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지주인 조 의관은 고루한 봉건 의식의 소유자이며 명분과 형식에 얽매인 구세대의 전형이다. 집안의 크고 작은 제사와 가문의 명예를 키우는 것을 가장 큰 일로 여기는 조 의관은 아들보다 손자인 덕기에게 더 큰 믿음을 가져 집안의 대소사를 의논하고 유산 관리도 덕기에게 맡기려고 한다. 조 의관이 가장 못마땅하게 여기는 아들 조상훈은 집안일에는 무심하고 교회 사업에만 몰두해 집안의 돈을 빼돌리려고 혈안이다. 부친이 가장 중하게 여기는 봉제사를 우상 숭배라고 반대하면서 돌보지 않는다. 인텔리로서 독실한 기독교 신자인 그는 교회를 통해 교육과 사회운동에 큰 뜻을 두고 독립 운동가의 가족을 돌봐준다. 자신이 돌보던 운동가의 딸 홍경애와 관계를 맺어 아이를 낳고는 무책임하게 버린 그는 결국은 축첩과 노름, 그리고 아편에까지 손을 대면서 부친의 재산을 탕진하게 되는 과도기적 인간이다.
덕기는 선량한 성격의 소유자이면서 재산을 후대까지 잘 지키려는 조부와 그에 반하는 아버지와의 틈에서 갈등한다. 덕기는 할아버지나 아버지와는 다른 신세대로서 마르크스주의자인 친구 병화가 하는 일에 심정적으로 동조를 하지만 자신은 법과를 마쳐 판사나 변호사가 되려는 꿈을 지니고 있다. 조 의관은 부인과 사별 후 칠순에 서른을 갓 넘긴 수원집을 후처로 들여 네 살 먹은 딸을 두었다. 수원집과 최 참봉은 조씨 가문의 재산을 가로챌 욕심으로 조 의관을 독살한다. 비소 중독이라는 의사의 말에 부검을 하자는 상훈에게 반대한 집안 어른들 때문에 범인을 찾을 수도 없게 된다. 하지만 조부의 죽음 직전에 일본에서 유학 중이던 덕기가 나타나 유산을 물려받게 되고 수원집과 최 참봉의 계획은 수포가 된다. 자신에게 유산을 물려주지 않은 것에 분노한 상훈은 부친의 유서와 토지문서가 든 금고를 훔쳐 달아나지만 곧 경찰에 붙잡힌다.
한편 상훈에게 버림받았던 홍경애는 술집 여급으로 일하다가 병화를 만나 잡화상을 운영하며 운동가인 이우삼을 돕는다. 그러나 일경의 대대적인 검거로 비밀 조직인 장훈 일파와 경찰의 눈을 속여 왔던 병화와 경애가 검거되고, 덕기도 병화에게 자금을 지원한 혐의로 연행되어 조사를 받는다. 장훈은 조직의 비밀을 위해 음독자살을 한다. 조사는 미궁에 빠지고 덕기와 다른 사람들은 하나 둘 풀려난다. 가짜 형사까지 동원하여 재산을 가로채려던 부친 상훈도 풀려 나온다. 덕기는 할아버지의 공백을 느끼면서 조씨 가문의 유업을 어떻게 이끌어야 하는지 망연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