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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면이 익는 시간

라면이 익는 시간

청개구리 문고-27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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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7월 29일
쪽수, 무게, 크기 163쪽 | 317g | 153*225*20mm
ISBN13 9788997335916
ISBN10 899733591X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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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겁내다가는 아무것도 못 해. 가람이는 벌써 경시반에 들어갔다는데.”
하영이는 테스트도 보기 무서워하는 자신이 너무나 한심해 자기도 모르게 소리를 빽 질렀다.
“그래? 잘됐네. 역시 김가람이야!”
엄마가 뒤를 한 번 힐끗 돌아보더니 말했다.
“경시반이 문제가 아니라 뭐든 시작하면 힘들어도 끝까지 가자는 거야. 전에도 말했지만 대한민국에서는 수학 없이는 좋은 데 못 가. 그것도 아주 잘해야지 괜찮은 데 꿈이라도 꿔.”
이미 셀 수도 없이 들은 말이었다. 아니, 혹시나 겨우 통과된다 해도 가람이보다 한참 낮은 반일 것이 분명했다. 그걸 보고 치사한 김가람이 비웃을 걸 생각하면 끔찍했다.
“싫어. 죽어도.”
영어 테스트를 통과했다는 뿌듯함도 잠시, 웃으며 돌아서던 가람이의 모습이 하영이를 초조하게 했다.
‘그래, 김가람. 니가 그렇게 잘 나간다 이거지?’ (60~61쪽)

따가운 햇살이 가시고 가끔씩 바람이 부는데도 이마에는 쉴 새 없이 땀이 솟았다. 어떻게 된 거냐는 지원이 문자를 확인한 가람이는 소매로 이마를 훔치며 말라 버린 입술을 핥았다. 정말이지 이렇게 될 줄은 몰랐다. 느닷없이 엄마가 하영이랑 같이 버스 타고 오라고 해서 같이 탄 것뿐이었다. 잘 따라오는지 확인해 가며 나름대로 애썼는데 멍청한 장하영이 내린다는 말도 없이 내려버릴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멍청한 년, 모르면 그냥 앉아나 있을 일이지.’
어쩌자고 한마디 묻지도 않고 그냥 내릴 수가 있었을까. 내게 말 걸기가 그렇게도 싫었을까. 그럴지도 몰랐다. (93쪽)

가람이는 하영이를 한참 동안 노려보다가 수화기를 내려놓고 전화 부스를 나왔다. 왜 장하영 때문에 이래야 하는 거지? 하영이를 찾았다는 다행스러움도 잠시, 하영이 때문에 가슴을 졸이며 애태운 시간만 생각났다.
“너 뭐야? 왜 이렇게 사람을 엿 먹이냐고!”
하영이의 웃는 얼굴을 후려갈기고 싶은 것을 간신히 누르고 가람이가 소리쳤다. 잠시 가람이를 빤히 쳐다보던 하영이가 말했다.
“나…… 많이 찾았나 보네?”
“어쩜. 너 진짜 뻔뻔하다. 그 말이 어쩌면 그렇게 자연스럽게 나오냐? 그래 찾았다. 날 이렇게 엿 먹이니까 좋냐? 시원하냐고!”
남학생들 몇이 빙글거리며 둘을 지나쳐 갔다. 창피했지만 그래도 가람이는 터져 나오는 화를 누를 수가 없었다. (118쪽)

커 가면서 아니, 어른이 되어서도 사람들은 서로 갈등을 겪고 상처를 주고받으며 살아갑니다. 둘 사이의 문제일 수도 있고 주위의 상황이 그렇게 만들기도 하지요. 하지만 그것으로 인해 친구를 잃어버리는 일은 없었으면 좋겠습니다. 세상에는 친구랑 같이여서 기쁘고 재밌는 일이 너무도 많거든요.
―「작가후기」에서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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