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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 NO BAGGAGE, 여행 가방은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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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 NO BAGGAGE, 여행 가방은 필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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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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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6년 11월 23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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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PC(Mac)
파일/용량 EPUB(DRM) | 9.68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3.9만자, 약 4.4만 단어, A4 약 87쪽?
ISBN13 9788925582948

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전 세계를 떠돌며 번역하는 디지털 노매드. 현재는 인도네시아 발리 우붓에 머물며 요가와 춤으로 몸과 마음을 돌보고 있다. 이 책을 번역하며 언젠가 클라라처럼 노 배기지 여행을 떠나리라 마음먹었고, 노 배기지 삶을 추구한다며 툭하면 살림을 갖다버리는 취미가 생겼다. 『속도에서 깊이로』 『설득의 재발견』 『마즐토브』 『무엇이 우리의 선택을 좌우하는가』 등을 번역했으며 이제는 고향 같아진 우붓을 뒤로 하고 다음엔 어디로 갈지 행복한 고민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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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탄불행 수하물 있으십니까?”
여권을 훑어보며 그녀가 물었다.
“없애려고 노력 중이죠. 사실 여행 가방이 아예 없어요.”
제프가 담담하게 대꾸했다. 승무원이 모니터에서 눈을 떼고 고개를 들었다.
“실례합니다만 체크인 수하물이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아니면 가방 자체가 아예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제프가 비밀이라도 털어놓을 듯 카운터로 기대며 말했다.
“가방이 아예 없다는 말입니다. 이 상태로 갑니다.”
그리고 당당하게 나를 가리켰다. 증거 제1호. 캐리어도 지퍼로 여민 토트백도 침낭이 주렁주렁 달린 배낭도 없이 여권과 세면도구 같은 것이 든 작은 핸드백만 메고 있는 나를 말이다. ---「01. 낯선 여행 친구」중에서

“자 이제 어떻게 할까?”
“기차를 타고 시내로 가다가 아무 데서나 내리자.”
마치 그것이 우리의 확실한 목적지인 양 제프가 말했다.
“정말? 방향감각을 좀 찾아야 되지 않겠어?”
어떻게 그냥 ‘아무 데’서나 내린단 말인가. 하지만 제프는 태연히 어깨만 으쓱했다.
“금방 알게 될 거야.” ---「02. 진짜 길 잃기」중에서

내 상처 입은 자존심에 치료제가 있었다면 바로 베로니키가 주문해준 그리스식 성찬이었을 것이다. 초저녁이었고 태양이 막 떨어지려 하고 있었다. 빨간 체크무늬 테이블보가 덮인 야외 테이블은 우리 자리만 빼고 텅 비어 있었다. 우리 앞에 레몬으로 향을 낸 양념 양갈비와 오이 샐러드 싸한 칼라마타 올리브, 와인 따뜻한 빵이 일개 대대라도 먹일 수 있을 만큼 성스럽고 넉넉하게 차려졌다. ---「07. 그리스행 타이타닉」중에서

내 벵골 호랑이 순간은 무더운 8월의 어느 오후 침대 앞 발판에 무너졌을 때였다. 1년 반 동안의 한없는 추락 끝에 마침내 깊고 깊은 바닥을 찍었다. 이제 지긋지긋했다. 더 이상 내가 정상인지 아닌지 집착하지 않기로 했다. 내가 미쳤다고? 그래도 괜찮다. 나는 가능한 한 세상에서 가장 멋진 미친 사람이 될 것이다. 죽을 때까지 불안을 안고 살아야 한다고? 그래도 괜찮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갈 수 있다. 평생 땅콩버터잼 샌드위치만 먹고 살아야 한다고? 그래도 괜찮다. 땅콩이 가장 많이 든 땅콩버터를 쌓아 놓을 것이다. 온 우주에서 확신할 수 있는 게 단 한 가지도 없다면? 그래도 괜찮다. 무지한 대로 그냥 그렇게 살아갈 것이다. 나는 결심했다. 이 지독한 공포가 무엇이든 더 이상 그 공포에 맞서지 않겠다고. 나는 백기를 들었다. 그리고 다 내려놓았다. ---「14. 최악의 순간」중에서

하지만 뚱뚱한 가방 없이도 살아남았다는 사실보다 더 놀라웠던 건 물건과 계획이 사라진 곳에 스며드는 마법이었다. 소매치기 걱정, 예약한 곳에 제때 가야 한다는 조바심, 공들여 짠 일정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이 사라지자 모든 감각이 생생해졌다. 일정을 짜고 호텔을 예약하는 게 잘못된 건 아니다. 다만 확실하고 안전한 것만 추종해왔던 나도 유연함과 가벼움을 누릴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고 그게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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