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출간일 | 2001년 10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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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쪽 | 210*240*15mm |
ISBN13 | 9788982814280 |
ISBN10 | 8982814280 |
출간일 | 2001년 10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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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28쪽 | 210*240*15mm |
ISBN13 | 9788982814280 |
ISBN10 | 8982814280 |
하나라도 백개라니…. 철학적인 동화일까? 아니면 마법을 이야기하는 걸까? 궁금증을 자아내게 합니다. 사과상자 위의 탐스런 사과 하나를 보고 여러분을 무엇을 생각하셨나요? 우리 아가의 발그레한 볼? 아니면 개구쟁이 원숭이? 이 이야기는 같은 사과이지만 관점에 따라 사과는 제각기 다르게 보인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습니다. 깔끔한 모노톤에 한 입 베어물고 싶을만큼 예쁜 다홍빛 사과가 눈길을 끕니다. 이 사과는 어떤 사과일까요? 사과 앞을 지나치는 사람들은 저마다 생각을 합니다. 농부, 의사, 화가, 작곡가등 모두 자기에게 익숙한 눈길로 사과를 바라보지요. 어쩌면 그냥 한 개의 사과는 사람들의 하나의 눈길에 큰 의미를 가지게 된 걸지도 모릅니다. 마지막 장에는 소풍 돗자리에서 보여지는 사과의 모습입니다. 그런데 이 사과는 여러가지 다른 사물들의 색깔과 뒤섞여 있어, 눈까지 시원해 지는 느낌입니다. 다양한 생각의 나라는 바로 이런 색일까요? 생각의 편식에 빠진 아이들에게 관점과 생각의 차이를 보여주는 이 이야기를 통해 하나의 사물을 다양하게 보고 생각할 줄 아는 능력을 기르게 해 주세요. |
가게 앞에 있는 사과 한 개를 쳐다보고도 이렇게 많은 사람들의 생각이 한편으로는 아주 애틋하게 느껴지더라구요. 특히 가게가 너무 허름하게 지어졌다거나 문이 좀 넓게 지어졌더라면 장사가 아주 잘 되었을 거라는 말을 들었을 적에는 자기 일 처럼 느껴지기라도 하는 것 같습니다. 동화같은 그림을 쳐다보게 되면 어른들도 아이들 못지않게 동심에 젖어드는 감성이 살아있다는 것에 아주 놀라서 동화책같은 그림책을 어른들이 많이 쓰고 그리고 하는 것 같습니다.
다 함께 즐기는 그림책 301
즐겁게 그리면 신나는 그림
― 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
이노우에 마사지
정미영 옮김
문학동네어린이 펴냄, 2001.10.8. 9000원
빨간 능금 한 알 곱게 나오는 그림책 《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문학동네어린이,2001)를 방바닥에 살그마니 놓으니, 큰아이가 들여다봅니다. 가만히 들여다보다가 척 하고 집어 아버지한테 읽어 달라고 가져옵니다. 다른 그림책도 살그마니 방바닥에 놓았으나, 여섯 살 큰아이한테는 능금 한 알 빨갛게 빛나는 그림 나오는 그림책이 가장 끌린 듯합니다.
아이한테 그림책을 읽어 주기 앞서 아버지가 먼저 읽었습니다. 보드라운 그림결이 퍽 곱구나 느끼면서 읽었습니다. 그러나, 그림책에 깃든 옮김글은 영 사랑스럽지 못합니다. 보드라운 그림결 흐르는 그림책에 금을 죽죽 긋기는 싫지만, 일부러 금을 죽죽 긋고 새 말을 적어 넣습니다. 흰종이에 새 글을 적어서 붙일 수 있는데, 이제 큰아이가 여섯 살인 만큼 ‘책으로 찍혀 나오는 글’이라 하더라도 잘못 적힌 글은 바로잡아서 읽을 때에 아름답다는 이야기를 넌지시 들려주는 셈입니다.
그림책 첫 줄 “동네 과일 가게 앞에 사과 한 개가 놓여 있었어(2쪽).”를 “동네 과일 가게에 사과 한 알이 놓였어.”로 바로잡습니다. 사과는 “가게 앞에”가 아니라 “가게에” 놓입니다. 또, 사과는 ‘알’로 세지 ‘개’로 안 셉니다. “놓여 있었어”는 한국 말투가 아니에요. “놓였어”로 적어야 올바릅니다. “-고 있다”는 영어 말투인 현재진행형을 어설피 한국말로 잘못 옮긴 말투입니다. 일본사람은 영어 현재진행형을 ‘中’이라는 한자를 써서 적습니다. 한국사람은 이런 일본말을 “먹는 중이었다”나 “가고 있는 중이다”처럼 잘못 옮기곤 합니다.
4쪽에서는 “쌩하니 뛰어가던 한 사람이 사과를 봤어.”가 나오는데, 이 글은 “쌩하니 뛰어가던 사람이 사과를 봤어.”로 바로잡습니다. “한 사람”처럼 쓸 자리는 따로 있습니다. 한국말로는 “한 사람”이나 “한 농부”나 “한 선생님”이나 “한 멋쟁이 아가씨”처럼 쓰지 않아요. 아이들한테 잘못된 말투로 읽어 줄 수 없으니 씩씩하게 금을 긋고 바로잡습니다. 5쪽에 나오는 “바쁜 걸 보니 저 사람은 회사원일 거야.”는 “바쁜 모습을 보니 저 사람은 회사원이야.”로 바로잡습니다.
6쪽과 7쪽에 걸쳐, “‘정말 탐스러운걸. 기름진 밭에서 자란 사과가 분명해.’ 알았다. 틀림없이 농부 아저씨들이야.”처럼 나오는데, 이 대목은 “‘참말 먹음직스러운걸. 기름진 밭에서 자란 사과가 틀림없어.’ 알았다. 틀림없이 농부 아저씨들이야.”로 고쳐서 읽습니다. 한국말은 ‘틀림없다’이고 한자말은 ‘分明하다’입니다. 두 쪽에 걸쳐 이 두 가지 낱말을 섞어 쓰는데, ‘틀림없다’로만 적으면 됩니다.
.. 이번엔 멋쟁이 아가씨가 다가왔어. “사과를 노래한 사람이 많지. 모두 이렇게 예쁜 사과를 보고 노래를 만들었나 봐. 그래, 나도 한번 만들어 봐야지.” .. (14쪽)
일본사람 이노우에 마사지 님은 능금 한 알을 놓고 수많은 사람들이 저마다 다 다른 이야기를 길어올리는 모습을 그림책으로 재미나게 보여줍니다. 참 그렇지요. 시골 흙일꾼은 시골에서 흙을 만지며 능금나무에서 능금 한 알 얻던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노래를 지어 부르는 아가씨는 능금알처럼 곱고 환하게 빛나는 열매를 마음속으로 아로새기며 곱고 환하게 빛날 만한 노래를 지으면 얼마나 즐거울까 하는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초등학교에 갓 들어간 어린 아이들은 봄나들이 가는 길에 무얼 싸 가면 즐거울까 하고 생각합니다. 감이며 배이며 능금이며, 아이들은 서로 다른 열매를 쌉니다. 능금을 싸 간 아이가 아삭 하고 소리를 내며 능금을 베어 먹습니다. 동무들은 ‘아삭!’ 하는 소리에 군침을 흘립니다. 감도 배도 맛나지만, ‘아삭!’ 하는 소리를 내지는 못해요.
참말 아이들은 온갖 것을 다 먹습니다. 열매도 먹지만 소리도 먹어요. 밥에서 영양소를 먹는 아이들이 아니라, 밥에서 사랑을 먹는 아이들이에요. 어른들은 사랑으로 밥을 차리고, 아이들은 사랑스러움을 밥으로 얻어요. 반찬 가짓수가 몇 안 되더라도, 아이들은 참 맛나게 잘 먹어요. 왜냐하면, 그야말로 아이들은 사랑받을 때에 즐겁게 웃거든요. 사랑받는구나 하고 느낄 적에 아이들은 환하게 웃으며 노래해요.
‘아삭!’ 하는 소리가 얼마나 즐거운데요. 능금을 수십 수백 알 그러모아 앞에 늘어놓아야 맛나지 않아요. 주머니가 가난해서 능금 한 알만 겨우 샀어도, 식구 숫자에 따라 작게 쪼개어 하나씩 나눈 뒤 서로서로 ‘아삭!’ 소리를 내며 빙그레 웃어 보셔요. 즐거움은 어깨동무에 있어요. 즐거움은 함께 살아가는 하루에 있어요.
.. 수업을 마친 아이들이 우르르 가게로 모여들었어. “난 감을 싸 갈 테야.” “난 사과.” “나는 배를 먹을래.” 어, 너희들 내일 .. (24∼25쪽)
비오는 날에는 비오는 소리를 들으면서 빗방울 떨어지는 마당을 조용히 쳐다봅니다. 대청마루에 아이들과 나란히 앉아 비를 한참 구경하며 즐겁습니다. 한참 비를 구경하다가 비를 그림으로 그립니다.
햇볕 쨍쨍 맑은 날에는 햇살이 어떻게 곱게 퍼지는가를 한참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햇빛이 밝아 꽃빛도 밝고, 햇볕이 따스해 들판에 나락 누렇게 잘 익습니다. 풀내음과 나락내음 듬뿍 들이마시면서 평상에 앉아 후박나무 그늘을 즐기다가, 또 종이를 꺼내 가을빛을 그림으로 담습니다. 아이도 그림놀이를 하고, 어버이도 그림놀이를 합니다.
잘 그려야 하는 그림이 아닙니다. 즐겁게 그리면 신나는 그림입니다. 잘 써야 하는 글이 아닙니다. 기쁘게 쓰면 아름다운 글입니다. 살림도 아이키우기도 언제나 맨 첫째로 손꼽을 대목은 즐거움이고, 웃음이며, 사랑입니다. 나는 그림책 《하나라도 백 개인 사과》를 읽으며 시골에서 아이들과 누리는 사랑을 어떤 빛깔로 그릴 때에 아름다울까 하는 생각을 싱글벙글 떠올립니다. 4346.9.28.흙.ㅎㄲㅅㄱ
(최종규 . 2013 - 시골 아버지 그림책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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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역은 엉망진창이지만, 책은 아름답기에 별 다섯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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