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나는 두산이 말이라면 무조건 옳다고 하는데 이번엔 좀 다릅니다. 지나가 이렇게 화내는 걸 본 적이 없을 정도입니다. “저 유령 같은 녀석을 뭣 때문에 편드는 거야?” “뭐라고? 유령이라고? 어떻게 친구한테 그런 말을!” “날마다 유령처럼 돌아다니잖아. 근데 가만 보면 너도 좀 그래.” “내가 뭐?” “너는 나를 깜짝깜짝 놀라게 하잖아. 이상한 목걸이, 귀걸이, 팔찌를 주렁주렁 달고 오지를 않나, 아이답지 않게 말도 잘하는 걸 보면 너도 유령이 틀림없어. 앗! 또 한 명 있다!” 그러면서 두산이는 승구를 손으로 가리켰습니다. “쟤는 교실에 있지만 없는 것 같잖아. 분명히 있지만 없는 것같은 아이. 그러니까 쟤도 유령 맞지.” 두산이는 달리기에 지고 나서 승구를 부쩍 미워합니다. 자기가 1등 하지 못한 게 승구 때문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지나야, ADHD 괴물이 뭐야?” 동해의 물음에 지나가 버럭 화를 냅니다. “안동해! 너 두산이 말에 신경도 쓰지 마.” “모르면 모른다고 하면 되지, 왜 화를 내고 그래?” 동해는 지나를 이상한 듯 바라봅니다.--- p.51
“지나야, 거기 들어가려면 어떻게 해야 해?” “유령 클럽에 들어오고 싶은 이유 또는 유령이 되고 싶은 이유를 대 봐.” 지나의 말에 아이들이 잠시 주춤하더니 말합니다. “나는 그냥 유령처럼 살고 싶어. 아무것도 하지 않고, 아무 간섭도 받지 않고. 난 하는 일이 너무 많아서 힘들어 죽겠어.” “난 엄마 아빠가 나를 유령 취급했으면 좋겠어. 엄마 아빠가 나에게 기대하는 게 너무 많아서 부담스러워.” “유령이 되면 시험 같은 것도 안 볼 거 아냐.” “유령이 되면 하고 싶은 대로 살 수 있겠지!” “유령이 되면 자유로울 것 같아. 동해처럼.” “유령이 되면 학교에 안 다녀도 되잖아!” 동해는 아이들이 유령을 좋아하게 돼서 참 다행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살짝 승구에게 말합니다. “난 이제 교실이 좋아졌어. 아이들이 나를 조금 좋아해 주는 것 같아서 기분 좋아.” 동해의 말에 승구가 수줍게 말합니다. “나도 그래, 나도 교실이 낯설지 않아. 아이들이 나에게 말을 걸어 주니까 기분이 참 좋아. 좀 이상하기도 하지만 말이야.” 승구가 웃고 있습니다. 그런데 두산이가 조금 이상합니다. 풀이 팍 죽어 있습니다. 동해는 그런 두산이가 불쌍해 보여 한마디 합니다. “두산아, 너도 우리 유령 클럽 들어오고 싶으면 들어와.” 동해의 말에 두산이의 두 눈이 반짝거립니다. “사실 너도 유령 맞지?” 지나가 묻자, 두산이가 그렇다고 고개를 끄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