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사로부터 〈휘트먼: 시와 산문〉을 거절한다는 통지와 함께 원고 검토자들이 보낸 간단한 논평을 받았습니다. 꽤 근사하게 들리는 말인데요. 혹여나 원고 검토자가 더 필요하면, 저한테도 말씀 주십
시오. 뭐가 되었든 일자리를 구할 수가 없으니, 여기라도 문을 두드려보는 게 어떨까 싶습니다. --- p.11
뭐, 나는 이제 서른네 살입니다. 내가 예순 살이 될 때까지 성공하지 않으면, 나 자신에게 10년은 더 줘볼 생각입니다. --- p.30
의사들은 내가 다시 술을 마시면 죽는다고 했어요. 13일 후, 나는 트럭을 몰면서 22킬로그램짜리 택배 소포를 들고 황이 가득 들어 있는 싸구려 와인을 마셨죠. 의사들이 요점을 놓쳤어요. 나는 ‘죽고’ 싶었던 겁니다. --- pp.53~54
단순히 시를 하나 ‘짓기’ 위해 시에서 나 자신에게 거짓말을 하기 시작하면, 실패하고 맙니다. 그게 바로 내가 시들을 퇴고하지 않고 처음 앉힌 대로 놔두는 이유죠. 내가 원래부터 거짓말을 했다면, 그 쇠못을 똑바로 박아봤자 소용이 없고, 거짓말을 하지 않았으면 제길, 걱정할 것도 없잖습니까. --- p.62
글쓰기란 죽이게 재미있는 게임이죠. 거절당하면 더 잘 쓰게 되니까 도움이 되고, 수락되면 계속 쓰게 되니까 도움이 됩니다. --- p.110
나는 천장을 쳐다보며 빗소리나 무(無)의 소리를 들으며 내 죽음을 기다립니다. 이 시들은 그렇게 나왔습니다. 그런 것이죠. 세상에 한 사람이라도 그것을 이해한다면 나는 완전히 외롭진 않을 겁니다. 이 페이지는 당신의 것입니다. --- p.177
나는 이제껏 삶을 그렇게 사랑하지 않았어요. 그건 주로 더러운 게임이었지. 죽자고 태어난 운명이었소. 우리는 그저 볼링핀 외에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요, 내 친구. --- p.189
거울을 보면 거기 아주 비열한 남자가 보입니다. 작은 눈, 노란 얼굴. 나는 초췌하고 쓸모없고 말라버린 무화과 같죠. 내 말은, 글이 가버리면 거기 뭐가 있습니까, 뭐가 남겠어요? 지겨운 일상뿐이죠. --- p.239
술에 취해서 거친 안개 속을 헤매는 듯한 시절이었지만, 나는 운이 좀 좋았죠. 그래서 나는 쓰고, 쓰고, 또 썼어요. [……] 그리고 솔직히, 나는 글쓰기를 좋아했소! 타자기 소리. 이따금은 내가 원하는 건 타자기의 그 소리였던 것뿐이라는 생각도 해요. 그리고 기계 옆에 놓여 있던 술, 맥주와 스카치위스키뿐. --- p.284
작가란 지금, 오늘 밤, 지금 이 순간 쓸 수 있을 때만 작가요.
--- p.3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