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부터 우린 어떤 일을 당했는지 말하지 말고 모두 입 꼭 다물고 살아야 해. 그 끔찍한 일을 당한 걸 누구한테 말하겠니? 하늘이나 알고 땅이나 알겠지. 우리 모두 그런 몹쓸 짓을 시킬 줄 알았으면 혀를 깨물고 죽더라도 절대 안 왔을 거야. 다들 속아서 왔잖아. 그러니까 우리 잘못이 아니야 아니야 아니야. 억울한 피해자들일 뿐이라고. 우린 앞으로 아니야. 억울한 피해자들일 뿐이라고. 우린 앞으로 행복하게 살아야 해. 그래야 공평하지. 세상에 우리처럼 억울한 여자들이 어디 있겠어. 그러니까 우리는 다른 여자들보다 몇 배 더 행복하게 살아야 해.”
이제 갓 중학교를 졸업한 유리에게는 3년 전에 실종된 외할머니가 있다. 집착이라고 할 정도로 유리를 과보호하는 탓에 유리뿐만 아니라 유리 엄마와도 다툰 3년 전 어느 날, 외할머니는 거짓말처럼 사라져버렸다. 그러다 유리의 중학교 졸업식 날 갑자기 날아든 외할머니의 부음으로 유리네 가족은 충격과 혼란에 빠진다. 외할머니의 부음을 전해온 곳은 다른 아닌 나눔의 집. 평생 가족들에게조차 숨겨야 했던 춘자 할머니의 비밀은 무엇이었을까? 방직공장에 돈 벌러 간다는 거짓말에 속아 트럭에 올라탄 1937년 봄, 그날 이후 열세 살 춘자에게 무슨 일이 일어났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