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리아나! 사랑한다!” 황제도 제정신은 아니었다. 그는 술김에 해선 안 될 고백을 줄줄 뱉었다. 청혼하기로 마음먹었으니 고백쯤이야 싶지만 마음은 그게 아니다. 룩소스 1세의 계획대로라면 수백, 수천 송이 꽃이 만개한 온실이나 정원에서 누구보다 멋있게 청혼해야 했다. “엉엉, 나아쁜 놈!” “폴리아나,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다아아!” 발음이 꼬인 폴리아나와 달리 룩소스 1세의 발음은 정확했다. 겉으로 보기에도 심하게 취한 것 같진 않았다. 사실은 룩소스 1세도 폴리아나 못지않게 만취했다. 그는 제 입에서 나오는 말이 무엇인지 자각하지 못했다. 룩소스 1세의 이성은 술바다에 빠져 가라앉아 자취를 감췄다. 그는 하고 싶은 말을 줄줄 퍼부었다. 지랄염병이 깊어 하지 못했던 고백이 술술 나오니, 이 모두 주님(酒님)의 은총이셨다. “사랑한다, 폴리아나.” “폐하가 채고야!” “사랑한다, 사모한다, 연모한다. 짐이 경을 사모해. 오랫동안 사모해 왔어. 청사진이고 바람직한 황후고 집어 치우라고 해라! 짐이 그대를 사랑한다는데 뭐가 문제냐! 짐이! 짐이 폴을 사랑해!” 술에 취해 고백하는 비겁한 태도를 비난할 사람은 없었다. 당장 고백을 받는 당사자가 하나도 듣고 있지 않고 있으니. (4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