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는 신비로운 비밀이 가득하다. 그래도 난 바다가 무섭지 않다. 이따금 바다는 누군가를 삼켜버린다. 해녀일 수도 있고, 낙지잡이 어부일 수도 있고, 아니면 파도에 의해 평평한 바위로 떠밀려간 부주의한 관광객일 수도 있다. 대부분의 경우, 바다는 시체를 돌려주지 않는다. 저녁이 되면 해녀 할머니들은 불턱에 모여 옷을 벗고 물을 뿌려가며 몸을 씻는다. 나는 옆에 앉아 할머니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제주도 말로 이야기하기 때문에 다 알아들을 수는 없다. 할머니들이 하는 말은 꼭 노래 같다. 할머니들은 땅 위에 올라와서도 물속에서 외치던 소리를 잊을 수가 없나 보다. 할머니들의 말은 우리가 하는 말과 완전히 다른 바다의 언어이다. 그 속에는 바닷속 소리가 뒤섞여 있다. 거품 이는 소리, 모래 사각거리는 소리, 암초에 부딪혀 부서지는 파도의 둔탁한 소리가.”---「폭풍우」중에서
나는 타르쿠와로 돌아갈 시간을 기다리면서 바다를 바라보려고 모래 위에 앉는다. 파도 밑 부분이 누런색이고 거품은 별로 희지 않은 것으로 보아, 얼마 전에 폭풍우가 지나간 모양이다. 하지만 나는 이 냄새를 기억한다. 냄새를 맡으니 몸이 부르르 떨린다. 그것은 내 안으로, 내 머리 한가운데까지 들어간다. 달콤하지만 쓰라린 냄새, 평온하지 않고 세련되지도 않은 냄새, 이해할 수 없는 폭력의 냄새이다. 그것은 내가 엄마 배에서 나올 때 처음으로 맡은 냄새이다. 눈도 뜨기 전이었지만, 그때 나는 콧구멍을 크게 벌리고 바다 냄새를 맡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