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이야기의 맛을 오롯이 살린 글과 그림

<이야기 서 말 깨동이>가 옛이야기 고유의 입말을 잘 살렸다는 점은 글을 쓰신 작가님들께 정말 감사하게 생각하는 부분입니다. 옛이야기는 이야기 고유의 말투와 표현 방식이 있습니다. 소설하고는 아주 다르지요. 옛이야기를 소설식으로 풀어내면 맛이 확 떨어게 됩니다. 상상의 재미를 살리면서 화소와 화소로 쭉쭉 나아가야 합니다. 그리고 중요한 부분에서는 말맛과 함께 운율까지 살린 반복 표현을 아끼지 말아야 합니다. <이야기 서 말 깨동이>에는 이러한 이야기식 서술과 표현법이 잘 살아 있습니다. 이야기 원고를 검토하면서 제가 힘주어 점검하고 북돋운 사항이기도 합니다. 책들을 소리 내어 읽어보면 이 시리즈가 얼마나 이야기 맛을 잘 살렸는지 실감하게 될 것입니다.

<이야기 서 말 깨동이>는 그림책입니다. 그림이 아주 중요합니다. 주목할 것은 그림을 잘 그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입니다. 이야기가 제대로 살아나게끔 그리는 것이 아주 중요합니다. 그간 수많은 옛이야기 그림책이 이야기에 맞지 않는 그림 때문에 역효과를 내곤 했다고 여겨왔습니다.
옛이야기는 '리얼리티'의 문학이 아니가 '상상'의 문학입니다. 옛이야기 그림책에서 그림을 마치 실물이 움직이는 듯 사실적으로 그리는 것은 어울리지 않습니다. 그런 그림은 오히려 아이들의 상상력을 제한하고 그림의형상에 갇히게 만들지요. 옛이야기 특유의 편안한 즐거움을 없애고 공포감을 줄 수도 있습니다. 사실성에서 자유로워져야 이야기다운 그림이 될 수 있지요. <이야기 서 말 깨동이> 70여권의 그림은 거의 예외 없이 편안한 상상력을 열어주고 이야기적 상징을 잘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이런 그림들이 저는 정말 좋습니다.

옛이야기는 시대를 뛰어넘는 보편성을 갖는 이야기입니다. 어떤 틀에 갇히지 않는 이야기이지요. <이야기 서 말 깨동이>의 이야기들도 대개 다 그러합니다. 이런 이야기들을 뒷받침하는 그림은 특정 시대나 지역에 갇히지 않는 자유로움이 필요합니다. <이야기 서 말 깨동이>의 그림들을 보면 무척 옛스러우면서도 현대적으로 보이는 면이 있습니다. 무척 한국적이지만 때로는 이국적으로 보이기도 하지요. 이런 그림이야말로 옛이야기의 보편성을 잘 살린 멋진 그림이라 할 수 있습니다. 덧붙여서, 한두 번 보면 금방 식상해지게 되는 틀에 박힌 '예븐 그림'이 아니라는 사실도 저로서는 정말 마음에 드는 부분입니다.

영혼을 위한 '밥'이 되기를

제가 이런저런 이야기를 해도 실은 크게 소용 있는 일은 아닙니다. 검증과 판단은 아이들이 하게 되어 있지요. 아이들이 두어 번 보고 만다면 그 책은 실패작이라 보아도 좋습니다. 한 열 번쯤은 찾아서 볼 수 있어야 제대로 된 책이라 할 수 있지요. 스무 번 서른 번까지 본다면 진짜로 제대로 된 책이라 할 수 있고요. 한 책을 100번 이상 보는 아이가 있다면, 그 이야기는 그야말로 최고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같은 책을 100번씩 보는 아이라면 장차 크게 될 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야기 서 말 깨동이>작업을 함께 할 수 있었던 데 대하여 고맙고 행복한 마음을 다시 한 번 전합니다. 이 책을 통해 세상의 많은 아이들이, 그리고 부모님들이 우리 옛이야기의 재미와 가치를 오롯이 체득할 수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리 될 것이라고 믿습니다. 이야기는 우리 영혼을 위한 갸륵한 '밥'이니까요. 감사합니다.

건국대학교 국어국문학과 교수 신동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