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이 웃지 못하는 건 웃는 방법을 몰라서가 아니라 웃어지지 않기 때문에 못 웃는 것이다. (중략) 살아‘남기’위해서는 일단 살아‘가야’하며, 어떤 문제를 해결하려면 반드시 ‘해소’를 해야 한다. 정답이 아닌 ‘해답’을 찾고, 해결이 아닌‘해소’를 먼저 하는 것. 그것이 바로 ‘마인드힐링’의 출발이자 본질이다.”(들어가는 문 ‘왜 마인드힐링인가?’ 중에서)
마인드힐링연구소 윤재진 대표가 다양한 내담자들과의 상담을 통해 그들의 내밀한 고민과 깊은 상처, 그리고 그것을 극복하기까지의 과정을 보여주면서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고 충분히 그럴 권리가 있다고 위로하며 가슴으로 쓴 솔루션이자, 서로 다른 환경에서 관계를 맺고, 갈등하고, 상처를 치유하는 과정에 대한 회복서이다.
언제부턴가 우리 사회는 분노가 만연하게 되었고 상대방에게 상처 주는 일을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며 자신의 상처를 제때 회복시키지 못해 마음속 깊은 곳까지 멍들고 다친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은 사회가 되었다.
과연 그 원인은 무엇인가? 무엇이 우리로 하여금 분노하게 만들었는가? 그리고 모두의 마음 깊이 자리한 분노감정을 해소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 책의 저자 윤재진 대표는 정답을 찾기 전에 ‘해답’을 찾고, 해결을 하기 전에 ‘해소’를 하는 것이 먼저라고 지적하면서, 일찌감치 해소되었어야 할 너무 많은 상처들의 누적에 원인이 있었음을 지적한다.
“사람이 열심히, 부지런하게, 그리고 착실하게 살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버려야 하는 것들이 있다. 가장 먼저 버리는 건 ‘감정’과 ‘기분’이다. (중략) 그 대신 삭히는 것, 담아두는 것, 참는 것을 배운다. 표현하고 싶지만 표현하지 못하고, 말하고 싶은 게 있어도 차마 말하지 못한다. 꾹꾹 참고 눌러둔다. 이것을 평생 착실하게 반복한다. 그리고 어느 순간 미쳐간다. (중략) 이렇게 전파된 분노가 타인을 향해 폭발하면 각종 분노범죄가 되고, 자신을 향해 폭발할 경우 우울증이나 자살 등으로 이어진다.”(본문 중에서)
저자는 인간의 감정과 상처를 들여다보게 된 계기가 바로 자기 자신의 삶에서 나왔음을 고백한다. 어린 시절 아역배우를 거쳐 대학에서 연극영화를 전공하며 한때 전도유망한 배우의 길을 걷기 위해 빛나는 연극무대에 섰던 경험을 가지고 있는 저자는 경제적인 생활고, 그리고 남편과의 사별 등 연이은 불운과 불행을 겪으며 내적인 변화를 겪게 된다. 이후 연예 엔터테인먼트 회사를 거쳐 강사활동을 하게 된 저자가 본격적으로 시작하게 된 분야는 바로 인간의 마음을 보듬는 일이었다.
“처음 연극무대에서 맡았던 역은‘미친 여자’였다. 그땐 어린 마음에 화가 났다. ‘내가 미친 사람처럼 보였나? 예쁜 역을 안 주고 왜 하필 미친 여자야!’ 했었다. 한 번도 미쳐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막막했다. 일단 ‘미친’이라는 단어 때문에 역할에 애정이 생기지도 않았다. ‘미친 여자’라는 네 글자가 너무 싫었다.
그런데 가만히 그 네 글자를 쳐다보고 있다가 문득 깨달았다. 띄어쓰기를 하지 않고 ‘미친여자’를 한 단어로 보고만 있다는 걸 알았다. 그때 뭔가 뒤통수를 치는 기분이 들었다. 다시 단어를 떼어서 보았다. ‘미친, 여자.’ 그리고 두 단어를 각각 다른 종이에 적었다. 오른 손에는 ‘미친’, 왼손에는 ‘여자’라는 종이를 얹었다. (중략) ‘여자’와 ‘미친’ 사이에는 ‘왜’라는 의문을 불러일으키는 사건이 있는 것이다. 그때부터 내가 맡은 배역에 대해 안쓰럽다는 느낌이 들면서 정이 스미기 시작했다.” (본문 중에서)
이처럼 저자 자신의 인생경험을 통해 ‘연극무대 + 심리치료’의 특수성을 접목함으로써 몸소 깨닫게 된 진리는 바로 다음과 같은 구절에서 엿볼 수 있다.
“사람은 누구나 괴물 한 마리씩을 키우고 산다. 다만 안 들키기 위해 감추고 안간힘 쓰고 살 뿐이다. (중략) 요즘 우리 사회에는 내면에 무서운 괴물을 키운 채 살아가는 사람들이 너무나도 많다.”
“누구나 다 미칠 수 있다. 누구나 다 어리석을 수 있다. 누가 알아주지 않고, 진심을 다했는데 몰라주면, 누구나 다 미치고 어리석어진다.”
“분노를 방치하고, 방치되어 곪은 분노가 마침내 엄청난 파괴력을 갖고 폭발이 되게 하는 방법은 아주 간단하다. 감추고, 덮어두고, 아니라고 하는 것이다. 그리고 시간을 오래 끌어 장기화시키는 것이다. 감춰두고 덮어두는 시간이 오래되면 될수록 어느 한 순간 터지는 파괴력은 더욱 강력해진다.” (본문 중에서)
불운한 경험들을 오히려 전화위복 삼아 딛고 일어서서 심리상담 및 연극치료, 위기협상롤플레잉 전문가 등으로 종횡무진 활약하게 된 저자는 이 책을 통해 이 시대를 사는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상처, 분노 등의 감정을 어떻게 회복시킬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기술한다. 또한 전문 상담가이기 전에 인생의 아픔을 몸소 겪고 극복해본 한 사람으로서 수많은 내담자들에게 진심으로 공감하고 마음으로 위로하려 했던 경험담들을 감동적으로 풀어놓는다.
“그들을 상담하면서 마치 내 동생이나 가족의 일인 듯 가슴이 아팠다. 얼마나 고통스러웠을까? 얼마나 차라리 죽고 싶었을까? (중략) 군대나 학교처럼 폐쇄된 조직의 수직적 문화 속에서 점점 잔인해지고 교묘해지는 폭력성을 개선시키고 사라지게 한다는 것은 굉장히 어려운 문제일 것이다. 너무나도 조직적으로 퍼져 있고 만성화되어 있기 때문이다.”
“역할극을 통해 (중략) 서로 몰랐던 모습을 시각적으로 보게 하고, 역할 교대를 통해 상대방의 입장을 체험하도록 하였다. (중략) 상대방을 역지사지로 이해하려면 머리로만 이해해서는 부족하다. 머리로 이해하는 것이 아니라 직접 와 닿아야 한다. 마음으로 와 닿는 역지사지가 사람을 성숙하게 해준다.”
이와 같은 저자의 이야기들을 따라가다 보면 감정회복의 문제란 더 이상 일부 소수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 모두가 지금 이 순간도 겪고 있는 일반적인 문제임을 알 수 있다. 이에 저자는 요즘 사건사고 소식에 자주 등장하는 ‘싱크홀’을 인간의 마음에도 적용할 수 있음을 지적한다.
“도시의 땅 밑이 그런 것처럼 사람도 정기적인 마음검사가 필요하다. 마음이 울적하거나 우울증이 있는 사람도 당연히 검사를 하고 돌봐야 하겠지만, 겉으로 볼 때 쾌활한 사람, 성격 좋다는 소릴 들으며 밝게 웃는 사람, 정신없이 사는 사람들이야말로 필히 마음검사를 스스로 해야 한다. 밝고 괜찮아 보이는 사람들도 알고 보면 마음속 깊은 곳 군데군데에 구멍이 있을지도 모르기 때문이다. 그걸 방치하는 순간부터 구멍의 지름은 더 커지고 구멍의 숫자도 많아진다. 그리고 어느 순간 푹 꺼지면서 거대한 구멍의 실체를 드러낸다. (중략) 혹시 내 마음속에서 아주 작은 구멍이 하나라도 느껴진다면 그 느낌을 절대 무시하지 말아야 한다. “난 괜찮아.”가 아니라 오히려 “난 괜찮지 않아.”라고도 말할 수 있어야 한다. 내 마음속의 구멍을 무시한 채 겉으로만 애써 웃으며 “난 괜찮아.”라고 말하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싱크홀이 수만 개 만들어져버릴 수도 있다. 마음속이 구멍투성이가 될지도 모른다. 그러다 한꺼번에 무너지며 큰 사고가 날 수도 있다.” (본문 중에서)
“숨 막힌다는 말은 정확히 말해 ‘마음 숨’이 막혀버린 것이다. (중략) 숨이 막혀 금방이라도 죽을 것만 같다는 불안이 확신으로 가는 동안 우리 몸에서 실제로 에너지와 영양분이 소멸된다. 마음의 병이 몸의 병이 된다. (중략) 마음의 ‘고도 분노’와 ‘고도 응어리’도 감량을 하려면 도움이 필요하다. 내면을 외현화시켜서 감량시켜주어야 진짜 본질의 ‘나’를 비로소 만날 수 있다. 결국 상담이란 ‘감정을 감량’할 수 있게 해주는 작업이다.‘마음 숨’이 막히지 않도록, 마음속이 ‘고도 분노’의 상태가 되지 않도록 말이다. (중략) 성질내는 사람은 아픈 사람이다. 몸이 아프고 마음이 아픈 사람이다. 아픈데 내 맘대로 할 수 없어서 계속 아픈 사람이다.” (본문 중에서)
이를 바탕으로 한 이 책의 구성은 다음과 같다.
1장에서는 우리 사회를 분노사회로 만들고 분노와 관련된 각종 무서운 사건과 범죄를 양산하게 한 원인에 대해 돌아보면서, 일부 상류층의 비뚤어진 ‘갑질’의식을 꼬집고 사회 전반에 확산된 분노를 해소할 안전한 계기를 찾아야 함을 강조한다. 이를 위해 우리를 분노하게 하는 사회구조와 현실에 대해 돌아보는 내용이 담겨 있다.
2장에서는 군대 문화 등으로 대표되는 폐쇄적인 수직구조, 성공을 위해서는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는 성공지향 교육이 사람들의 마음에 거대한 ‘싱크홀’을 형성하는 원인이 되었음을 지적하면서, 상처와 불안과 분노가 해결되지 않은 채 쌓이면 반드시 거대한 문제가 되어 폭발할 것임을 경고하고 있다. 묵은 감정을 반드시 해소시켜야 할 필요성을 역설하면서, ‘살아남기’에서 ‘살아가기’로 마음의 패턴을 건강하게 바꾸어야 함을 강조하고 있다.
마지막 3장에서는 모레노의 ‘사이코드라마’ 즉 심리극을 통한 치료과정의 실제 사례를 통해 내면에 억압되어 있던 분노, 불안, 트라우마를 직접 대면하는 탁월하고 효과적인 감정회복치유과정을 간접적으로 경험해본다. 심리극의 3단계(1단계 워밍업, 2단계 행위화, 3단계 나눔)가 어떻게 진행되는지 알아보고 심리극이 무엇이며 어떻게 치유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지를 생생하게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저자는 ‘힐링도 연습이 필요하다’는 의미 있는 메시지를 남기며 “스스로 기회를 만들고자 한다면 해소할 기회는 반드시 생긴다.”고 강조한다. 다음과 같은 저자의 맺음말은 독자에게 자못 큰 여운을 남기며 감정회복 솔루션이라는 독서체험을 제공할 것이다.
“절망 속에도 분명 희망은 있다. 그때 아팠던 게 지금은 나에게도 보람이고 타인에게도 보람이 되어준다. 내가 겪은 아픔이야말로 ‘마인드 힐링’ 전문가로서 강의와 상담을 할 수 있게 된 희열의 씨감자다.” (맺음말 ‘절망 속에도 희망은 있다’ 중에서)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