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황정견이 촉남죽해를 찾았는데, 산마루에 서서 보니 울창한 대나무 숲이 산등성이를 따라 펼쳐지는 광경이 너무나 장관이었다. “굉장하구나! 대나무 파도가 만리에 달하고, 어메이 미인의 귓불 같구나!壯哉, 竹波萬里, 峨眉姐妹耳.”라고 감탄했다. 돌 위에는 ‘만령정萬??’이라 적었다. 만령정은 대나무가 무성한 드넓은 산맥이라는 뜻이다. 이 고사에 유래해서 근대까지 촉남죽해는 만령정이라 불렸다. --- p.64
기가 드센 충칭 여성은 우리 언론지상에서 해외 토픽으로 종종 등장한다. 길거리에서 남녀가 언쟁하다 싸움이 붙었는데, 상대방의 양쪽 뺨을 사정없이 후려치는 중국 여성으로 등장한다. 이런 여성을 중국에서 ‘라메이쯔辣妹子’라고 부른다. ‘매서운 여자’라는 뜻인데, 성격 강하고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충칭과 쓰촨 여성을 통칭해서도 가리킨다. 이렇듯 충칭은 중국 시인 중 가장 낭만적이고 열정적인 시를 썼던 이백의 명성을 담은 바이주가 어울리는 곳이다. --- p.93
둥주는 한때 명맥이 끊겼었다. 사회주의 정권이 들어서자 청씨 가문은 양조장을 문닫아 버렸다. 기존의 민간 양조장을 강제 통합해 국영 술공장으로 만든다는 소식을 들었기 때문이다. 본래 청씨 가문은 누룩 제조법을 절대 남에게 가르치지 않았다. 아들에게만 전수할 뿐 딸은 작업장 근처에 얼씬거리질 못하게 했다. 지방 명주가 사라진 것을 아쉽게 여긴 쭌이시 정부가 여러 차례 청 씨 가문에 사람을 보내 도움을 요청했다. 1957년 청 씨 가문은 이를 받아들여 둥주술공장이 문을 열었다.
우리가 중국을 찾으면 보통 마오타이나 수이징팡(水井坊)을 찾겠지만, 중국은 지방마다 특산주가 있고 다양한 문화풍습을 간직했다. 또한 중국문학은 술로 인해 풍성해졌다. 술이 없었다면 도연명, 이백, 소동파 등 대시인들이 주옥 같은 명시를 쓸 수 있었을까? 이런 술을 통해 중국에 다가서고 중국인을 만나며 곳곳의 도시와 그 지방 사람들을 다각도로 이해하려는 모종혁 작가의 발상은 참으로 신선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책을 다 읽고 나니 중국이라는 거대한 성찬을, 13억 7,000만 중국인의 다채로운 생활상을, 그에 어울리는 좋은 술과 함께 즐긴 기분이다. - 노혁진(MBC 라디오국 국장)
중국은 지방마다 고유의 술이 있고, 그 술과 관련된 재밌고 흥미로운 스토리가 있다. 이 책은 그런 현실을 꿰뚫어 보고 중국 곳곳을 파헤친다. 또한 모종혁 작가는 문학과 예술에 조예가 깊어 이야기의 품격을 한껏 높여 준다. 중국인들과 비즈니스를 하려면, 중국술을 잘 마시고 중국음식을 즐겨야 한다는 말이 있다. 한 지방의 술에 녹아 있는 역사과 문화를 이해하면 그곳 중국인들과 교류하는 데 아주 효과적이기 때문이다. 중국 현장에서 치열하게 일하려는 분들께 일독을 권한다. - 이강국(주시안총영사관 총영사, [일대일로] 저자)
모종혁 작가는 배움에 있어 격물치지格物致知의 정신을 실현하는 중국 전문가다. 그는 발품을 통한 자료조사와 현지취재를 통해 중국의 현실을 날카롭게 분석한다. 특히 한국인으로서 중국 서부지역에 대해 태산과 같은 지식과 경험을 갖고 있다. 이번에 그가 술로 중국의 현장을 풀어내는 책을 출간한다니, 동생이 결혼해 아들을 낳은 것 같이 기쁘다.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달 아래 술잔을 비어두지 말고’ 중국과 중국인 속으로 흠뻑 빠져보길 바란다. - 김진호(단국대학교 정외과 교수, 베이징대 국제관계학 박사)
시중에 중국 서적이 하루가 멀다 하고 쏟아져 나오지만, 대부분 개론서나 감상문에 그친다. 모종혁 작가는 깊이 있고 통찰력 있는 중국 뉴스를 생산하는 저널리스트이자, 중국 곳곳을 여행하며 그곳의 속살을 재밌게 소개하는 여행가이며, 모든 중국인과 벗을 사랑하는 휴머니스트다. 이런 그가 20년간의 중국생활로 쌓은 심오한 내공, 풍부한 콘텐츠와 날카로운 분석력, 직접 발로 뛰고 취재한 내용 등으로 절차탁마切磋琢磨하여 이 역저를 선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