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직업으로서의 만화가를 꿈꾸는 이들에게 이 책에 담긴 인터뷰가 당장의 데뷔 방법, 성공 비법을 말해 주진 못할 것이다. 그보다 중요한 건, 과연 이 직업의 상세한 형태는 어떤 모습인지 좀 더 넓고도 선명하게 보여 주는 것이리라 믿는다. 많은 사람들이 잘 안다고 생각하지만 정작 그 이해도는 너무 낮은 직업 중 하나가 만화가이기에 더더욱 그렇다. 인터뷰라는 형식을 빌리고 있지만 각각의 인터뷰이가 지닌 현재적 맥락을 이해하고 또 독자들에게 전달하기 위해서는 그들의 의도와 별개로 존재하고 해석되는 작품의 의미에 대해 비평적인 입장을 더할 수밖에 없었다. p.8 프롤로그_ 주목 받는 창작 집단으로 성장한 한국의 만화가들
“어떤 사건을 겪을 때 내가 화가 나거나 슬픈 것, 즐거운 것, 그런 감정이 먼저잖아요. 그걸 그대로 만화에 표현하면 그건 일기 같은 거라고 봐요. 하지만 내가 왜 그 감정을 느꼈는지, 이 사건의 총체적인 맥락은 무엇인지 파악해서 그리면 ‘이야기’가 되는 것 같아요.” p.30 일상을 포착하는 만화가만의 시선_ 난다 『어쿠스틱 라이프』
“포커를 할 때 가장 먼저 할 일은 내 앞의 패를 확인하는 거잖아요. 스스로 재능이 없다고 말하는 사람들의 대부분은 마치 내 앞에 최고의 카드패인 로열스트레이트플러쉬가 있어야만 이 게임에 참여할 수 있다는 식이에요. 하지만 실제로 게임에서 그런 경우는 없잖아요. 원페어 패가 나왔으면 그 패로 게임에 참가해서 이기는 법을 찾아봐야죠. 만화에서도 당장 내가 가지고 있는 패가 만화와 연결되는 게 아닐 수 있어요. 그림을 엄청 잘 그리거나 천재적인 스토리텔링을 하는 게 아닐 수 있죠. 하지만 자기가 가진 다른 무언가로 만화에서 승부를 볼 수도 있죠.” p.62 소년이 만화가가 되기까지_ 이종범 『닥터 프로스트』
“애니메이션은 표현되는 과정 자체가 매력이라고 봐요. 변환하는 과정에서 작가의 의도가 계속 들어가야 하거든요. 한 획을 그어도 그 의미와 이유가 있어야 하죠. 빛이나 공기에서도 주인공은 저런 공기에 둘러싸여 있구나, 이런 걸 2D인데도 불구하고 느낄 수가 있죠. 특정한 공간과 분위기 안에서 디테일한 감정이 구체화되고 어떤 미묘한 순간이 만들어지는 거예요.” p.99 순간의 장면이 살아 숨 쉬는 애니메이션의 매력_ 한지원 『생각보다 맑은』
“이 만화를 처음 구성할 때 시다만 겪는 특별한 상황을 말하기보다는 어느 정도 비슷한 범주에 속하는 사람들의 평균 혹은 그 언저리의 경험을 담아내고 싶었어요. 그래서 같은 시대를 사는 사람들이 젊은 노동자로서 겪는 부조리나 그들의 불만족에 대해 시사 프로그램이나 기사를 통해 접하고 그들의 호소를 이해하려고 노력해요. 직업학교에서 현장 실습을 하며 겪는 문제들, 감정 노동의 어려움 같은 것들. 그런 걸 비슷하게 다루려 할 때 결코 실수하지 않았으면 좋겠고요.” p.143 창작활동으로 삶과 마주한 젊은 작가_ 김정연 『혼자를 기르는 법』
“직접적으로 어떤 메시지를 담아내려 했다기보다는 결국 가장 중요한 건 나 자신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어요. 만약 침대에 누워 있던 게 유미가 아닌 웅이었다 해도 마찬가지였을 거예요. 자기 마음속의 게시판을 보고 주인공은 나 자신이라고 하는 장면은 사실 예전부터 구상하던 장면이거든요.” p.175 더 나은 사람이 되길 꿈꾸는 만화가_ 이동건 『유미의 세포들』
“연재할 때 소통만을 염두에 두며 작품을 하긴 어렵다. 작품을 할 땐 기본적으로 첫 번째 독자인 나 자신을 만족시키길 바라고, 두 번째로는 편집자가 반하길 바라고, 마지막으로 독자들이 내 작품을 좋아하길 바란다.” p.214 에필로그_ 자신만의 길을 찾아가는 이 시대의 만화가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