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태어나 부산교육대학을 졸업한 선생님은 1992년 경남 삼천포에서 처음 교직 생활을 시작하여 밀양과 김해를 거쳐 지금은 충남 논산에 있는 반곡초등학교에서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습니다. 17년 넘게 작은 학교와 큰 학교, 시골 학교와 도시 학교를 오가며 아이들 곁에서 삶을 나눈 선생님은 그 일상을 열일곱 권의 문집으로 묶어냈습니다. 현재 전국초등국어교과모임 연수국을 맡고 있는 선생님은 금산간디 숲속마을에서 행복한 학교와 지속 가능한 마을을 꿈꾸고 있습니다. 2002년과 2005년에 (주)우리교육 주회 좋은 문집 공모전에서 버금상과 갈래별 글쓰기가 좋은 문집으로 각각 선정되었고, 펴낸 책으로 『Paulo Freire와 대안학교의 교육사상 탐구』, 『아이들 삶의 리듬을 잇는 학급운영』이 있습니다. 블로그 blog.daum.net/galdob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갈수록 시험과 평가가 강조되고 결과만으로 아이들을 채근하는 경쟁 체제에서 아이들은 점점 학교를 싫어한다. 세계 2위의 학력 수준을 유지한다는 나라에서 얼마나 더 학력을 올려야 어른들은 만족을 할가? 그 어른들이 말하는 학력이라는 것이 정말 아이들 삶의 질을 높이고 학부모의 불안을 없애줄 수 있을까? 우리네 수업 풍경도 그렇다. 아이들의 삶과 고민, 다양한 재능과 소질을 가진 아이들에 대한 관심이 도무지 없다. 창의적이고 실험적인 수업은커녕, 오로지 성적을 올리려는 무의미한 주입식 수업과 문제풀이에만 열중하고 있다. 그러니 아이들은 시험기간에 쫓기고 평가를 두려워하며 학교가 전혀 자신들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여길 수밖에 없다. 많은 어른들은 학력 향상만이 아이들의 행복을 보장할 것처럼 호들갑대지만, 정작 아이들은 불행하기만한 이 해괴한 세상을 우리는 언제까지 지켜봐야 할까? 문득 “한국 학생들의 문제는 학력이 낮은 데 있는 게 아니라 ‘억지로’ 공부한다는 데 있다”는 어느 교육평론가의 말이 정말 옳다는 생각만 든다.
“으이구~”| 김해 어방초 6년 박혜경 시험 끝난 지 나흘 하지만 우리 엄마 아직도 시험으로 트집을 잡는다.
밥을 먹을 때도 “으이구~, 우짜면 좋노?” 일기를 쓸 때도 “으이구~ 으이구~” 지금은 ‘으이구~’ 소리가 귀에 박혔다. (2004)
혜경이는 자그많고 마른 체구에 안경을 끼고 동무들과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수다를 떨던 아이였다. 성적은 그리 나쁘지 않았지만, 기대보다 낮은 점수를 얻은 혜경이가 어머니 눈에는 성에 차지 않았을 것이다. 시험점수 때문에 어머니에게 핀잔을 듣는 혜경이의 모습이 굳이 ‘잔소리’라는 말이나 ‘힘들고 짜증난다’는 말을 쓰지 않았는데도 잘 드러나 있어 해마다 만나는 아이들에게 시험 때만 되면 곧잘 들려준다. 그럴 때마다 아이들은 ‘으이구~’를 되풀이하며 시험점수 때문에 어머니에게 압박을 느끼는 혜경이의 글에 공감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