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비는 그 기도문을 끝내고 다른 기도문을 시작하려다 갑자기 중단하더니 소리를 지르다시피 했다, 솔로몬이 있잖아요. 뭐라고, 왕은 왕비가 때 아니게 유다의 왕 이름을 꺼내는 것에 당황하여 물었다. 코끼리 솔로몬 말이에요, 전하. 지금 왜 그 코끼리 이야기가 나오는 거요, 왕이 약간 짜증이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그게 선물이 될 수 있잖아요, 전하, 여왕은 대답하며 행복에 들뜬 표정으로 일어섰다. 솔로몬이 적당한 결혼 선물이라고 할 수는 없지. 그건 상관없잖아요. 왕은 천천히 고개를 세 번 끄덕이더니 멈추었다가 다시 세 번 끄덕인 뒤에 말했다, 그래, 그거 재미있는 생각이로군. 재미있는 정도가 아니지요, 아주 좋은 생각, 탁월한 생각이죠, 왕비가 받아쳤다.
--- p.11~12
코끼리라니, 저게 코끼리구나, 그가 중얼거렸다, 이야, 키가 적어도 사 엘은 되겠구나, 그리고 긴 코와 엄니와 발도 있구나, 저 발 좀 봐, 얼마나 큰지. 호송대가 출발하자, 집사는 도로까지 그들을 따라갔다. 그곳에서 지휘관에게 작별 인사를 했다. 그는 지휘관에게 좋은 여행이 되기를 빈다고, 그리고 돌아올 때는 갈 때보다 더 좋은 여행이 되기를 빈다고 말했다. 집사는 호송대가 멀어지는 것을 보며 미친 듯이 손을 흔들었다. 하긴, 코끼리가 우리 삶에 매일 나타나는 것은 아니니까. --- p.72
빈에서 코끼리는 어쩔 거요, 마호우트. 아마 리스본에서하고 비슷하겠지요, 별로 할 일이 없을 겁니다, 수브흐로가 대답했다, 많은 갈채를 받을 거고, 사람들이 거리에 몰려나오겠지요, 그러다 사람들은 잊어버릴 겁니다, 그게 인생의 법칙이죠, 승리와 망각. 늘 그렇지는 않아요. 코끼리하고 사람한테는 그렇지요, 물론 내가 모든 사람이 그렇다고 이야기할 수는 없겠지만 말입니다, 그저 외국 땅에 있는 인도인이 그렇다는 이야기지요, 내가 아는 바로는 그런 법칙을 피해간 코끼리는 딱 한 마리뿐입니다. 그게 어떤 코끼리입니까, 일꾼 한 명이 물었다. 죽어가는 코끼리였지요, 죽자마자 그 머리를 베었고. 그럼 그걸로 끝이 아닌가요. 아니, 그 머리는 가네샤라고 부르는 신의 머리에 올려졌소, 그 신 또한 죽은 몸이었지만. --- p.77~78
우리는 그들을 이 극장에서는 다시 보지 못할 것이다. 하지만 인생이 그런 것이다. 배우들은 등장하고, 얼마 후면 무대를 떠난다. 그것은 당연한 일이다. 늦든 빠르든 언젠가는 반드시 그렇게 된다. 그들은 자기 역에 주어진 대사를 하고, 뒷문, 정원으로 통하는 문으로 사라진다. 저 앞에서 길이 휜다. 병사들은 고삐를 당겨 말을 세우고, 한쪽 팔을 들어 올려 마지막으로 작별 인사를 한다. 수브흐로도 손을 흔들고 솔로몬은 가장 큰 소리로, 가장 처연한 소리로 나팔을 분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일은 그것뿐이다. 막은 내려가고 다시 올라가지 않는다. --- p.180
저한테 부탁하는 게 뭔데요, 신부님. 코끼리를 데리고 바실리카 문에 가서 코끼리가 무릎을 꿇게 하는 거야. 하지만 그게 가능한 일인지 모르겠는데요. 해봐. 제가 코끼리를 데려갔는데 코끼리가 무릎 꿇기를 거부했다고 상상해 보세요, 제가 이런 일을 잘 아는 건 아니지만, 기적이 없는 것보다 훨씬 나쁜 게 실패한 기적일 것 같은데요.
증인이 있으면 실패할 일도 없지. 그 증인이 누가 되는 건데요. 우선 바실리카의 종교 공동체 전체와 교회 입구에 와줄 용의가 있는 기독교인 전부, 그다음으로 우리가 잘 알고 있거니와, 자신이 보지 못한 것을 보았다고 맹세하고, 알지 못하는 것을 사실이라고 진술할 수 있는 공중. 거기에는 일어나지도 않은 기적을 믿는 것도 포함되나요, 마호우트가 물었다. 보통 그게 최고지, 물론 그렇게 되려면 준비를 많이 해야 하지만, 대개 그럴 가치가 있어, 게다가 그런 식으로 우리 성자들의 의무를 좀 덜어드릴 수도 있고 말이야.
--- p.218~2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