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대학교 커뮤니케이션디자인학과 교수이며 이유출판 공동대표이다. 잡지디자이너로 출발해 출판디자이너, 브랜드컨설턴트로 활동 중이다. 삶의 질을 높이는 일이 디자인의 최고선이라고 믿으며 이를 위한 실천에 깊은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저서에는 『잡지는 매거진이다』, 『디자인이 브랜드와 만나다』가 있다.
브로도비치는 『하퍼스 바자』를 통해 자신의 디자인 경험과 철학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유럽의 모더니즘을 불러오기도 하고 러시아적 순백의 미를 강조하기도 하며 『하퍼스 바자』를 우아하고 세련된 잡지로 탈바꿈시켰다. 그에게 모더니즘은 실험정신의 다른 이름이었고 새롭게 다가오는 산업사회에 걸맞은 시대정신이었다. 그에게 여백은 고국의 새하얀 눈밭에 대한 향수이자 기존의 진부한 디자인에 대한 대안적 공간이었다. 그렇게 『하퍼스 바자』는 브로도비치의 생각을 탐구하고 표출할 수 있는 최고의 실험실이었다. 그리고 그 방식은 시대 경향과 사회적 변화에 따라 다양해졌다. --- pp.62-63 「현대 잡지디자인의 선구자/알렉세이 브로도비치」중에서
유럽의 디자인 이념을 미국으로 옮겨간 문화적 이민자들의 대부분은 빈털터리거나 가진 것이 별로 없었다. 대신 그들은 재능과 사상 그리고 디자인이 기여할 수 있는 삶의 가치에 대한 확고한 신념으로 채워져 있었다. 그들의 합류로 인해 미국은 경제적으로 환산할 수 없을 만큼 풍부한 문화적 자산을 얻었다. 비록 자유주의와 자본주의의 토양 아래 그들의 이상이 변형되고 분화되었을지라도 디자인에 대한 열정은 고스란히 발아되어 다양한 꽃으로 피어났다. 바이어는 그들 중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모더니즘적 체계를 미국 디자인에 이식시키며 풍성한 열매를 거두었다. 특히 기업의 최고 경영자들과 함께 이어간 다양한 활동은 디자인 경영에 대한 현대적 개념과 준거를 마련했다고 할 수 있다. --- p.81「타이포그래피의 모더니스트/헤르베르트 바이어」중에서
이후 미국의 기업 디자인은 개인 디자이너의 범위를 넘어서 마케팅과 브랜드 전략을 앞세운 기업형 전문회사로 진화해갔다. 그러나 랜드는 마지막까지 개인적으로 활동하며 창의적인 태도를 고수했다. 1985년 애플사에서 쫓겨나다시피 나온 후 NeXT를 창업한 스티브 잡스는 랜드에게 디자인을 의뢰하면서 “넥스트사를 위해 몇 개의 로고 작업을 해주시지요.”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그는 “당신 회사를 위해 몇 개의 로고가 필요하다면 디자이너를 몇 사람 더 찾아야겠군요. 나는 한 개의 로고밖에 만들 수 없습니다.”라고 답했다는 일화는 작가정신을 잃지 않으려는 그의 일면을 잘 말해주고 있다. --- p.126「그래픽 언어를 영상디자인에 이식시키다/솔 바스」중에서
『비치 컬처』는 직관에 의한 카슨 디자인의 진수를 보여주었다. 예컨대 1991년의 목차 페이지를 살펴보면 숫자들이 기사 옆에 가지런히 놓이는 전통적인 방식이 아니라 제멋대로 중첩되고 흩어지며 특이한 볼거리를 제공하고 있다. 만약 이 잡지가 정보 전달을 중시하는 매체였다면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서퍼와 해변의 문화를 이야기할 때는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피곤함을 느끼는 현대인들에게 서핑이 생활에 청량감을 주듯이, 느낌과 이미지로 다가오는 타이포그래피는 디자인의 숨통을 터주는 요소가 될 수 있었다. 무수히 흩어지는 폰트들은 마치 부서지는 파도처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