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고기 자리 사람들은 말을 더듬고 속이는 경향이 있다. 또 경건하고 율리적인 척하지만, 실제로는 매우 위선적인 면이 있다. 이러한 이중성은 물고기자리를 상징하는 도형, 즉 두 마리의 물고기가 서로 꼬리를 물고 계속 도는 모습에서도 잘 드러난다. 쌍둥이자리나 사수자리 역시 이와 유사한 성격을 갖고 있는데, 다른 점은 그들과 달리 물고기 자리 사람들은 스스로 이중성에 휘말려 곧잘 헤매고, 그런 이유로 의도하지 않은 오해를 사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또 이들은 매우 특이한 성격의 소유자로 인식되기 때문에 주변에 친구가 많지 않다.
목성은 사수자리에서 전통과 일반적인 사회 이념을 중시하다가, 물고기 자리에 와서 좀더 이상적이고 형이상학적인 상상을 많이 한다. 이를테면 종교에 있어서도 물고기자리 사람들은 전통의상을 입고, 신비주의적 색채를 띠는 장신구들로 치장하는 것을 좋아한다. 또 법적인 면을 보더라도 활자화된 성문법보다 자신이 갖고 있는 이상적인 기준에 부합하는 판결이 내려지기를 바란다.
물고기자리 사람들의 장기는 의식과 무의식의 세계를 넘나드는 것이다. 결혼이든 직업이든 종교든 사상이든 그 대상이 무엇이건 간에, 이들은 자기 부정과 통제를 통해 메시아로부터 구원받기를 바란다. 이렇듯 신비주의적이면서 사색적이지만 이들이 애초부터 종교적인 감성이나 직감이 발달한 것은 아니다. 따라서 자신이 바라는 이상과 그에 미치지 못하는 열등한 직관력 사이에서 고민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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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로 접어들면서 인문주의 학풍의 영향으로 고전 학문의 재해석이 시도되었고, 그 결과 전과 다른 파격적인 견해들이 나름대로 인정받게 되었다. 그런 와중에서 정통 점성술의 많은 기술적 요소들이 옛 지식이라는 이유로 사라졌고, 점성술의 핵심인 예언적 요소들이 배제되었다. 고대의 지식을 알리 없는 많은 심리점성학자들은 점성술의 예언력에 의문을 품었고, 철학적 분석을 위해 이론에만 관심을 두었다. 현대의 점성학자들은 대부분 융 학파에서 비롯된 심리 점성학을 계승했는데, 예언 자체보다는 심리상태를 통해 사람마다 성격적인 장단점을 지적하는 정도에 만족한다.
그러나 점성술은 동양의 추명학(사주명리학, 자미두수, 숙요, 기문 등)과 마찬가지로 어디까지나 미래를 알기 위해 보는 것이지, 심리상태를 보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점성술을 공부하면서 언제 무슨 일이 생길지 알지 못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현대 점성가들이 옛 지식들을 도외시했기 때문이다. (...)
그렇다면 현대 심리 점성학과 정통 점성술은 어떤 차이가 있을가? 우선 서로 다른 용어와 상이한 기술을 사용하는 것이 다르다. 정통 점성술이 프롤레마이오스와 릴리의 디그니티 차트(dignity chart)를 중시하는 반면, 심리 점성학은 텀Term, 페이스Face, 트리플리시티Triplicity 같은 용어를 사용하지 않는다. 또 정통 점성술이 고전적인 디그리 테이블Degree table을 사용하는 반면, 심리점성학은 각 디그리의 의미를 사비안 심볼을 토대로 해석하며, 정통 점성술에서는 사용하지 않는 천, 해, 명왕성과 아스테로이드, 우라니안 등을 수용하는 것도 크게 다른 점이다. 마지막으로 각 행성과 사인의 지배관계 및 역할, 각 하우스가 다스리는 범위, 마이너 아스펙트의 종류도 서로 다르다.
모든 점술은 육안으로 볼수 있거나, 만질 수 있고, 느낄 수 있는 것을 원칙으로 해왔다. 예를 들면 관상이나 수상처럼 점이 그렇게 나올 수 밖에 없는 근거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한다. 점성술 역시 처음부터 눈에 보이는 행성들만을 수용했다. 고대인들은 점을 칠 때 행성들의 궤도와 밝기가 항상 일정하고, 그것이 누구에게나 뚜렷이 확인되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던 것이다. 그러나 심리 점성학은 육안으로 확인되지 않는 행성은 점성술에서 제외된다는 규칙에서 오류를 범했다. 즉 천왕성, 해왕성, 명왕성 등이 점성술적 측면에서 인간사에 어떤 일을 일으키고 무엇의 원인이 되는지를 정확히 알지 못한 채 추측과 이론만으로 그것들이 사람의 심리를 이해하는 데 도움이 된다고 수용해 버린 것이다. 여전히 그 역할이 무엇인지 파악되지 않고 있는 상태에서, 이 행성들을 수용한 심리 점성학은 형이상학적이고 장황하며 정확한 결론이 없이 겉도는 듯한 인상을 지우지 못한다.
예를 들어 보자. 전통 점성술에서 전갈자리의 주인은 화성이다. 그런데 심리 점성가들은 전갈자리가 화성보다 명왕성과 더 친밀하다고 믿는다. 또 전갈자리에 들어간 명왕성이 8번째 하우스를 차지하며 명왕성이 화성과 함께 전갈자리의 공동 주인으로 채택된 후 차트에서 명왕성이나 전갈자리가 두드러지는 사람은 재생하는 직업, 또는 죽음에 대해 깊이 탐구하는 경향이 많다고 주장한다. 또 8번째 하우스가 두드러지는 사람은 최면술이나 죽음, 신비적 지식에 관심을 갖는다고 설명한다. 과연 이것이 정말인가? 물론 정통 점성술에서 8번재 하우스는 죽음과 관련된다. 그러나 오컬트적인 것으로 연결되지는 않는다(정통 점성술에서 종교는 종교는 9번재 하우스, 오컬트는 12번째 하우스에 속한다). 명왕성은 심리 점성학에서 말하는 그런 기능으로 실증되지 못했으며, 현재까지도 점성가들은 토성 밖의 행성들이 무슨 역할을 하는지 확실한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있다. 이 때문에 점성술의 핵심인 호라리 점성술을 익힌 일부 심리 점성학자들은 네이탈 차트에서는 토성의 외부 행성들을 사용하면서, 호라리에서는 그것들을 제외하는 이중적인 방법을 쓰기도 한다.
정통 점성술에서 각 별자리와 행성들의 지배관계는 분명하다. 각각 사자자리와 게자리를 하우스로 하는 솔(태양)과 루나(달)를 제외하고, 행성들은 두 개의 사인을 자신의 하우스로 차지한다. 점성술에서 이것은 매우 특별하고 고유한 법칙이다. 그러나 현대 심리 점성학은 처음부터 이러한 기본을 도외시해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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