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도 익히 딸이 말썽부리며 노는데 정시이 빠져있던 아이란 것을 아는 선생님들은 아이의 변화에 대해 놀라고 있었다. 이전에는 말 안 듣고 말썽에 멋만 부리는 불량 아이, 구제불능인 아이의 대명사였던 딸이 2학년이 되면서 무슨 바람이 불었는지 너무 열심히 공부하는 모습에 다들 놀라고 말았다고 한다. 조소 선생님은 지혜에게 “너 어떻게 그렇게 변햇느냐”고 대놓고 물어 보기까지 했다고 한다. 딸은
“선생님, 제가 해볼 거 안 해볼 거 다 해봤거든요. 진짜 놀기도 열심히 놀고, 안 해본 거 다 해보면서 놀았는데, 딱 하나 안 해본 게 있는데, 그게 공부거든요. 그래서 그거 한번 해보려구요” 하고 말했다고 한다.
--- p.185
가리봉에 아이들이 모이는 것을 알게 된 것은 가을이었다. 100일도 채 되지 않아 딸과 헤여졌던 형민이는 여전히 친구로 지혜와 지혜 친구들을 만나고 있었다. 아이들이 집 근처 아파트를 떠나 집으로 들어가지 않고 또 다른 장소로 찾아들면서 딸의 일기장에도 새로운 남자친구가 등장하기 시작했다.
백일 기간 동안에는 형민이와의 사이에 그야말로 유치한 미사여구가 난립을 했는데, 그 이후에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느냐는 듯 잠잠했다. 딸의 일기를 통해 추측하건대, 형민이는 부모에게 사랑을 못 받고 커서 그런지 시간이 지나면서 지혜를 자꾸 독점하려 들었고, 그것이 지혜와의 사이를 멀어지게 했던 모양이다. 게다가 형민이에게는 내 영향도 있어 딸을 자꾸 다른 쪽으로 강제하려고 한 경향이 있었던 듯 한데, 딸은 그걸 못 견뎌했다. 엄마도 계속 간섭하고 가둬두려고 한다고 반발하고 있던 상태였는데, 형민이마저 그러니 지혜가 점점 형민이를 멀리하게 되었던 것이다. 그러면서 내가 형민이 얘기를 꺼내기라도 하면 “걔 얘긴 하지도 마. 재수없어” 라고 쏘아붙이곤 했다.
--- p.103
“지연아, 우리 지혜 무슨 일 있었는지 너희들은 알지? 집에선 아무 일도 없었는데, 얘가 갑자기 집을 나갈 일이 없어. 멀쩡히 학교 간다고 나갔는데 학교를 안 오고 가출했다니 그게 무슨 말이니?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너희들은 알지?”
“아줌나. 지혜 어제 일이 있긴 있었어요. 어제 국어 샘한테 엄청 당했거든요. 국어 샘한테 좇나 당하고 억울하다고 우리한테 계속 그 선생 욕하고 그랬거든요.”
“왜? 우리 지혜가 뭘 잘못했니?”
“아니요. 지혜는 잘못한 거 없어요. 그 선생이 갑자기 숙제검사 했는데, 지혜가 그 얘기를 듣고는 다른 애한테 숙제한 거 빌렸거든요. 근데 샘이 숙제 빌려온 거라는 걸 알고는 지혜 보고 친구 협박해서 숙제 갖고 왔다고 출석부로 때리고 난리도 아니 었어요. 머리고 얼굴이고, 마구 때려서 엄청 맞았어요. 지혜가 그 선생 다시는 안 보겠다고 하더라구요. 우리가 봐도 그 샘이 진짜 말 들을 생각도 안하고, 순 지맘대로에요. 수정이도 오늘 학교 안 왔는데, 같이 나갔나봐요. 걔도 그 전날 선샘한테 열라 쪽 당했거든요.”
“맞아요. 우리가 봐도 그 샘이 너무 심했어요.”
--- p.45
“지연아, 우리 지혜 무슨 일 있었는지 너희들은 알지? 집에선 아무 일도 없었는데, 얘가 갑자기 집을 나갈 일이 없어. 멀쩡히 학교 간다고 나갔는데 학교를 안 오고 가출했다니 그게 무슨 말이니? 학교에서 무슨 일 있었니? 너희들은 알지?”
“아줌나. 지혜 어제 일이 있긴 있었어요. 어제 국어 샘한테 엄청 당했거든요. 국어 샘한테 좇나 당하고 억울하다고 우리한테 계속 그 선생 욕하고 그랬거든요.”
“왜? 우리 지혜가 뭘 잘못했니?”
“아니요. 지혜는 잘못한 거 없어요. 그 선생이 갑자기 숙제검사 했는데, 지혜가 그 얘기를 듣고는 다른 애한테 숙제한 거 빌렸거든요. 근데 샘이 숙제 빌려온 거라는 걸 알고는 지혜 보고 친구 협박해서 숙제 갖고 왔다고 출석부로 때리고 난리도 아니 었어요. 머리고 얼굴이고, 마구 때려서 엄청 맞았어요. 지혜가 그 선생 다시는 안 보겠다고 하더라구요. 우리가 봐도 그 샘이 진짜 말 들을 생각도 안하고, 순 지맘대로에요. 수정이도 오늘 학교 안 왔는데, 같이 나갔나봐요. 걔도 그 전날 선샘한테 열라 쪽 당했거든요.”
“맞아요. 우리가 봐도 그 샘이 너무 심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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