품목정보
발행일 | 2009년 08월 31일 |
---|---|
쪽수, 무게, 크기 | 112쪽 | 310g | 170*221*20mm |
ISBN13 | 9788994041056 |
ISBN10 | 8994041052 |
발행일 | 2009년 08월 31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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쪽수, 무게, 크기 | 112쪽 | 310g | 170*221*20mm |
ISBN13 | 9788994041056 |
ISBN10 | 8994041052 |
아니 내가 셀피쉬하고 내로남불 쩔고 방 청소도 안 하고(이건 맞는 것 같네) 그런 이상한 아빠라니. 흑흑흑 맞는 말이네요. 그래서 책방으로 도망쳤습니다. 그리고는 고른 책
<우리 아빠는 엉뚱해>
파트릭 모디아노 글
장 자끄 상빼 그림입니다.
장 자끄 상빼의 이름 덕분에 산 책이지요. 2009년 그 때는 저도 젊었었는데 어느덧 2020년이군요.
아빠가 면도를 할 때마다 우리 두사람이 꼭 치르는 의례가 하나 있었다. 아빠가 내 얼굴에 면도 거품을 묻히려고 하면 나는 도망을 치고, 아빠는 면도솔을 든 채 나를 쫓아서 온 아파트 안을 돌아다니는 일이 그것이었다. 40쪽
네 말이 맞다. 그래, 그럴 거야. 아빠도 젊었을 때 그랬단다. 네가 안경을 벗고 있을 때면, 다른 사람들은 너의 눈길에서 어떤 보얗고 다사로운 기운을 느끼게 될 게다 ...... 사람들은 그걸 매력이라고 부르지 ...... 54쪽
할아버지는 여기에 살면 떠나고 싶은 마음이 생길 때 떠나기가 더 편리할 거라고 생각하신 거지 ...... 카트린, 우리도 떠날까? 여행하고 싶지 않니? 새로운 지평선을 보고 싶지 않니? 87쪽
내가 받쳐들고 나가기로 되어 있던 무용수가 바로 네 엄마 였어. 우리가 아직 서로를 모를 때였지. 나는 사람들이 일러 주는 대로 그녀를 안아 들어 올렸어. 그녀아 함께 무대에 나가는데, 몸이 자꾸 비틀거리는 거야. 안경을 벗고 있었거든. 그러다가 그만 쿵 우리는 둘 다 바닥에 넘어졌고, 나는 얼굴을 다쳤어.
네 엄마는 배꼽을 쥐고 깔깔거리며 웃더구나. 하는 수 없이 얼른 막을 내려야 했지. 그때 네 엄나는 나한테 대단한 호감을 갖게 되었지. 너희 선생님 디스마일로바 여사를 알게 된 것도 그 파리 카지노에서였어. 그녀도 버라이어티 쇼에 출연했었거든 ...... 90쪽
아니야. 나는 그녀에게 그렇게 할 수가 없었어. 그녀가 꿈을 꾸게 내버려 둬야 해. 그녀와 그녀를 찾아오는 고객들의 꿈을 깨뜨리면 안 되는거야. 93쪽
나는 프티조텔 거리의 우리 학교며 여름날 오후의 먼지 속에서 반 친구들과 뛰어 놀던 공원, 우리 가게, 그리고 아빠와 내가 올라가서 몸무게를 달아보던 저울을 자주 생각한다. 우리에게 자기의 시 작품을 읽어 주던 카스트라드 씨, 그리고 내가 진짜 목소리를 끝내 듣지 못하고 만 디스마일로바 여사도 잊을 수 없다.
그렇듯이 카트린 세르티튀드라 불리는 소녀, 파리 10구의 거리에서 아버지와 함께 산책하는 소녀는 언제나 있을 것이다. 105쪽
일요일인 어제, 나는 딸아이와 함께 그리니치빌리지 근처에 사시는 부모님을 찾아뵈었다. 엄마가 떠나겠다고 자주 으름장을 놓았지만 두 분은 결국 다시 합치셨다. 엄마의 으름장에는 까달기 있었다. '아빠의 교묘한 수법'에 신물이 났기 때문이었다. ......
"우리 두 사람에게 활기찬 삶을." 106쪽
그냥 골라서 읽기를 잘 했네요.
조그맣던 아이 둘이 커서 파파를 공격하는 말을 하다니 ... "흥 ^^"
그래도 이번 흥은 기분 좋은 흥입니다. 오늘은 간만에 해가 제대로 나왔네요.
어제는 천둥 벼락이 유난스럽더니 참 북한산에서 벼락에 맞아 한 명이 죽고 한 명은 중상이라는 얘기를 들었습니다.
자연의 섭리는 참 무섭기도 하지요.
우엣든 오늘은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인 파파로서 하루를 만끽하고 있습니다. 이 시간도 쌓일 겁니다. 저와 아이 둘과 세가아와님 마음 속에요.
‘나’의 가치관과 취향은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게 8할이다. 부모님으로부터 신앙을 물려받았고 음악을 듣고 책을 읽는 방법과 자연에서 쉬는 방법을 배웠다. 부모님께 물려받은 취향과 가치관으로 나는 세상 한 가운데에서 나를 지키는 방법을 터득할 수 있었고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을 갖출 수 있었다. 부모님께서 주신 8할이 있어 나는 2할만 더했을 뿐이다. 세상 참 쉽게 살았구나 싶다.
‘파트릭 모디아노’ 글에 ‘장 자끄 상뻬’의 그림이 더해진 『우리 아빠는 엉뚱해(2009, 열린책들)』를 읽으며 부모님으로부터 물려받은 유산을 생각했다. 그리고 추억을 떠올렸다. 마음이 따뜻하고 포근해졌다. 또 시작되는 정신없는 한 주를 잘 살아낼 자신이 생겼다.
『우리 아빠는 엉뚱해』는 카트린이 어린 시절 파리에서 아빠와 단 둘이 지냈던 추억을 그렸다. 카트린은 아빠와 함께 저울 판 위에 올라갔다가 카스트라드 씨에게 들켜 민망했던 기억, 아빠의 동업자 레몽 카스트라드 씨의 등쌀에 억지로 받아쓰기 숙제를 해야 했던 기억을 떠올렸다. 그리고 불편한 상황을 벗어나기 위해 아빠와 함께 안경을 벗었다가 쓰고는 했던 것을 기억했다. 아빠와 딸은 안경을 쓰느냐 벗느냐에 따라 서로 다른 두 세계에서 살고 있었기 때문이다. 카트린은 아빠로부터 잠시나마 현실에서 벗어날 수 있는 방법을 배웠던 것이다.
안경을 쓰지 않고 보면, 세상은 더 이상 꺼슬꺼슬하지 않았고, 빰을 대면 스르르 잠을 불러 오던 내 커다란 새털 베개만큼이나 포근하고 보들보들했다. (…) 안경을 쓰고 있으면 세상은 있는 그대로의 모습으로 보였고, 나는 더 이상 몽상에 잠길 수 없었다. p.9
내가 안경을 벗으면 아빠도 나를 따라 했다. 우리 주위가 온통 부드럽고 희미해 보였다. 시간마저 멈춘 듯했다. 우리 마음은 마냥 흐뭇하였다. p.14
카트린은 세월이 흘렀어도 매일 아침 아빠가 창밖을 바라보며 “우리 두 사람에게 활기찬 삶을”(p.39)이라고 했던 말을 기억했고, 아빠가 면도를 할 때마다 카트린의 얼굴에 면도거품을 묻히려고 해서 도망 다니다가 결국은 아빠와 나란히 앉아 안경알을 닦던 따스한 추억을 기억했다. 무용 강습이 끝났을 때 아빠가 데리러 오셨던 장면도 생생하게 기억했다. 아빠와의 추억거리가 많은 카트린은 행복한 사람이었다.
장 자끄 상뻬의 그림이 더해진 동화책이 그러하듯이 이 책 역시 상뻬의 삽화 덕분에 생동감을 얻었다. 아빠와 딸의 잔잔한 일상이 더 따뜻하고 아름답게 전해졌다. 사랑스러운 책이다.
40쪽
아빠가 면도를 할 때마다, 우리 두 사람이 꼭 치르
는 의례가 하나 있었다. 아빠가 내얼굴에 면도 거품을 묻히려고 하면 나는 도
망을 치고, 아빠는 면도솔을 든 채 나를 쫓아서 온 아파트 안을 돌아다니는 일
이 그것이었다.
그 의식을 한바탕 치르고 나면, 우리는 면도 거품으로
얼룩진 안경알을 정성스럽게 닦아야 했다.
그림과 꼭 같이 봐야하는데 ......
다음에는 그림을 올릴 수 있게 방법을 짜보겟습니다.
어제 늦은 저녁, 딸아이에게 쭈삼겹살을 은은하게 볶아서 해주었는데
되게 좋아하더라구요. 잘 먹는 모습을 보면서 제가더 좋았습니다.
시링은 표현하라고 하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