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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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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1년 11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768쪽 | 1208g | 188*254*40mm
ISBN13 9788975272707
ISBN10 8975272702

중고도서 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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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관련자료 보이기/감추기

저자 : 디트리히 슈바니츠(Dietrich schwanitz)
1977년까지 함부르크 대학 영어영문학과 교수 역임. 저서로는 베스트셀러 『캠퍼스』『영국 문화사』『샤일록 신드롬』
역자 : 인성기
서울대 독어독문학과 졸업. 동 대학원에서 석사 및 박사 학위 취득. 오스트리아 인스브루크대학에서 Dr. phil 취득. 지은 책으로 『네스트로이의 반환상극』이 있으며 논문으로 <오스트리아 문학의 언어><뒤렌마트의 기호극> <유럽 계몽주의와 독일 낭만주의><오스트리아 비인 그룹과 그라츠 그룹의 아방가르드적 언어><비트겐슈타인의 언어철학과 네스트로이의 언어극>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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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텔레비젼이 없습니다.' 텔레비젼에 미친 보통사람들을 은근히 비꼰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 그는 그 말이 들릴락말락한 낮은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 그러면 주위 사람들은 궁금해져서 되물을 것이다. '뭐라구요? 텔레비젼이 없다고요? 전혀 텔레비젼을 안보십니까?' 교양속물이라는 혐의를 싹부터 잘라버리기 위해서 그는 이제 미안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면 된다. 그러면 그는 이제 다른 사람들의 수줖은 존경심을 한 몸에 받게 된다. 아니면 질시를 받을 수도 있다. '뭐야? 저자는 자기가 뭐 특별한 존재라고 믿나 보지?'
--- p.684
인류 역사상 가장 많이 읽힌 책은 기독교 성경이라고 한다. 그런데 18세기 중엽 유럽 사회의 새로운 주역으로 이미 자리를 굳혔던 부르주아지(시민계급)는 성경을 밀어내고 그 자리에 다른 책을 놓았다. 디드로와 달랑베르, 볼테르 등 당대의 철학자들이 협력해 만든 백과전서Encyclop die 시리즈였다. 이미 확실한 자의식을 획득한 부르주아지의 지식과 계몽주의 사상은 이 책의 힘을 빌려 좁디좁은 귀부인들의 살롱을 박차고 드넓은 세상으로 뛰쳐나갈 수 있었다. 당시 유럽을 정치적으로 지배하고 있던 낡은 절대왕정과 로마 교황청은 출판을 금지하고 저주를 퍼부었지만, 혁명가 로베스피에르는 백과전서에 '대혁명의 서장(序章)'이라는 명예로운 이름을 바쳤다. 중세 이래 유럽 사회를 지배했던 모든 지배적인 관념과 이데올로기를 이성의 시험대에 올림으로써 낡은 질서를 사상적으로 무너뜨린 역사적 공헌을 상찬(賞讚)한 것이다.

그로부터 약 250년의 세월이 흐른 지금 우리는 바야흐로 정보통신 혁명의 시대를 만났다. 모든 지식과 정보가 인터넷을 타고 홍수처럼 흐르는 세상을 살고 있는 것이다. 팔을 뻗으면 바로 닿을 만한 서가(書架)에 백과사전을 꽂아두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루가 다르게 성능이 향상되는 인터넷 검색엔진 덕분에 두터운 백과사전의 책갈피를 뒤적이는 수고도 할 필요가 없어졌다. 마우스를 클릭하는 가벼운 손동작만으로 알고 싶은 주제와 관련된 정보를 순식간에 수천 건씩 불러낼 수 있다. 이런 시대에 백과사전을 종이 책으로 편찬한다면 어떨까? 아마도 '시대착오'라는 비아냥을 듣기 십상일 것이다.

'사람이 알아야 할 모든 것'이라는 부제를 달고 나온 디트리히 슈바니츠의 {교양Bildung}은 바로 이러한 '시대착오'의 전형이라 할 만하다. 2000년 5월에 나온 독일어판 원본(제12쇄, 제1쇄는 1999년 발행)의 분량은 인명색인과 저자후기까지 다 합치면 544쪽에 이른다. 슈바니츠는 여기에 역사와 문학, 언어, 미술, 건축, 음악, 철학과 성(性) 담론에 이르기까지, 고대 그리스에서 현대에 이르기까지 무려 3천 년에 걸쳐 발전한 유럽 문명 핵심을 압축했다. 하나의 단어, 사건, 개념, 사람에 대한 설명이 길어야 두세 쪽을 넘지 않는다. 이 책을 '종이 책 백과사전'의 범주에 넣어 마땅한 이유다.

그런데 시장은 이 무모한 '시대착오'에 밀리언셀러의 영광을 안겨주었다. 그 이유가 도대체 무엇일까? 아마도 두 가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첫째, 지식과 정보의 바다에서 교양으로 가는 길을 잃어버린 사람들이 믿을 만한 해도(海圖)를 원하기 때문이다. 둘째, 전문적 지식의 골짜기에 갇혀버린 지식인들이 풍요로운 교양의 전원을 그리워하기 때문이다.

우선 첫 번째 성공 요인. 슈바니츠는 교양인이 되는 데 중요한 지식을 요약하고, 그것을 중요하지 않거나 교양에 방해가 되는 유해한 지식과 구분했다. 그가 1부 [지식]에서 다룬 신화와 역사적 사건, 작가와 예술가의 작품, 철학자와 이데올로기는 교양의 대륙으로 가는 항로에서 반드시 알아두어야 할 별자리와 해협, 기상(氣象)과 조류(潮流), 등대 따위와 같은 역할을 한다. 이걸 모르면 항해를 할 수 없다. 이어서 2부 [능력]에서는 이런 지식을 활용하여 교양인이 되는 전략을 제시한다. 슈바니츠에게 교양이란 남에게서 배우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획득해야 하는 그 무엇이다. 물론 알지 말아야 할 것을 알지 않는 것도 교양에 속한다. 유럽황실, 텔레비전 프로그램, 잡지, 축구 따위가 그런 것들이다.

슈바니츠는 고등학생과 대학생을 위해 이 책을 썼노라고 밝혔다. 하지만 어디 그들뿐이겠는가. "학교에서 배우는 내용이 죽은 지식처럼, 자기의 삶과는 아무 상관없는 무미건조한 사실의 나열처럼 여겨져 절망감을 느껴본 사람, 학창시절의 부정적 경험이 뇌리에 깊이 남아 있어 우리 문화의 풍요로움을 뒤늦게 발견하고 눈을 비비게 되는 사람, 자기의 생생한 감각기관으로 유물처럼 진열된 모든 교육 쓰레기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사람, 우리 문화에 대한 지식에 입문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하고 문명의 대화에 참여할 필요성을 느끼는 사람들"에게 이 책은 친절한 교양 길잡이가 될 수 있고, 그런 사람은 무수히 많다.

두 번째의 성공 요인은 많이 배운 사람들, '대학을 나온 교양인'들이 스스로를 얽어매고 있는 허위의식을 가차없이 깨뜨린 데서 찾을 수 있다. 슈바니츠는 교양인을 자처하는 '배운 사람들'의 행태를 무척 냉소적으로 관찰하면서 진정한 교양이 무엇인지를 설파한다. 이것은 {교양}을 다른 모든 종류의 평범한 백과사전과는 다른 책으로 만든 뚜렷한 특징인데, 아마도 그의 독특한 성장배경과 관계가 있을 것이다. 슈바니츠는 1940년 독일 중서부 산업중심지인 루르 지역에서 태어났지만 11세까지 유년기를 스위스 산골마을의 좀 별난 기독교 공동체에서 보냈다. 학교는 다닌 적이 없었다. 그런데도 그는 물불 가리지 않는 어떤 교장선생 덕분에 곧바로 김나지움에 들어갔고, 이어 뮌스터, 런던, 필라델피아 대학에서 영문학과 역사, 철학을 공부했다. 영문학 박사 학위와 교수 자격을 취득한 곳은 프라이부르크 대학이었다. 대학에서 여러 분야를 공부하는 것이 특별한 일은 아니다. 독일 대학은 보통 두 개의 부전공을 요구하며, 부전공을 이수하기 위해서는 학생들은 전공과 맞먹는 정도의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슈바니츠는 1997년까지 20여 년 동안 함부르크 대학에서 영문학을 가르쳤다.

{교양}은 1부보다 2부가 더 재미있다. 1부가 시원치 않다는 말은 물론 아니다. 인문학의 여러 분야를 아우르는 영문학자답게 그는 문학과 예술작품만이 아니라 역사적 사건을 기술한 곳에까지 짙은 문학적·철학적 향취를 담아놓았다. 하지만 그는 2부 곳곳에서 드러나는바, 자칭 교양인들의 허위의식에 대한 점잖은 풍자와 야유는 감칠맛이 날뿐더러 한국 사회에 그대로 적용해도 되겠다는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좀 길지만 맛 뵈기로 한 대목만 요약해보자.

대학을 나온 교양인들의 칵테일 파티에서는 누군가가 다음과 같은 말로 참석자들을 즐겁게 하는 일이 드물지 않다.

"여러분도 잘 알고 있다시피, 구조주의는 신칸트주의가 옷만 갈아입고 나타난 것과 다름없습니다. 물론 당신들은 선험적 주체가 어디에 있느냐고 질문하실 겁니다. 물론 저도 그 주체가 주체가 아니라는 것은 인정합니다만, 그 주체가 선험적이라는 것은 맞습니다. 그래서 여러분께 질문하겠습니다. 문화사는 궁극적으로는 구조주의의 헤겔주의화가 아닙니까? 비록 그것이 반(反)인문주의적으로 전도(顚倒)되었고, 또 이 전도가 때늦게 왔지만 말입니다."

몇몇은 고개를 끄덕일 것이고 몇몇은 울려다 만 암소처럼 뭔가 소리를 낼 것이다. 이런 동작은 이 말을 심사숙고한다는 것, 그것이 아주 의미심장한 문제라고 생각한다는 걸 의미한다. 사람들은 자기가 그 말의 뜻을 아노라고 서로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하지만 이건 사실 그 말을 대충이라도 이해한 사람이 하나도 없다는 것을 감추는 수단일 뿐이다. "그게 대체 무슨 말입니까?" 누군가 이 말이 목구멍까지 올라오겠지만 참는다. 그리고는 대신 이런 코멘트를 한다. "칸트주의에서 헤겔주의를 넘어가는 것은 한 발자국 거리밖에 안 되지요." 또는 "헤겔 자신이 모습만 다를 뿐 칸트주의자가 아니었던가요?" 이로써 그는 최초 발언자에게는 전율을 느끼게 하고 다른 참석자들의 경탄을 끌어낼 것이다.
이탈리아가 르네상스의 위대한 화가들의 고향이라면, 바로크 시대에는 네덜란드가 그 역할을 떠맡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네덜란드는 가톨릭 계열의 합스부르크 왕가가 지배한 플랑드르(오늘날의 벨기에 남서부 지역-옮긴이)와 칼뱅의 신교도 지역으로 나뉘어 있었지요. 전자가 주로 브뤼셀과 안트웨르펜을 중심으로 발전했다면 후자는 암스테르담이 중심지였습니다. 17세기는 반종교개혁의 시대였을 뿐만 아니라, 네덜란드가 유럽 제1의 해상강국으로 부상했던 시기이기도 했습니다. 따라서 네덜란드의 화가들은 한편으로는 황제와 귀족층을 위해서, 또 다른 한편으로는 상승하는 상업 부르주아를 위해 작업했지요. 다음 홀로 들어가 그것을 살펴보기로 합시다.

이 양 방향은 루벤스(Rubens)와 렘브란트의 대립구도에서 가장 잘 나타납니다. 이러한 대립을 잘 파악할 수 있도록 우리는 이들의 그림을 나란히 걸어두었습니다. 루벤스(1577~1640)는 벨기에 총독의 궁정에서 활동했던 궁정화가입니다. 그는 유럽의 군주들을 위해 그림을 그렸지요. 유럽의 군주들은 자신들의 권위를 과시할 수 있는 대형그림을 원했습니다. 이러한 소망에 상응하여 루벤스는 거대하고 화려하며 과시적인 궁정그림들을 그렸지요. 그가 그렸던 그림들은 뚱뚱한 부인들을 소재로 한 '바로크풍의' 육체였습니다. 그는 예수파 교단의 사람들과 교회, 프랑스의 왕, 영국의 황태자 그리고 바이에른의 선제후와 스페인의 왕들을 위한 그림을 그렸습니다. 수많은 주문들을 처리하기 위해 그는 도공들과 도제들을 거느리고 철저한 규율을 갖춘 작업장을 이끌었습니다. 자신은 그림의 초안을 스케치했고, 이를 토대로 도공들이 대형그림으로 옮겨 그렸습니다. 그리고 그림이 완성단계에 오면 직접 화룡점정을 하여, 자기가 그렸다고 내세웠습니다.

루벤스는 바로크를 대표하는 화가로 통합니다. 예술사가들이 전형적인 루벤스풍을 특징짓기 위해 자주 사용하는 용어 가운데 '회화적인 장중한 운동양식'이라는 말이 있습니다. 루벤스의 그림에 등장하는 인물들이 대개 몸을 비틀고 매우 흥분된 상태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이제 다른 벽으로 고개를 돌려보죠. 렘브란트 반 레인 Rembrandt van Rijn(1606~69)은 다른 화가들이 대개 그랬던 것과는 달리 미술공부를 위해 이탈리아로 가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그는 처음에는 레이덴에서, 나중에는 암스테르담에서 살았던 어떤 역사화가의 가르침대로 자신의 독자적인 아틀리에를 열었습니다. 이런 점에서 그는 그 시대의 다른 화가들과는 달랐다고 하겠습니다. 처음에 그는 역사화 양식에 의거하여 성서의 장면들을 주로 그렸습니다. 따라서 그의 그림에는 신교도주의적인 양식이 잘 드러나지요.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는 소수의 몇몇 인물에 집중하고, 매우 극적인 분위기를 연출하며, 빛을 강렬하게 구사하여 자신의 독자적인 양식을 발전시켜나갔습니다. 그의 그림의 특징으로는 밝고 어두운 공간에서 측광을 받은 인물들이 자주 등장한다는 사실을 들 수 있습니다.

루벤스와 마찬가지로 렘브란트도 드라마틱한 사건들 가운데에서 가장 긴장감 있는 순간을 포착했습니다. 예를 들면 삼손이 칼에 눈이 찔려 장님이 되는 순간, 또는 아브라함의 아들 이사악이 제물로 바쳐진 후 구원받기 직전의 상황을 화폭에 담았습니다. 그리하여 렘브란트는 고통에 찬 인간의 감정을 아주 효과적으로 그리는 화가가 되었습니다. 그의 심리 표현은 신교가 우세한 북방 인들의 특수한 내면을 드러내는 것으로 해석되었지요. 그리하여 렘브란트는 독일인들의 영혼을 잘 표현한 대표자로 선전되었습니다. 율리우스 랑벤Julius Langbehn이 1890년에 쓴 『교육자로서의 렘브란트』라는 저서는 이러한 측면을 아주 잘 보여주고 있습니다. 랑벤은 렘브란트를 예로 들면서 독일인들은 외면이나 물질주의에 반대하는 경향을 지니고 있다고 강조했죠. 랑벤의 이러한 지적은 보릅스베더를 중심으로 한 향토예술운동에 영향을 미쳤습니다. 얼토당토않은 이러한 요설은 렘브란트의 퍼져나가는 불빛을 종교적 측면에만 한정하는 결과를 빚게 되었습니다.

렘브란트의 영향은 회화의 전통을 순간적이고 극적인 차원으로 승화시켰다는 점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원래 실재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해야 하는 초상화 분야에서도 렘브란트는 심리적인 차원을 펼쳐보이고 있습니다. 자화상을 그릴 때, 그는 찡그린 얼굴과 극도로 다양한 표정을 실험했지요. 그는 네덜란드의 도시 야경꾼 길드를 길이 후손에 남기기 위해 야경꾼을 소재로 한 그림을 그렸는데, 이런 그림에서 야경꾼은 굳은 표정으로 등장하는 게 일반적인데, 그의 그림에는 그 표정이 매우 극적으로 바뀌어 있습니다. 그 대표적인 작품이 바로 <야경>입니다.
--- pp 405~407
이 보다 더 위험해서 마치 지뢰밭과 같이 여겨야 할 지식 구역은 텔레비전 프로그램들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방송 프로그램들을 본다고 여겨지기 때문에 일상의 대화에서 중요한 역할을 한다. 하지만 텔레비전 프로그램 및 방송의 각종 유형에 대한 지식은 누구든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어떤 사람이 특정한 프로에 대해서 유달리 말을 많이 한다면 그 사람의 지식 수준과 관심 분야에 대해서, 그리고 그는 무슨 일로 시간을 보내는지에 대해서 누군든지 알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 어떤 사람이 오후 시간의 상스런 토크쇼에 대해 전문가로서 두각을 나타낸다면, 그는 작가 아니면 실업자다. 그는 프롤레타리아의 취향을 갖고 있으며 사람들과 별로 접촉하지 않으면서 오후에 벌써 손에 맥주를 들고 텔레비전 앞에 앉아 있을 뿐 셰익스피어의 <햄릿>을 원서로 읽지 않는 사람이다.

그러니까 그런 토크쇼의 관례, 인물, 각본 그리고 역사를 알고 있는 사람은 주의해야 한다. 그 사실을 비밀에 부치거나 아니면 매체이론 연구의 결과처럼 사람들에게 내비쳐야 한다. (...)

게임쇼, 대참사 뉴스 따위의 모든 논픽션(Reality) 텔레비전 프로그램들 그리고 엿보기 증세에 걸린 시청자를 위한 최루성의 멜로 연출극들, 예컨대 집을 나간 자식들의 귀가, 이산가족의 재회, 기부금을 위한 구걸, 화해 쇼 그리고 결혼식은 특별히 박약한 지능의 표현일 뿐이다. 이 카테고리에 속하는 것에는 요들송 따위의 목가적 민속음악, 유행가와 통속극 축제, 바보짓거리와 개그 그리고 매일같이 국민을 바보로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끝없는 프로그램들이 있다. 이것들에 대해서는 아무것도 모르는 것을 원칙으로 삼아야 한다. 가장 좋은 방법은 이것들을 전혀 안보는 것이다. 보고싶어서 견딜 수 없는 사람은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이것들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다는 듯이 위장해야 한다. 그것은 항상 쉬운 일은 아니다. 텔레비전에서 목사와 어린이 강간범 간에 이루어진 토론 프로그램 내용을 동료들이 점심 휴식시간에 다시 요약하며 즐겁게 이야기할 때도, 그 이야기에 끼어들지 않기 위해 각오를 단단히 하고 있어야 한다.

물론 텔레비전 프로그램에 대한 금기 사항들도 등급이 있다. 교양의 최고단계는 숫제 텔레비전을 소유하지 않는 것이다. 이런 수준에 이른 사람은 자신의 명망에 대해 걱정할 필요가 없다. 사람들과의 대화 주에 지난밤 마지막 프로에 대해 말이 나오고 이제 이 사람이 말할 차례가 되면 이렇게 중얼거리면 된다. "저는 텔레비전이 없습니다." 텔레비전에 미친 보통 사람들을 은근히 비꼰다는 인상을 주지 않기 위해서 그는 그 말을 들릴락말락한 낮은 목소리로 말해야 한다. 그러면 주위 사람들은 궁금해져서 되물을 것이다. "뭐라고요? 텔레비전이 없다고요? 전혀 텔레비전을 안보십니까?" 교양속물이라는 혐의를 싹부터 잘라버리기 위해서 그는 이제 미안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면 된다. 그러면 그는 이제 다른 사람들의 수줍은 존경심을 한 몸에 받게 된다. 아니면 질시를 받을 수도 있다. "뭐야? 저 자는 자기가 뭐 특별한 존재라고 믿나 보지!"(...)

세인이 모두 인정하는 권위 있는 지식인은 자기가 본 텔레비전 프로그램 모두를 고백해도 된다. 그에게는 그것이 저속과 몰취미의 나라로 탐구여행을 떠나는 것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명망있는 교양인이 정보의 쓰레기더미나 몰취미한 노골적 감정 드러내기 프로그램을 본다고 고백하면, 그것은 지성의 역동성에 대한 과시가 된다. 그는 현재 세계의 진흙탕도 다스리고 있고 쓰레기 더미에서 아직 의미를 발견할 수도 있다. 이리하여 교양인은 새디즘-매저키즘적 프로그램과 단테의 <신곡>을 매개한다.
--- pp 679~
교양은 어려운 말을 구사하는 능력과 아무 관계도 없다. 슈바니츠에게 교양이란 사회를 복잡한 개인의 내면에 비추어보고, 또 그렇게 하여 사회를 결속시키는 도덕적 구속력을 내면에서 생성해내는 개인적인 능력을 가리킨다. 교양은 문화사의 기본적인 특징을 파악하고 미술, 음악, 문학의 대표작을 이해하는 것이다. 교양은 유연하게 훈련된 정신의 상태이며, 모든 것을 한 번 알았다가 다시 잊었을 때부터 생겨나는 것이다. 교양은 문화적인 소양이 있는 사람들과의 대화에서 어색하게 남의 눈에 튀지 않을 수 있는 능력이다. 교양은 직업적인 생활을 할 수 있는 전문가의 양성과는 반대로 보편적인 인격 형성을 핵심이념으로 한다. 따라서 교양은 지식과 능력의 총합이며 정신적인 상태다.

오늘날의 '배운 사람들' 가운데 특정한 분야에 대해 많이 아는 전문가는 매우 흔하다. 하지만 이런 의미의 교양인을 찾아보기는 도무지 쉽지가 않다. 모든 연구분야가 끝없이 세분화 전문화된 나머지 자타가 공인하는 전문가도 자기 분야를 한 발짝만 벗어나면 보통사람과 별로 다를 것이 없을 정도가 되었다. 심지어는 비슷한 분야에 종사하는 사람들끼리도 원만하게 대화하기가 어렵다. 예컨대 경제학 박사들끼리 만났다고 해서 아무 경제문제에 대해서나 토론할 수 있는 건 아니다. 노동경제학 전공자와 국제금융론 전공자 사이의 커뮤니케이션이 때로는 수학자와 문학평론가의 커뮤니케이션보다 더 어렵다.

교양 있는 전문가에게 전문적 지식은 큰산의 정상(頂上)과 같다. 평지에 해발 2천 미터짜리 봉우리가 솟는 게 아니다. 낮은 구릉과 작은 산들이 이어지면서 표고를 점차 높인 연후에야 가장 높은 봉우리가 들어설 수 있다. 전문지식은 교양인의 지식과 능력의 가장 도드라진 표면에 불과하다. 그 어느 것을 전문분야로 삼든 교양인을 만드는 기본요소는 슈바니츠가 강조하는 바 역사와 철학, 문학과 미술에 대한 이해이며, 사회를 자기의 내면에 비추어봄으로써 사회를 결속시키는 도덕적 구속력을 생성해내는 유연하고 자성적인 정신인 것이다.

이러한 교양의 기초가 없는 전문가는 한 뼘도 안 되는 전문영역에 갇혀 평생을 살아야 한다. 그 울타리를 벗어나는 순간 그는 길을 잃고 만다. 평지에 높이 솟은 돌기둥 위에 서 있는 사람처럼 불안하다. 이런 사람들은 {교양}의 마지막 구절을 작업실 컴퓨터 모니터에 붙여두면 좋겠다. 잃어버린 교양의 세계를 그리워하는 '배운 사람들'이 언제나 가슴에 담아두어야 할 잠언이기 때문이다.

교양이 억압적 표준, 불쾌한 과제, 경쟁의 형식 또는 자신을 거룩하게 만들려는 교만이 되어서는 안 된다. 교양은 이른바 '교양'으로 분리되어 나타나서는 안 되며 특별한 화제가 될 필요조차 없다. 교양은 인간의 상호 이해를 즐겁게 해주는 의사소통 양식이다. 요컨대 교양은 정신과 몸 그리고 문화가 함께 하나의 인격이 되어 다른 사람들의 거울에 자기를 비추어보는 형식이다.

끝으로 뱀다리 하나. 독일 학교와 교육제도에 대한 설명은 건너뛰어도 된다. 저자 스스로 그렇게 해도 문제가 없다고 했으니, 특별한 직업적 관심이 있는 독자가 아니라면 그렇게 하는 것이 좋다. 너무 따분한 내용이라 자칫하면 이 책 자체에 정 떨어질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뱀다리 둘. 독자들 스스로 깨닫게 되겠지만 {교양}은 독일 인문학자가 쓴 책이다. 독일 교육과 독일 사회에 대한 독일 지식인의 문제의식을 반영한 책이라는 이야기다. 미국식 표준이 전일적 세계 지배를 획책하는 시대에 그 뿌리가 된 유럽적 교양을 더 깊이 이해하면, 받아들일 것과 배척할 것을 구별하는 능력을 기르는 데 도움이 된다. 하지만 교양에도 어디까지나 국적이 있음을 잊지는 말 것. 또 말미에 저자가 소개한 도서목록을 보고 기죽지 말 것. 거기에는 {춘향전}이나 {목민심서} 같은 우리의 고전이 없다. 그리고 그걸 다 읽어야 교양인이 되는 것도 절대 아니다.
--- 추천의 글 중 / 유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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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오늘 06시 30분 이후 주문을 익일 오전 06시 30분 이전에 취소
  •  직수입 음반/영상물/기프트 중 일부는 변심 또는 착오로 취소 시 해외주문취소수수료 30%를 부과할 수 있음

    단, 당일 00시~13시 사이의 주문은 취소 수수료 면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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