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정말 이상한 일이었어요. 나뭇잎을 물들인 단풍 색깔이 짙어질수록 곰은 점점 더 피곤해졌습니다. 나뭇잎들이 가을 바람에 흔들려 추는 춤이 요란해질수록 곰은 점점 더 자주 하품이 나왔어요. 곰은 '눈이 올 것 같은데. 어휴, 졸려!' 하고 생각했습니다. 아침이 되어도 곰은 도저히 일어날 수가 없었어요.
그래서 할 수 없이 다른 일꾼들이 곰을 잠자리에서 억지로 끌어 내야만 했답니다. 기계 앞에서 일을 하다가도 곰은 자꾸만 잠이 들어 버렸어요.
그러던 어느 날 공장 감독이 곰에게 달려왔습니다.
"이봐, 당신 때문에 일이 엉망이잖아! 당신처럼 게으름을 피우는 사람은 필요 없으니, 썩 꺼져 버려! 당신은 오늘로 해고야!"
공장 감독은 화가 잔뜩 나서 씩씩거리며 말했어요. 곰은 자기가 들은 말이 믿어지지 않아, 감독의 얼굴을 쳐다보면서 조심스럽게 물었지요.
"해고라고요? 그럼, 아무데나 제가 가고 싶은 곳으로 가도 된다는 말씀인가요? 그리고 아무도 절 붙잡지 않을 거고요?"
"지금 당장 여길 나가! 그리고 다시는 이 근처에 얼씬걸지 말라고! 알아듣겠어?"
공장 감독은 곰에게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습니다. 곰은 공장 감독의 마음이 바뀌기 전에 얼른 자기 짐을 챙겨 가지고 공장 문을 나섰지요.
--- p.27
"저는 곰입니다. 제가 곰이라는 건, 보면 아시잖아요."
곰은 공손하게 말을 꺼냈습니다.
"내가 무얼 보든지, 그건 내 마음이야!"
인사과장은 다짜고짜 크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리고 내 눈에는 곰이 아니라, 면도도 안 한 더러운 게으름뱅이밖에 안 보이는데 무슨 소리야?"
인사과장은 곰을 전무에게 보냈습니다.
전무는 곰 얘기를 벌써 듣고는 화가 잔뜩 나 있었지요. 곰이 전무의 사무실로 들어갔을 때, 전무는 자리에 앉아 부사장과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여기에 게으름을 피우는 일꾼 하나가 와 있습니다. 이 친구 얘기가 자기는 곰이랍니다. 하필이면 곰이라나요? 무척 바쁘신 줄은 압니다만, 부사장님께서 면도도 안 한 이 게으름뱅이 일꾼을 꼭 좀 보셔야 될 것 같은데요."
부사장은 곰의 일을 아주 간단히 처리해 버렸답니다. 부사장은 소리를 지르지도, 투덜거리지도 않았어요. 신문을 읽다가 그 신문을 치우지도 않은 채 곰을 한번 쓰윽 훑어보더니,
"지저분한 놈이로군."
하고 한 마디 했을 뿐이었지요.
부사장은 다른 사람들처럼 '게으름뱅이'라고 말하지 않고 짧게 '놈'이라고 말해 버렸습니다.
"이 놈을 사장님께 데리고 가요. 사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니까."
--- p.12-13
"저는 곰입니다. 제가 곰이라는 건, 보면 아시잖아요."
곰은 공손하게 말을 꺼냈습니다.
"내가 무얼 보든지, 그건 내 마음이야!"
인사과장은 다짜고짜 크게 소리를 질렀습니다.
"그리고 내 눈에는 곰이 아니라, 면도도 안 한 더러운 게으름뱅이밖에 안 보이는데 무슨 소리야?"
인사과장은 곰을 전무에게 보냈습니다.
전무는 곰 얘기를 벌써 듣고는 화가 잔뜩 나 있었지요. 곰이 전무의 사무실로 들어갔을 때, 전무는 자리에 앉아 부사장과 통화를 하고 있었습니다.
"지금 여기에 게으름을 피우는 일꾼 하나가 와 있습니다. 이 친구 얘기가 자기는 곰이랍니다. 하필이면 곰이라나요? 무척 바쁘신 줄은 압니다만, 부사장님께서 면도도 안 한 이 게으름뱅이 일꾼을 꼭 좀 보셔야 될 것 같은데요."
부사장은 곰의 일을 아주 간단히 처리해 버렸답니다. 부사장은 소리를 지르지도, 투덜거리지도 않았어요. 신문을 읽다가 그 신문을 치우지도 않은 채 곰을 한번 쓰윽 훑어보더니,
"지저분한 놈이로군."
하고 한 마디 했을 뿐이었지요.
부사장은 다른 사람들처럼 '게으름뱅이'라고 말하지 않고 짧게 '놈'이라고 말해 버렸습니다.
"이 놈을 사장님께 데리고 가요. 사장님께서 기다리고 계시니까."
--- p.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