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서 바라보는 초록 별 지구는 외계인들이 탐내 할 만큼 살기에 좋고 아름다운 거 같아. 하늘로 떠올라 사진을 찍는 사진가 얀 아르튀스 베르트랑의 카메라 렌즈에는 한 폭의 그림 같은 지구의 사진이 담겨 있는데, 지저분한 것까지 곱게 포장된 그의 사진을 보면서, 난 어린 왕자가 지구를 여행한다면 이런 앵글에서 보지 않을가 싶은 생각이 들더라.
특히 남태평양 뉴칼레도니아의 맹그로브 숲을 찍은 사진을 보면, 거대한 초록별에 하트 문양의 심장이 하나 박혀 있는 듯 하더군. 나는 눈을 감고 그 하트 문양의 맹그로브 나무 사이에서 어린 왕자와 만나 대화하는 걸 꿈꿔 봤어.
어린 왕자가 좋아한 맹그로브… 어린 왕자는 왜 그 숲을 좋아했을까?
그 숲의 나무는 참 특이하게도 바닷물에 정기적으로 잠기는 연안에 살면서 세포 안에 염분을 받아들이며 살아가는 방법을 터득한다더군. 씨앗이 물 위에 떨어지면 뿌리를 내리기 전에 쓸려 갈 것을 염려해 나무에 달린 채로 10cm 정도 자란 다음 뛰어내린대. 이 숲은 밀물일 때 해면보다 위에, 썰물일 때는 바닷물 속에 잠긴다고 하네. 재미있지 않아?
맹그로브 숲이 안전한 곳이라고 믿는 인도네시아의 원주민 바조 족은 지붕이 달린 작은 보트를 타고 일생을 바다 위에서 산대. 그들은 육지에 온갖 질병이 살고 있다고 믿는데, 필요한 물품을 구하러 오는 것 빼고는 바다에서 살아간대.
육지에 있다가도 폭풍이 불면 그들은 바다로 달려가 자신들의 배를 타고 그들을 보호해 주는 맹그로브 숲으로 간대. 바조 족에게 있어 맹그로브의 세포 안의 소금은 자신의 믿음이고, 지탱해 주는 힘이지 않을까? 어린 왕자의 여우처럼 말이야. 누구든 절대적 믿음과 변치 않는 사랑이 존재한다는 건, 벗어날 수 없는 행복이 아닐까?
거대한 맹그로브 숲이 하트 문양으로 보여 지는 그 사진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어린 왕자가 바조 족의 배를 타고 맹그로브 숲을 향해 가는 듯 보였어. 나는 기쁜 마음에 말을 걸었지.
“세상에서 가장 어려운 일은 사람의 마음을 얻는 일 같아. 각각의 얼굴만큼 이나 다양한 각양각색의 마음은 순간에도 수만 가지 생각이 떠오르는데, 그 바람 같은 마음이 머물게 한다는 건 정말 어려운 거 같아.”
그러자 어린 왕자는 날 바라보면서 말없이 미소 짓더라. 그 미소에 용기를 내어 난 고백했지.
?“너를 따라 여러 별에 여행 다니고 싶어. 너만 허락한다면 말이야. 같이 다니면 굉장히 재미있을 것 같아.”
그런데 어린 왕자는 의외로 시큰둥하게 대답하는 거야.
“초록 별 지구는 너무도 아름다운데, 넌 왜 멀리 있는 다른 별을 그리워하지? 나는 이 숲을 참 좋아해. 바다가 만든 이 하트 무늬의 숲을 말이야. 세상은 우리가 아는 것보다 진기한 게 많고, 같은 공간 속에서도 끊임없이 진화를 하지. 이를테면 너의 추억의 장소가 10년을 지나도 그대로 있을 수 있는 행운은 생각보다 적으니까. 세상은 빨리 변해. 변하는 가운데 네가 잡고 싶어 하는 사람의 마음은 그나마 쉬운 거지. 중요한 것은 눈에 보이지 않는 거야. 보이지 않는 것을 보도록 노력해 봐.”
나는 뒤통수를 맞는 듯 뒷머리가 띵했지. 그제야 난 지구라는 초록별이 어떤 별보다 아름다운 곳이라는 걸 깨달았어. 우주여행이라는 원대한 꿈보다는 인생이라는 여행을 좀 더 재미있고 값지게 보내리라 다짐했지.
베르베르의 『나무』에서처럼, 시간 전문 여행사의 VIP손님이 되어, 마음에 두고 있는 남자가 첫사랑을 만나기 전으로 돌아가, 그의 첫사랑이 되고 싶다는… 그런 재미난 상상도 해보면서 말 야. 때론 2%가 98%가 될 수 있듯이, 사랑한다는 것은 감각적 외면 저 너머의 ‘영혼의 무지개’를 뜨게 할 수 있다고 믿어!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