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현 마을에서는 내 생각을 통제할 힘이 생긴다. 마을 전체에 흐르는 여유로움은 살아온 인생과 앞으로 살아갈 인생에 대해 생각할 시간을 준다. 세상에는 스스로 하기에는 버거운 것들이 있다. 생각 통제도 마찬가지다. 이럴 때는 장소의 힘을 빌리는 것도 지혜다. --- p.24
수원 화성 바로 밑에 있는 지동 그림 마을에는 향수를 자극하는 벽화와 동화 같은 모습의 마을이 있다. 질리지 않는 골목길이 있다. 그야말로 완벽한 가을날을 즐길 수 있다. 번화가가 커플들의 아지트라면 이곳은 솔로들의 아지트 같다. 혼자 다녀도 어색하지 않고 심심하지 않다. --- p.90
서울 삼선동 장수 마을. 그 이름 참 묘하다 싶다. 서울에도 이렇게 컨추리한 이름을 가진 마을이 다 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그것도 대학로와 성북동 바로 옆에 1980년대의 세월을 느끼게 하는 골목길과 집들, 그 사이를 수놓은 벽화들은 장수 마을을 찾은 이들에게 행복을 느끼게 해 준다. --- p.130
서울 북아현동은 세련된 마을이 아니다. 부촌도 아니다. 예쁜 구석도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에 감동을 준다. 이상하게 마음이 편안해진다. 이웃해 있는 현저동은 소설가 박완서가 어린 시절을 보낸 곳이다. 조금만 내려가면 서대문 형무소도 있다. 산은 아닌데 왠지 산 같은 느낌이 드는 것도 북아현동의 매력이다. 시청에서 멀지 않은 곳, 서울 중심에 이런 동네가 아직도 남아 있다는 것이 놀랍다. --- p.146
대전 대동 하늘 마을은 유안진의 시 [지란지교를 꿈꾸며]에 나오는 친구를 생각나게 했다. 저녁에 허물없이 찾아가 차 한 잔을 마시고 싶다고 말할 수 있는 친구, 입은 옷을 갈아입지 않고 김치 냄새가 좀 나더라도 흉보지 않을 친구 같은 마을이었다. 세련되고 예쁜 것과는 거리가 멀지만 친근감이 들었다. 오래된 친구가 좋은 이유가 굳이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내 기분, 내 상태를 알기 때문이듯 대동 하늘 마을도 그렇다. 굳이 표현할 아름답고 멋진 말은 없지만 또 만나고 싶은 마음이 든다. --- p.176
벽면에 그려진 그림은 노력해서 바꾸는 것이 바로 기적이라고 말해 주었다. ‘김광석 다시 그리기 길’은 다 죽어 가는 재래시장조차 스포트라이트를 받게 했다.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사랑했지만], [먼지가 되어] 등 수많은 히트곡을 남긴 가수 故 김광석을 추억하기 위해 만든 길에서 사람들은 김광석을 떠올리고 그의 노래에서 위로를 얻는다. --- p.202
남한산성 마을은 그냥 마을이 아니다. 산과 산성에 둘러싸인 마을이다. 사람이 다니는 길도 잘 닦여 있다. 산에서 불어오는 바람을 마시며 아무 생각 없이 걷다 보면 우는 것 말고 할 수 있는 일이 생각난다. 식물이 병원균·해충·곰팡이에 저항하려고 내뿜는 피톤치드는 사람을 강하게 만들어 준다. 마을 여행도 하고 몸과 마음도 건강해지고 싶다면 남한산성 마을로 떠나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