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역 제19괘
임(臨) - 지도하되 군림하지 않는다
1대 99 사회가 되었는데……
인간의 영혼이 타락하고,
빈익빈 부익부 현상이 한계를 넘어 착취가 일상이 되면
구원자가 세상에 태어난다.
그의 역할은 의식이 깨어난 사람들이 용기를 가지고
고통받는 사람들 속으로,
세상의 낮은 곳으로 내려갈 수 있도록 용기를
주는 일이다(澤上有地, 臨, 君子以敎思无窮, 容保民无疆).
예수가 왔을 때 제자들이 그랬고,
붓다가 왔을 때 제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공자와 노자와 묵자의 제자들이 그랬던 것처럼.
1대 99 사회가 되었는데,
구원자가 오지 않으면 이상하지 않겠나!
臨, 元亨, 利貞, 至于八月有凶.
현장에 임한다. (지도하되 군림하지 않으니) 크게 형통하고 바르고 이롭다. 그렇지만 8월에 이르면(군림하게 되면) 흉하다.
澤上有地, 臨, 君子以敎思无窮, 容保民无疆.
연못 위에 땅이 있는 것처럼, 임(臨)의 군자는 땅 위에서 연못을 내려다보듯이 시민들을 가르치고 생각한다. 끝없이 시민들을 보호하고 포용한다.
(낮은 곳으로 내려가 민중을 보호하는 삶을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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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咸臨, 貞吉.
현장에서 기쁨과 슬픔을 함께하며 마음을 감동시킨다.
2. 咸臨, 吉无不利. 未順命也.
현장에서 몸을 낮춰 지도하니 어려울 게 없다. 그러나 아직 현장을 익히느라 자신이 해야 할 삶의 과제와 소명을 다 따르고 있지는 않다.
(한계가 있는 조건에서 상황에 따라 원칙을 조정하고 있다.)
3. 甘臨, 无攸利, 旣憂之, 无咎.
달콤한 말로 이끈다. 이로울 게 없지만, 근심하고 있다면 허물이 없다.
(자기 기반과 실력 없이 모두가 좋아할 말만 번드르르하게 하며 이끄는 상태, 하지만 이게 오래가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염려하고 있다면 크게 위험하지는 않다.)
4. 至臨, 无咎.
현장으로 내려가서 지도한다. 군림하지 않으니 허물이 없다.
5. 知臨, 大君之宜, 吉.
지혜와 사랑으로 이끈다. 전체를 아우르는 큰 군자의 마음.
(낮은 곳에서 현장을 이해한 지도자가 지혜와 사랑으로 전체를 이끈다.)
6. 敦臨, 吉, 无咎. 志在內也.
두터운 마음으로 이끈다. 길하며 허물이 없다. 자신의 내면에 뜻을 둔다.
(조직을 이끄는 지도자를 넘어 자신의 내면을 바르게 하는 지도자가 되고자 한다.)
1959년 인도의 사상가 사카르는 ‘프라우트’(PROgressive Utilization Theory) 경제이론을 창안합니다. 모두를 위해 기본 필수품을 제공하는 것이 가능하도록 협동조합을 중심에 둔 정치사회이론입니다. 프라우트는 말 그대로 번역하면 ‘진보적 활용 이론’입니다.
사카르는 자본주의 사회가 효율성과 생산성이 높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인간과 사회가 가진 능력의 10퍼센트도 활용하지 못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자본주의는 인간의 이윤 동기, 개인의 사적인 이익을 보호하고 개발하는 것을 중심에 두는데, 인간은 그렇게 낮은 의식을 가진 존재가 아닙니다.
인간의 내면에는 고급스러운 에너지가 가득한데, 그것을 활용할 수 있는 사회구조를 만들어내면 적은 노력만으로도 모두를 위한 기본 필수품을 제공해주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예를 들어 부정부패는 개인의 사적 이익을 높이지만 사회 전체가 나눌 수 있는 몫은 줄어들게 합니다. 자본주의 사회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부정부패가 구조화되는 모순을 가지고 있습니다.
인간은 이런 모순을 알고 있고 그것을 벗어나길 원하지만 사회구조가 부정부패 없이 유지되기 힘든 조건에서는 누구도 그 그물에서 빠져나올 수 없습니다. 이 조건에서 인간은 낮은 의식만 사용하고, 사회의 효율은 낮아집니다.
사카르의 프라우트 운동은 1960년대 인도에서 급속히 확산되었습니다. 프라우트 운동가들 중에는 공무원들도 많았는데, 그들은 인도 정부의 부정부패와 계급제도를 반대하며 혁신을 시도하고, 스스로 부정부패에 손을 대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공무원들이 인간의 더 높은 에너지인 ‘양심과 청렴’을 쓰려고 하자 정부는 프라우트 운동을 정치적 반국가 운동으로 규정하고, 1971년에 지도자인 사카르를 살인공모 혐의를 씌워 구속했습니다. 그러나 1977년 인디라 간디의 선거 패배와 함께 7년 동안 구속되었던 사카르는 석방되었고, 오히려 그가 구속되었던 기간 동안 프라우트는 아난다 마르가 조직과 함께 인도를 넘어 전 세계로 퍼져나갔습니다.
사카르는 프라우트 사회가 어느 날 오는 것이 아니라 프라우트를 유지할 ‘사드비프라’라는 지도자들이 먼저 준비되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사드’는 여러 개라는 뜻이고, ‘비프라’는 마음입니다. 사드비프라는 자신이 가진 육체와 정신, 영혼의 에너지를 모두 사용하여 노동자, 지식인, 경영자, 혁명
가의 마음을 다 함께 개발한 사람입니다. 즉 어떤 사람이 수드라의 노동, 크샤트리아의 용기와 혁명적 변화 의지, 비프라의 지성, 바이샤의 경영능력을 동시에 계발해서 조화롭게 쓸 수 있을 때, 그는 사드비프라가 됩니다.
오늘날의 인간은 수만 년 동안 개발해온 자신의 뇌를 일부분도 제대로 활용하지 못합니다. 사회 구조가 ‘이윤’이라는 아주 낮고 동물적인 수준을 자극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입니다. 더 높은 에너지인 지혜와 사랑을 자극하도록 사회를 설계하면 인간은 누구나 자신이 가진 더 높은 에너지를 활용할 수 있습니다. 인간은 지혜와 사랑, 자율, 평화와 같은 더 높은 에너지를 쓸 때 행복해집니다. 아무리 돈이 많고 하고 싶은 걸 다해도 행복하지 않은 이유는 낮은 의식을 활용하기 때문입니다.
3,000년 전의 주역 저자들은 인간의 이런 의식구조를 이미 알고 있었습니다. 인간은 행복해지기 위해, 훌륭한 인격을 가진 인간으로 성숙하기위해 낮은 곳에서, 노동하는 삶의 현장에서 힘과 용기를 단련시켜야 합니다(至臨, 수드라의 노동, 크샤트리아의 용기). 그곳에서 삶의 기쁨과 슬픔을 이해하고 멀리 보는 안목을 키워야 합니다(咸臨, 비프라의 지성, 바이샤의 경영능력). 그렇게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甘臨) 실력을 키워나가면 그는 결국 사드비프라(知臨)가 됩니다. 사드비프라는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 누구나 자기 안에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계발하고 활용하면 가능합니다(敦臨, 志在內也).
사드비프라(知臨)가 준비되면 프라우트 사회가 시작됩니다. 최저생계가 보장된 상태에서 사회 전체를 위한 의식주와 교육, 의료 등의 기본 필수품을 제공하기 위해 인간의 더 높은 의식과 에너지를 활용하는 예술, 문화, 생태, 영성이 꽃피는 사회가 프라우트 사회입니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