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학교 문리대학 독문과와 동 대학원을 졸업하고 서울대학교 강사를 역임했다. 시인으로 등단해 활동하고, 문인협회 이사를 역임했다. 저서로는 시집 『나와 너의 목숨을 위하여』가 있고, 주요 번역서로는 괴테 『젊은 베르테르의 슬픔』, 릴케 『어느 시인의 고백』, 헤세 『데미안』, 『게르트루트』, 『지와 사랑』, 『헤세 시집』,힐티 『잠 못 이루는 밤을 위하여』, 쇼펜하우어 『삶과 죽음의 번뇌』, 레마르크 『개선문』 등이 있다.
어린 소년 기벤라트는 얼마나 훌륭하게 성장했는가! 그는 쓸데없이 거리를 돌아다닌다든지 장난을 친다든지 하는 행동을 스스로 거의 삼가게 되었다. 수업 시간에 어리석게 웃어대는 버릇은 벌써 오래전에 사라졌다. 흙을 만지고 토끼를 기르는 일도 그만두었고 성가신 낚시질도 어느 틈에 포기했다. --- p.57
“바보 같은 소리다, 한스야! 이건 죄악이야. 너 같은 나이에는 밖에 나가서 충분히 운동하고 충분히 휴식하지 않으면 안 된다. 무엇을 위한 방학이냐? 방 안에 틀어박혀 공부하기 위한 방학이냐? 정말 너무 야위었구나!” --- p.63
“다행이구나. 그래도 이 말만은 해주마. 영혼을 더럽히는 것보다는 육체를 열 번 더럽히는 것이 더 나아! 너는 이다음에 목사가 되고 싶어 하지만 그것은 힘들고 어려운 일이야. 그래서 너희들 같은 젊은이들이 필요한 것이다. 아마 너는 틀림없는 적임자로 언젠가는 영혼의 구원자이자 교목자가 될 거다. 나는 그것을 진심으로 원하고 그것을 위해 기도드리겠다.” --- p.63
선생들은 한 명의 천재보다 열 명의 얼간이를 원할지도 모른다. 어떻게 생각하면 그것은 당연한 것이리라. 선생의 역할은 정상을 벗어난 인간이 아니라 라틴어를 잘하고 수학을 잘하는 꼼꼼한 인간을 만들어내는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어느 쪽이 더한 피해자이며 어느 쪽이 더한 가해자인가. 그리고 상대방의 영혼과 인생을 망치고 더럽히는 것은 둘 중 어느 쪽인가. --- pp.112-113
“선생님, 저 애는 정말 훌륭한 인물이 될 수 있었는데. 거의 예외 없이 가장 우수한 학생들에게 불행한 결과가 생기니 정말 비참한 일 아니오?”
슈바벤의 작은 읍내에서 장사를 하는 기벤라트에게는 영리한 아들 한스가 있다. 아들의 출세를 염원하는 아버지와 학교의 명성을 높이려는 교사와 목사는 주 시험에 합격시키려고 한스에게 무리한 공부를 강요한다. 몇해 전 어머니를 잃은 한스는 고독한 소년으로, 과도한 공부를 강요당하며 때때로 심한 두통에 시달린다.
주 시험에 합격한 한스는 마울브론 신학교에 들어가지만 문학을 좋아하는 자유분방한 친구 하일러의 영향을 받아 성적이 떨어진다. 하일러가 퇴학당하고 난 후에는 학교 공부를 따라갈 수 없어 신경쇠약 진단을 받고 집에 돌아오는데, 어렴풋한 첫사랑을 경험한 후에 기계 공장에 들어가나 주 시험에 합격한 직공이라고 조롱받으며 절망에 빠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