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조건과 공동체적 관계가 낳는 구속성을 감안할 때, 나의 욕구는 전적으로 충족될 수 없다. 사소한 일임에도 불구하고 사소함 이상의 고통을 느끼는 것은 바로 이러한 사회적 조건이 지닌 구속성 때문이다. 내가 원하는 모든 일이 전적으로 나에 의해서만 결정되고 실행되는 것이 아니라는 것이다. ‘나의 욕구’는 알게 모르게 ‘타인의 욕구’와 연관되어 있고, 그래서 어느 누구에게나 타인으로 인해 궤도를 수정해야 하는 일이 생겨나곤 한다. 계획을 세우고 실행하는 과정에서 공동체 구성원인 타인과 만나게 되고, 그들이 지닌 서로 다른 욕구로 인해 충돌이 발생한다. 설령 모두가 동일한 욕구를 지니고 있다 하더라도, 자신의 욕구를 충족시키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다 보면 갈등을 피할 수 없다. --- p.5
자아에 대한 자각은 대상의식이 참된 지식인지 아닌지를 나에게서 찾고 나를 반성하는 활동성이다. 이 활동성은 대상에 관한 의식이 참된 의식이라는 근거를 자신에게서 정립하기 때문에, 대상의식은 내가 파악한 ‘자기의식적 활동성’이다. 대상의식의 진리성은 ‘대상의식을 반성하는 자아’인 ‘나에 대한 의식(자기의식)’에 있다. 따라서 대상의식에 대한 반성은 궁극적으로 ‘자기 자신에 대한 반성’이며, 자기를 자각하는 ‘자기의식’이다. 그러므로 자기의식은 자신의 자아에 주어져 있는, 또는 자신의 자아가 지니고 있는 내용에 대한 의식이며, 자아의 내용을 다시 자아로 통일시켜 파악하는 의식이다. --- pp.52~53
공동체에서 나와 타인은 서로의 가치를 대등하게 존중한다. 인간으로 태어난 사람이면 누구나 시간?공간?위계적인 차이를 초월하여 서로의 권리를, 각 개인의 자연법적 기본권과 인간 존엄성을 동일하게, 즉 대등하게 인정받아야 한다. 기본적인 권리와 그에 따른 존엄성이 인정될 때, 사람들은 자기에 대한 존중감과 자존심을 확립하게 된다. 이는 인간이 실현해야 할 목표이면서 동시에 모든 사고와 행위의 근저에 깔려있는 전제이다. 이것이 갖추어질 때 나와 타인이 지닌 생각, 습성, 계획, 목표 등을 동등하게 고려할 여지가 생긴다. 그러므로 상호 인정을 이루려면 기본적으로 ‘대등 욕구’를 이해하고 실현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내가 자유롭듯이 타인도 동등하게 자유롭고, 내가 존엄하듯이 타인도 동등하게 존엄하다. 나와 타인은 동등하게 자유롭고 동등하게 존엄한 평등한 존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