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중국인들에게는 황제가 생겼다. 그는 상제의 적자嫡子로서 세상에서 가장 강력하고 유일무이한 통치권을 가졌다고 규정되었다. 그 통치권에는 정책 결정권, 심사권, 입법권, 사법권, 감독권, 재판권이 다 포함되어 그야말로 세상의 모든 권력이 황제 한 사람에게 집중되었다. 이는 영락없는 중앙집권이었다. 그렇다. 여전히 논란의 여지가 있는 견해에 따르면 ‘China’는 사실 ‘진秦’의 독음이라고 한다. 이는 비록 확증이 없다 해도 비단과 자기로 ‘China’를 풀이하는 것보다 훨씬 더 상징적인 의미가 있다. 실제로 20세기 전까지 ‘China’는 사실상 진나라였다. 진 제국이라 불리지 않는 진 제국이었다. 이민족이 세운, 장수했거나 단명한 왕조들조차 예외가 아니었다. --- p.236
인류사회의 정치제도사는 전부 사람들이 어떤 힘에 의존해 자원을 지배하고 부를 분배해온 역사인 동시에 인류가 그 힘을 전환하고 지배와 분배의 방식을 조정해온 역사이기도 하다. 최초의 방식은 무력에 의존했다. 주먹이 세고 칼을 잘 쓰는 사람이 땅과 가축과 여자와 명예를 소유했다. 강하고 약함이 유일한 기준이었다. 이로써 수립된 것이 ‘무력사회’다. 무력사회는 야만적이었고 계속 발전할 수도 없었다. 어쩔 수 없이 칼을 내려놓아야 했다. 그런데 문제는 칼 대신 무엇을 손에 들어야 하느냐는 것이었다. 두 가지 다른 선택이 있었다. 일부는 주판을 손에 들었다. 이로써 수립된 것이 ‘재력사회’로서 자본주의가 그 전형적인 예다. 다른 일부는 권력의 지팡이를 손에 들었다. 그들은 권력을 근거로 상호관계와 각자의 몫을 결정할 것을 주장했다. 이로써 수립된 것이 ‘권력사회’이며 중화제국이 그 전형적인 예다. 어떤 집단의 무력이 세상에 적수가 없을 만큼 강력해지면 사회와 국가의 성질에 변화가 생겼다. 무력사회는 필연적으로 권력사회로 넘어갔고 방국도 필연적으로 제국으로 변했다. 제국은 권력사회의 성숙한 형식이자 전형적인 형식이었다. 그것의 특징은 독재였다. 독재는 필연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