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초반, 유홍준 선생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출간된 이래 이러저러한 답사기가 많이 나와 있다. 글쓴이의 독특한 시각과 체취가 배어 있는 좋은 책들이 많이 있지만,. 답사란 것이 매우 주관적인 작업인 데다가, 평화운동을 하는 내 나름대로 특별히 강조하고 싶은 것들이 있다 보니 기존에 나와 있는 답사 관련 서적으로는 충족되지 않는 뭔가 아쉬운 부분이 많았다. 보이는 것에 대한 설명은 충실했지만, 보이지 않는 것들, 감춰진 것들의 의미를 불러오는 그런 답사 책이 아쉬웠다. 굴곡이 많았던 한국 근현대사를 지내다 보니 어느 곳이나 이러저러한 사연이 깃들지 않은 곳은 없다. 이 책에 소개한 답사지 열 곳은 서울 인근에 있는 장소 중에서 평화운동과 과거사 청산 운동을 해 온 나의 활동과 특히 연관이 있는 장소를 추린 것이다. 평화운동을 시작한 뒤에는 같은 장소를 가도 보이는 게 달랐다. 과거사 청산 작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 뒤에는 서대문형무소나 남산이 예사롭지 않게 다가왔다. 늘 지나치던 곳이었지만 촛불은 광장 구석구석에 스민 의미를 되새길 기회를 제공했다. 독자 여러분도 자신의 삶의 맥락에서 역사의 현장과 새롭게 만나시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