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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을 사랑하는 방법
eBook

겨울을 사랑하는 방법

[ EPUB ]
호연 | 가하 | 2011년 01월 2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7.9 리뷰 83건 | 판매지수 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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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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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1년 01월 2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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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0.79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8.8만자, 약 6.2만 단어, A4 약 118쪽?
ISBN13 9788993883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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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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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대체 뭐가 그렇게 우리를 어렵게 했을까?”

많은 것을 묻고 있는 말이었다. 이제 와서 그때 왜 나한테 그렇게 다정하지 않았느냐고, 혹은 왜 나를 좋아하지 않았느냐고 멱살을 잡고 싶은 생각은 조금도 없었다. 사람 마음이 좋아하고 싶으면 좋아하게 되고 이제 그만 해야지 마음먹으면 딱 그만 하게 되고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그의 마음은…… 그것만큼은 서정으로선 어쩔 수 없는 문제였다. 느리게 그것을 이해하게 된 이후로 그를 원망하는 마음은 없었다.

하지만 솔직히, 만약 헤어진 지 얼마 되지 않아 그를 만났더라면 그랬을지도 모르겠다. 아직 당시의 서럽고 속상한 감정이 생생하게 살아 있을 때였다면, 유치고 이성이고 뭐고 덤벼들어서 네가 뭔데 나한테 이러냐고 이를 갈며 멱살을 덥석 잡았을지도. 하지만 어쨌든, 지금의 자신은 그에게 그런 말도 안 되는 추궁을 하고 싶은 게 아니었다.

“뭐가 그렇게, 어렵게…….”

궁금한 것은 하나, 대체 무엇 때문에 그랬을까 하는 점이었다. 요즘 들어 지금의 민지수가 정말 민지수라는 사람의 진짜 모습이 아닐까 하고 생각하고 나니, 그렇다면 대체 그때는 무엇이 그리도 그를 꽁꽁 싸매고 있었는지 알고 싶었다. 사실 당시에도 뭐가 지수로 하여금 하염없이 황량한 겨울 거리를 바라보게 하는지, 무엇이 그를 웃지 못하게 하는지, 무엇이 그가 다른 사람을 향하는 것을 방해하는 것인지. 그런 것들이 늘 궁금했다. 그리고 자신이 모두 해결해주겠다는 치기 어린 생각을 했고.

그러고 보니, 이런 것들이 알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도 오랜만이었다. 서정은 지수가 눈치채지 못하도록 조용히 웃었다. 마음속이 스르르 따뜻해졌다. 그만큼의 먼 시간을 돌아서, 결국 그때 알고 싶었던 그것들이 다시 알고 싶어진 것이다.

차가 멈췄다. 퍼뜩 정신을 차리고 보니 벌써 집 앞 골목이었다. 서정이 먼저 문을 열고 밖으로 나섰다. 차가운 공기에 저절로 어깨가 떨렸다. 아니, 이 떨림은 좀 다른 이유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탁. 등 뒤에서 지수가 내리는 소리가 들려 서정은 돌아섰다. 차 문을 잠근 지수가 서정이 서 있는 대문 앞으로 다가왔다. 서정은 열쇠를 꺼내지 않고 가만히 그를 올려다보았다. 네가 문을 열라는 의미는 아니었고, 그냥 그가 무슨 말이든 하기를 바랐다. 갑자기 차 안에서는 줄곧 가만히 그녀의 이야기를 듣고만 있던 지수의 목소리가 듣고 싶었다.

지수도 잠시 그녀를 바라보고 서 있었다. 가로등 바로 아래였다. 시선을 돌리자 담벼락 아래 대부분의 시간에 그늘져 있는 곳, 눈이 덜 녹은 자리가 아직도 보였다. 요 몇 주, 눈이 내리지 않는 동안 조금씩 조금씩 녹아가는 것 같더니, 아직 약간 남아 있었다. 서정은 눈이 쌓여 언 부분을 보며 지금 눈 내리면 진짜 영화 같겠는데, 따위의 철없는 생각을 했다.

“그때 난 바보였어.”

잠자코 있는 그녀에게 지수가 말했다. 서정은 어깨를 으쓱했다.

“알아. 인정하니까 보기 좋다. 그런데 나라고 뭐 달랐나?”

그 대답에, 차분한 수면 같던 지수의 눈동자에 스르르 웃음기가 비쳐들었다. 다가서는 방법을 모르고 앓기만 한 겨울이었다. 함께 있는데도 둘 다 외로웠으니까, 예외 없이 둘이 똑같이 바보 같았다고, 서정은 정말로 그렇게 생각했다. 지수가 그녀를 똑바로 바라보고 있었다.

“그래서, 다시 만났으니까……. 이젠 바보 같은 짓 안 할 거야.”

그녀도 같았다. 그녀도 지수를 만난 이후로 내내 그 생각만 하고 있었다. 다시 민지수를 사랑하게 되는 바보 같은 짓만은 말자고. 아무 대답 없이 잠자코 들여다보고 있자니 그의 눈이 예쁘게 빛났다. 망설이지 않고, 그러나 한 글자 한 글자 단호하게 지수가 말하고 있었다. 그의 진심이 무거웠다. 하지만 그 무게가 싫지 않았다.

“그때랑 똑같은 짓은 절대로 안 해, 서정아.”

……그렇구나. 그런데 아무래도 난 그 똑같은 짓을 또 하게 될 것 같아. 서정은 속으로 대답하며 살짝 눈을 돌렸다. 골목은 조용했고, 마주 보고 선 두 사람 사이로 바람이 불었다. 서정은 기분 좋게 차가운 바람과, 앞에 서서 자신을 바라보고 있는 남자의 존재를 생생하게 의식하며 찬찬히 숨을 들이마셨다. 심장이 뛰었다. 코끝이 싸해졌다. 바람에서는 겨울 냄새가 났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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