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실 유다는 군중에게 욕을 먹고 있는 이 총독에게 동정심마저 느꼈다. 그래서 총독이 이 저택 모퉁이까지 왔을 때, 아래 상황을 좀 더 잘 보려고 난간에서 몸을 더 많이 내밀었다. 그때 생각지도 않게 손이 깨진 기와 위에 놓였다. 그 순간 바깥쪽 기왓장이 아래로 떨어졌다. 공포가 몸을 꿰뚫었다. 떨어지는 기왓장을 황급히 손을 뻗어 잡으려고 했지만, 그것이 오히려 기왓장을 더 멀리 떨어지게 해버렸다. 게다가 그 몸짓이 남들 눈에는 마치 기왓장을 던진 것처럼 보였다. 유다는 소리를 질렀고, 그 목소리에 근위대와 총독도 위를 쳐다보았다. 다음 순간, 총독이 떨어진 기왓장에 정통으로 맞았다. 그 충격으로 총독은 말에서 떨어져 죽은 듯이 꼼짝도 하지 않았다. --- p.168
유다는 어깨에 상냥하게 놓이는 손을 느끼고 정신을 차렸다. 쳐다보니 한 젊은이가 서 있었다. 절대로 잊을 수 없는 얼굴이었다. 자기와 비슷한 나이이고, 노르스름한 곱슬머리가 얼굴에 늘어져 있었다. 짙은 파란색 눈은 부드러웠지만, 사랑과 거룩한 기운이 넘치고 가슴에 호소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강한 의지와 위엄을 느끼게 했다. [...] 유다는 물병에 입을 대고 단숨에 물을 들이켰다. 그동안 젊은이는 아무 말도 하지 않았고, 유다 역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유다가 물을 다 마시자 젊은이는 유다의 어깨 위에 올려놓았던 손을 머리 위에 놓았다. 축복을 내리는 딱 그 정도의 시간 동안, 그는 먼지투성이가 된 유다의 곱슬머리 위에 손을 올려놓고 있었다. 그것이 끝나자 젊은이는 물병을 원래대로 돌려놓고는 도끼를 집어 들고 랍비 요셉에게 돌아갔다. 십인대장도 마을 사람들도 그의 움직임을 그저 멍하니 지켜보고만 있었다. --- p.180
보면 볼수록 아리우스는 그 노예의 젊음에 감동했다. 키는 크고 팔다리는 완벽했다. 팔은 너무 길다고 여겨질 정도였지만, 노를 저을 때마다 부풀어 오르는 멋진 알통이 그 결점을 상쇄하고 있었다. 몸통의 갈빗대가 또렷이 떠올라 있는 것도 단련된 육체의 증거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또한 이 노잡이의 움직임 전체가 조화를 이루고 있는 것에도 마음이 끌렸다. 모양이 좋은 머리가 탄탄한 목 위에서 멋진 균형을 이루고 있어서, 사령관은 어떻게든 이 노예를 정면에서 보고 싶었다. --- p.198
이렇게 말하고 남자는 물이 가득 든 호리병박을 내밀었다. 호리병박은 당시 나그네의 상비품이었다. 남자는 나환자가 두려워서 조금 떨어진 땅바닥에 호리병박을 놓는 게 아니라, 여주인에게 직접 건네주었다. 그녀는 깜짝 놀라서 물었다. “당신은 유대 사람인가요?” “예, 지금 내가 한 일과 똑같은 일을 날마다 하고 계시는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입니다. 그분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을 보여주는 분이시죠. 당신과 모든 분에게 평안이 있기를. 그럼 안녕히 계세요.”
로마 지배하의 예루살렘, 벤허는 유대인으로서 자부심이 높은 부호 귀족 가문의 청년이다. 신임 총독의 거리 행군이 있는 날, 벤허는 창문에서 이를 구경하다 실수로 기왓장을 떨어뜨려 총독을 다치게 하고, 이 사건으로 자신은 갤리선의 노예로 전락하고 어머니와 누이동생은 생사를 알 수 없게 된다. 그리고 이 일에 형제와도 같던 친구 메살라가 적극 가담한 것을 알고 충격에 휩싸인다. 한순간에 모든 것을 잃고 노예로 끌려가던 벤허는 고단한 길 위에서 한 청년(예수)의 도움으로 목을 축이고, 그때 처음 본 청년의 눈빛과 얼굴을 잊지 못한다. 몇 년 후 갤리선에서 탈출해 로마의 검투사가 된 벤허는 어머니와 누이를 찾기 위해 예루살렘으로 돌아온다. 하지만 가족의 행방은 알 길이 없고, 벤허는 자신의 집안을 몰락시킨 메살라에게 복수하기 위해 메살라가 출전하는 대규모 전차경주에 참가한다. 메살라 역시 죽은 줄 알았던 벤허가 살아 돌아오자 그를 죽이기 위해 음모를 꾸미는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