsky)의 유명한 예문 “Colorless green ideas sleep furiously.”를 떠올려보자. 촘스키는 이 예문을 통해 의미적 정합성과 관계없이 작동하는 통사구조의 독립성을 강조한 바 있다. 그러나 문장을 구성하는 한 성분의 의미가 다른 성분의 의미와 상호 작용하여 발현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문맥 독립적인 단어의 선택과 결합 관계는 인정하기 어렵다. 문법성이 인정된 문장이라면 구성 단어들 간의 상호 작용을 통해 문맥적 의미가 발현되기 마련이다. 따라서 문법적으로 일탈한 문장은 확정할 수 있지만 의미적으로 일탈한 문장은 다음과 같은 이유에서 확정하기 어렵다. 단어의 의미가 고정되어 있다고 보는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볼 때 의미적 일탈은 의미 작용을 설명하는 중요한 개념이었다. 이 책에서는 이러한 관점을 탈피하여 논의를 전개하고자 하는데 이와 관련한 이론적 논의는 어휘의미론의 연구사와 관련되기에 뒤에서 논의하기로 한다.

첫째, 위 문장의 한국어 대역문인 “색깔 없는 푸른 생각들이 격렬하게 잠잔다.”를 보면, 이 문장은 언어 상황에 따라 새로운 의미로 해석될 가능성이 열려 있다. 즉, ‘진부하고 현실성 없는 생각을 참신한 생각인 양 떠벌리는 사람을 비꼬아 말하는 상황’이라면, 이 문장의 구성 단어 간 관계는 반어적 의미로 새롭게 해석될 가능성이 있다.
따라서 어휘의미론에서는 일반적인 선택 경향을 수렴하여 단어의 의미를 개념화하는 동시에, 특정 문맥에서의 단어 간 선택 관계를 포착해 단어 의미의 해석 가능성을 보여줘야 한다. 통사론 중심의 관점에서 볼 때 문장 내에서 단어 간 의미관계는 언어 작용의 본질을 규명하는 데 부차적인 문제일 수 있지만, 대화 상황에서의 의사소통 문제를 중심에 놓고 볼 때 단어 간 의미관계는 언어의 핵심적인 작동 원리가 되는 것이다.
둘째, 문장의 틀은 문장에서 핵이 되는 서술어의 의미와 긴밀히 관련된다. 문장에서 서술어로 쓰이는 동사의 의미역이 문장의 구조를 결정하고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들의 성격을 규정하는 것이다. 이때 동사가 지시하는 사건의 내용과 이와 관련한 세상사의 지식은 동사의 의미역뿐만 아니라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 간의 의미관계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다음 문장을 보자.



(2) 문장: 그는 기차에서 승객들에게 김밥을 팔았다.
의미역: [행위자역] [장소역] [수혜자역] [대상역]

‘무엇을 판매하는 행위로부터 일어나는 사건’의 내용에 따라 동사 ‘팔다’의 의미역이 결정된다. 그리고 대화참여자들은 동사 ‘팔다’의 의미역에 세상사의 지식을 관련지어 ‘팔다’와 다른 단어의 의미관계를 설정한다. 이로부터 ‘팔다’를 [가르치다]로 해석할 수 있는 여지가 생긴다.

(3) 문장: 그는 학교에서 학생들에게 지식을 팔았다.
의미역: [행위자역] [장소역] [수혜자역] [대상역]

(2)와 (3)에서 ‘팔다’의 의미역은 동일하지만, 대상역이 ‘김밥’이냐 ‘지식’이냐에 따라 ‘팔다’의 문맥적 의미가 달라진다. 실세계에서 ‘김밥’과 ‘지식’의 속성이 다르기 때문에 이 두 대상이 ‘팔다’와 맺는 의미관계가 달라지는 것이다. ‘김밥’과의 관계에서 ‘팔다’는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의미를 띠지만, ‘지식’과의 관계에서는 ‘팔다’에 소유권을 이전한다는 의미가 없다. 따라서 ‘지식을 파는 행위’와 ‘김밥을 파는 행위’가 다르게 이해된다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설명하려면 단어 간 의미관계를 문맥에 따라 재구성할 수 있을 만큼 단어의 의미 정보를 상세화하거나 체계화하는 것이 필요하다. 여기에는 ‘상거래’와 ‘교육’의 장을 연결 짓는 은유 작용까지도 포함된다.
게다가 통상적인 문법규칙에서 벗어나는 문장을 구성했음에도 이를 해석하는 과정이 자연스럽게 이루어지기도 한다. 이러한 현상은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 사이의 의미적 상호 작용이 복합적으로 이루어짐을 보여준다.

(4) 그는 여름방학에 소설을 _______________기로 했다.
(읽 / 시작하)

위 예의 밑줄 친 부분에 어떤 단어를 선택할 것인가? 대부분은 ‘읽’과 ‘시작하’ 중에서 ‘읽’을 선택할 것이다. 문법적으로 볼 때, ‘소설’을 목적어로 취할 수 있는 동사로는 ‘읽다’가 적절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시작하’를 선택할 경우에도 우리는 이를 자연스러운 문장으로 받아들인다. ‘시작하다’가 통상적으로 보문을 요구한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이는 특이한 현상이다. 그런데 이러한 선택이 가능한 이유는 뭘까? 문장 내에서 구성 단어 ‘시작하다’의 의미 해석을 폭넓게 하는 작용이 이루어지기 때문이다.
위의 문장에서 ‘소설을 시작하기로 했다’는 [소설을 쓰기로 했다]로도, [소설을 읽기로 했다]로도, 경우에 따라선 [소설을 출판하기로 했다]로도 해석할 수 있다. 이는 화자와 청자가 ‘작가의 창작 행위, 출판 공정, 독서’ 등의 정보를 ‘소설’의 의미로 구성하여 머릿속사전에 기억하고, 이를 근거로 문맥 의미를 생성하고 해석한다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지나칠 수 없는 문제는 의미를 실현하고 해석하는 폭이 언어사용자의 기억에 따라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단어의 의미 작용을 설명하려면 문장을 구성하는 단어의 의미 정보를 상세화하거나 체계화해야 한다. 그런데 문맥 환경을 생각하면 이러한 의미 정보는 상상할 수 없을 만큼 복잡하고 방대한 지식기반과 연결된다고 가정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머릿속사전에 기억된 의미 정보가 언어상황에서 환기되는 메커니즘을 가정한다면, 지식기반의 규모와 복잡성을 강조하는 것만으로는 단어의 의미 작용을 합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다. 거대한 지식기반이 대화 상황에서 곧바로 환기되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이론적 대응은 대체로 세 가지 방향에서 이루어질 수 있을 것이다. 첫째는 방대한 의미 정보를 저장하고 활용할 수 있는 인간의 인지체계를 가정하는 것이다. 둘째는 지식기반과 연계된 체계적인 의미 정보가 머릿속사전에 저장되어 있다는 가정을 포기하는 것이다. 셋째는 머릿속사전에 제한적인 의미 정보가 저장되어 있고 이를 기반으로 문맥 의미를 생성한다고 가정하는 것이다.
이 책에서는 어휘의미론 연구사에서 위와 관련한 이론적 대응이 실제 어떻게 이루어졌는지를 소개하면서 합리적인 관점을 도출하고자 한다. 이 책에서 설명하고자 하는 것은 두 가지다. 첫째는 단어들의 관계망과 머릿속사전의 작동 원리를 탐구하여 ‘단어를 기억하는 메커니즘’을 밝히는 것이다. 둘째는 문맥에서 실현되는 단어의 의미를 관찰하여 단어의 선택과 해석에 작용하는 요인을 밝히는 것이다. 단어를 기억하는 메커니즘을 밝히는 과정에서는 의미의 존재 양식을 설명할 것이며, 단어의 선택과 해석에 작용하는 요인을 밝히는 과정에서는 의미의 실현 양상을 설명할 것이다.


1.2. 어휘 의미 연구와 관련하여 전제해야 할 사항
1) 단어와 어휘

앞 절에서는 단어의 기억, 선택, 해석에 대해 설명하면서 어휘의미론의 과제를 이야기했다. 그런데 이 대목에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다. 왜 단어의 기억, 선택, 해석을 이야기하면서 이에 대한 연구를 단어의미론이 아니라 어휘의미론이라 했을까?
단어 또는 낱말은 개별적인 언어 단위를 가리키는 말로, 집합적인 의미를 지닌 어휘(語彙)와 엄밀하게 구분해서 사용해야 한다는 주장이 있는 현실에서 어휘의미론이란 명칭은 혼란스럽게 느껴진다. 그러나 언어의 용법이 혼란한 데에는 대체로 그럴 만한 곡절이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듯이, 어휘의미론이라는 명칭이 일반화된 데에도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이는 일차적으로 어휘와 단어의 개념을 정립하는 문제와 관련된다.
어휘 의미와 단어 의미를 구분하는 문제는 어휘론의 정립과 관련하여 여러 차례 논의되었다. 김광해(1993)에서는 어휘(語彙)와 단어(單語)를 구분할 것을 제안하면서, 어휘론은 집합으로서의 어휘를 대상으로 한 연구임을 밝혔다. 이에 따른다면 의미론은 개별 원소인 단어의 의미를 분석하고 그 특징을 밝히는 것이어야 할 것이다. 그러나 단어의 의미는 다른 단어와의 관련 안에서만 존재한다는 구조의미론적 관점에서 보면 단어 의미는 곧 어휘 의미이다. 즉, 어휘론의 연구 대상을 분명히 하기 위해서는 어휘와 단어의 구분이 필요하지만, 의미의 측면에서 본다면 단어의 의미는 다른 단어와의 관계 속에서 결정되는 측면이 있으므로 어휘 의미와 단어 의미를 엄격하게 구분하는 것이 반드시 바람직한 것은 아니다.
이와 같은 의미론 연구의 특성을 감안한다면, 의미론적 관점에서 이들을 거론할 때는 ‘단어 의미’보다 ‘어휘 의미’라는 용어를 사용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의미에 대한 연구가 아닌 경우에 한해서만 ‘단어’와 ‘어휘’의 구분이 필요할 것이다. 이러한 맥락에서 볼 때 ‘어휘의미론’은 단어의 기억, 선택, 해석의 양상을 설명하는 분야의 명칭으로 적절하다. 단어의 기억이 단어들의 관계망 속에서 이루어진다면, 단어의 선택과 해석 과정에 작용하는 머릿속사전의 의미 정보도 단어들의 관계망에 기반하여 구성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2) 문맥(context)

어휘 의미는 어휘체계에서 단어 간의 관계를 통해 결정되는 측면이 있지만, 의사소통 과정에서 어휘 의미는 문맥을 통해 실현된다고 할 수 있다. 이때 어휘 의미가 문맥을 통해 실현되는 양상을 보면 내재된 의미가 드러나는 측면과 새로운 문맥 의미가 생성되는 측면이 있다. 어휘의미론에서 문맥에 주목하는 것은 이 때문이다. 실제 최근 어휘의미론 연구 경향을 보면 문맥의 의미 작용을 어떻게 이해하고 이를 어떻게 체계화할 것인지에 논의가 집중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문맥에 대한 정의는 다양하게 이루어졌지만 이를 단순화하면, 문맥은 그 작용 범위에 따라 ‘언어적 맥락’과 ‘언어외적(상황적) 맥락’으로 구분된다. 언어적 맥락은 문장 내에서 언어 표현들이 관계 맺는 양상을 가리키며, 언어외적 맥락은 발화 상황에서 언어 표현들이 관계 맺는 양상을 가리킨다. 언어외적 맥락은 의사소통의 상황뿐만 아니라 사회문화적 관습과 정서적 태도의 양식까지를 포괄하는 개념으로 사용된다. 이때 언어적 맥락과 언어외적 맥락의 차이를 분명히 하기 위해 언어적 맥락에는 ‘문맥(文脈)’이란 용어를 사용하고, 언어외적 맥락에는 ‘화맥(話脈)’이란 용어를 사용하기도 한다. 최호철(2011)에서는 발화의 의미를 논하면서 ‘문맥’과 ‘화맥’을 구분하였다. 양명희(2007)에서는 국어사전의 동의어와 유의어가 어휘의미론의 어휘적 유의어가 아니라 문장에서의 교체가능성을 중시하는 문맥적 유의어라고 했는데, 이때의 문맥은 화맥과 구분되는 것으로 문장 조건을 뜻한다고 할 수 있다.

그런데 맥락 중심으로 의미를 파악하는 관점에서 보면, 언어적 맥락과 언어외적 맥락을 엄격히 구분하는 것은 그리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어휘 의미는 문장 단위에서의 의미와 연동되고, 문장 단위에서의 의미는 담화 단위에서의 의미와 연동되며, 이러한 의미 작용에는 사회문화적 배경까지 관여한다고 보기 때문이다. ‘언어적 맥락(문맥)’, ‘언어외적 맥락(화맥)’ 등의 용어가 다양하게 쓰이지만, 이러한 용어의 사용은 결국 ‘콘텍스트(context)’를 세분화하여 사용하기 위한 방책일 뿐이다. 따라서 이 책에서는 ‘문맥’과 ‘화맥’을 구분하지 않고 ‘문맥’이라는 용어만을 사용할 것이며, 언어외적 맥락을 특별히 구분하여 사용할 때에는 ‘문맥 상황’ 혹은 ‘화용적 상황’이란 표현을 사용할 것이다.

3) 머릿속사전과 어휘 의미의 표상

우리는 앞에서 제기한 세 가지 질문에 대한 답을 어떻게 찾을 것인가? 현재 어휘의미론의 논의에 기반한다면, ‘기억’ 그리고 ‘기억된 정보의 선택’이라는 머릿속사전의 작동 원리를 해명하면서 그 실마리를 잡아갈 수 있을 것이다.
‘머릿속사전’이란 용어가 부각된 것은 인지의미론이 등장하면서부터이다, 그러나 그간 구조주의와 생성주의 이론에서도 ‘어휘부(lexicon)’란 용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두 용어가 모두 어휘 정보를 기억하고 있는 부문을 가리킨다는 점에서 보면, ‘머릿속사전’과 ‘어휘부’는 같은 말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머릿속사전’이란 용어가 정보의 저장뿐만 아니라 저장된 정보를 환기하는 작용과 관련하여 사용되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목적상 ‘어휘부’란 용어보다 ‘머릿속사전’이란 용어를 사용하며 논의를 전개할 것이다.
구조주의 문법과 생성문법 이론에서 어휘부는 기본적으로 불규칙하고 특이한 것들의 목록이 저장된 곳이었음에 비해, 인지주의 이론에서 머릿속사전은 언어작용을 설명하는 데 활용될 수 있는 다양한 어휘정보가 체계적으로 저장되어 있는 곳이다. 그러나 문장 생성의 원리에 대한 생성문법 이론의 설명 축이 통사부에서 어휘부로 기울어지면서, 문장의 생성과 해석 규칙을 어휘부의 정보와 연관 지어 설명하는 경향이 일반화되었다. 자연히 어휘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어휘부의 실체에 대한 탐구도 심화되었다.
어휘의미론의 경향 또한 이와 같다. 현재 어휘의미론 논의에서 머릿속사전의 역할은 점점 중요시되고 있는데, 이는 언어작용을 설명하는 데 의미 정보가 핵심적인 역할을 하기 때문이며, 어휘 의미 정보를 문장의 생성 및 해석 과정과 연결 짓기 위해서는 정교한 머릿속사전을 가정해야 하기 때문이다. 머릿속사전은 어휘의 저장소일 뿐만 아니라 어휘 의미를 생성하고 해석하는 원리와 규칙이 내재된 곳인 것이다. 현재 머릿속사전의 역할을 강조하는 상황에서 머릿속사전과 관련한 논의의 쟁점은 머릿속사전에 등재된 어휘 의미의 성격과 관련된 것이다. 이는 단어의 다의성 또는 의미관계에 대한 논의를 통해 구체화되었다.

(5) ㄱ. 방에 사람이 두 명 있다.
ㄴ. 그가 학교에 갔다.
ㄷ. 그는 화분에 물을 줬다.
ㄹ. 그는 아침에 산에 올랐다.
ㅁ. 바람에 꽃이 졌다.

위의 예에서 조사 ‘에’의 의미는 다른 단어와의 관계 속에서, 그리고 상황에 대한 이해에 따라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다. ‘에’는 ‘처소(5ㄱ), 진행 방향(5ㄴ), 영향이 미치는 대상(5ㄷ), 시간적 지점(5ㄹ), 원인(5ㅁ)’ 등을 나타내는 말과 함께 오는데, 이는 ‘에’의 의미에 영향을 미친다. 그런데 ‘처소’를 나타내는 ‘에’ 사이에서도 의미적 차이를 발견할 수 있다.

(6) ㄱ. 방에 사람이 두 명 있다.
ㄴ. 마루에 의자가 있다.
ㄷ. 꽃병에 꽃이 있다.
ㄹ. 꽃병에 금이 갔다.

위의 예에서 ‘에’는 ‘처소’를 나타낸다고 할 수 있지만, 결합하는 명사의 속성과 서술부가 표현하는 상황과 관련지어 보면 ‘처소’의 의미를 세분할 수밖에 없음을 알 수 있다. ‘처소’는 입체적 공간 안에 물체가 완전히 들어가 있는 경우(6ㄱ), 평면의 공간 위에 물체가 있는 경우(6ㄴ), 입체적 공간 안에 물체가 일부만 들어가 있는 경우(6ㄷ), 물체 자체의 표면을 나타내는 경우(6ㄹ)로 나눌 수 있다.
여기에서 다음과 같은 의문이 생길 수 있다. 첫째, 이러한 의미적 차이가 발생한다면 ‘에’의 의미를 어떻게 규정해야 하는가? 둘째, 이러한 의미적 차이는 머릿속사전에 어떻게 표상되는가? 셋째, 위의 예에서 의미를 구분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방’, ‘마루’, ‘꽃병’ 등에 대한 백과사전적 지식은 어휘의미론의 탐구 대상이 될 수 있는가? 이에 대한 설명은 머릿속사전의 구성 및 작용과 관련하여 크게 세 가지 관점 아래에서 진행되었다.

머릿속사전과 관련한 논의의 쟁점
관점1. 머릿속사전에는 심층의 핵심적인 의미(=어휘적 의미)가 있고 이 의미를 기반으로 문맥적 의미를 산출한다. 어휘적 의미는 화용적 또는 백과사전적 의미와 구분된다.
관점2. 머릿속사전에는 문맥적 의미까지 포괄할 수 있는 의미가 기억되어 있다. 어휘적 의미는 화용적 의미 또는 백과사전적 의미와 구분되지 않는다.
관점3. 머릿속사전에 기억되는 독립적 의미는 없고, 사용 문맥에 따라 해석되는 문맥적 의미만 있다. 의미의 생성과 해석 기반은 머릿속사전이 아니라 문맥이다.

‘관점1’은 구조주의와 생성주의 이론에 기댄 것으로, 이 관점에서는 문맥적 의미를 어휘의미론의 연구대상에서 제외한다. 머릿속사전에 기억된 심층의 핵심적인 의미는 랑그(langue)의 영역이고, 문맥적 의미는 파롤(parole)의 영역이 되는 것이다. 따라서 문맥적 의미를 설명하기 위해서는 상황, 화자의 의도, 청자의 태도 등을 파악해야 하는데, 이 관점의 연구에서는 이를 의미론이 아닌 화용론에서 다뤄야 한다고 본다. 파롤이 언어학의 연구대상이 아니라고 봤듯이 문맥적 의미는 의미론의 연구대상이 아니라고 본 것이다.
‘관점2’는 인지 이론에 기댄 것으로, 머릿속사전에 기억된 어휘 의미가 백과사전적 지식에 해당한다고 본다. 사람들이 머릿속사전의 백과사전적 지식을 근거로 문맥적 의미를 유추하여 해석한다고 보는 것이다. 이러한 가정대로라면 머릿속사전에 기억될 의미 정보는 한정할 수 없을 만큼 방대해야 한다. 그러나 인간의 기억 용량에는 한계가 있다. 이러한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수 있을까? 인지의미론의 핵심 이론인 원형이론에서는 원형 의미를 토대로 의미 정보를 기억한다고 가정함으로써 이러한 딜레마를 피할 수 있었다. 이런 맥락에서 원형이론에서는 인간의 유추 능력이 강조된다.
‘관점3’은 ‘관점1’과 ‘관점2’에 대한 반작용이라 할 수 있는데, 머릿속사전의 기능을 최소화하고 유동적인 문맥의 작용에 주목하는 입장이다. 문맥으로부터 나오는 의미가 연구대상이므로 이 관점에서는 의미론과 화용론을 구분하지 않는다. 머릿속사전은 백과사전적 지식을 저장하는 기능을 하는 것이 아니라, 머릿속사전에 기억된 어휘적 지식을 백과사전적 지식과 연결해주는 기능을 한다. 백과사전적 지식을 제외한다는 점에서는 ‘관점1’과 같으나 심층에 있는 고정적이고 핵심적 의미를 가정하지 않는다는 점에서는 ‘관점1’과 다르다.
그렇다면 어휘 의미와 머릿속사전의 관계는 어떻게 설정되어야 하는가? 이 책은 이 질문에 대답하면서 어휘 의미 연구의 관점을 세우고, 의미 정보의 구성과 작용의 원리를 파악하는 목표에 접근한다. 앞 부분을 읽은 독자는 이미 알고 있겠지만 이 책의 관점은 관점2와 관점3의 중간 지대에 놓여 있다. 의미의 존재 양식을 탐구하는 데에서는 관점2에 가까우며, 의미의 실현 양상을 탐구하는 데에서는 관점3에 가깝다.
그런데 이 책의 관점을 명시하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위에 제시한 세 가지 관점이 출현한 맥락을 살펴보는 것이다. 언어학사에서 위 세 가지 관점은 대립하는 한편, 이론적 상호 작용을 통해 각자의 관점을 수정하고 보완해 왔다. 이는 세 관점의 차이가 줄어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따라서 이론적 상호 작용을 통해 각 이론의 관점을 수정하고 보완하는 양상을 살펴보는 일은 어휘의미론의 방향을 모색하는 데 반드시 거쳐야 할 단계이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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