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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의 비너스

자연의 비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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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8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38쪽 | 272g | 130*190*20mm
ISBN13 9791187036586
ISBN10 11870365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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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어난 지 얼마나 되었다고 기껏 얻은 삶도 이내 잃고 말리라. 우리는 모두 두 순간이 있으니, 태어난 순간이 하나요, 죽는 순간이 다른 하나이다. 인생을 그 두 순간 너머로 연장해보려 하나 그 노력은 헛되다. 저 두 순간 사이의 시간을 충실히 살고자 노력한다면 보다 현명한 사람이 될 수 있으리라.
하지만 더 오래 살 수는 없는 법이니, 이기심과 호기심으로 짧은 인생을 보충하고자 한다. 죽어 사라져버린 후 도래할 시간과 태어나기 전에 흘러간 시간을 갖고자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헛된 바람일 뿐! 그런 희망을 품으니 새로운 환상을 갖게 된다. 이 두 시간 중 하나가 다른 것보다 내 것이 아닐까 생각하는 것이다. --- pp.13-14

무한히 풍요로운 자연이여, 한없이 다산多産하는 자연이여, 지나치게 낭비를 하는 것은 아닌가? 우리는 자연이 지나치게 복잡하고 지나치게 낭비하는 게 아니냐고 비난할 수 있을까? 정액 속을 헤엄치는 말도 못할 만큼 많은 작은 동물들 중에 사람이 되는 건 단 하나뿐이다. 아주 드문 일이기는 하지만 수태가 잘되는 여자가 쌍둥이를 낳는 일도 있지만, 세쌍둥이는 정말 드물다. 물론 다른 동물의 암컷은 더 많은 수의 새끼를 배기도 한다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수컷이 분비한 정액 속에 헤엄치고 있었던 동물의 수와 비교해보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러니 얼마나 많은 동물이 죽음을 맞았단 말인가! 너무 쓸모없이 많이 만들어 놨던 것처럼 보이지 않는가!
자연의 영광은 꼭 필요한 만큼만 절약하여 마련하는 것에 있는지, 필요 이상으로 남아돌도록 마련하는 데 있는지 하는 논의는 말도록 하자. 우리가 자연의 의도를 더 잘 알 수 있는지, 더 정확히 말하자면 자연을 주재하는 존재의 의도를 더 잘 알 수 있는지 묻는 문제일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나무나 풀도 똑같은 방식으로 생겨난다는 점을 눈으로 직접 확인할 수 있다. 참나무가 맺는 수천 개의 도토리가 나무 밑에 떨어져 말라비틀어지거나 썩지 않는가. 그중 극소수만 싹을 틔워 나무로 성장하지 않던가! 그런데 그렇더라도 그 수없이 많은 도토리가 쓸모없는 것은 아니지 않은가. 싹을 틔운 씨가 없었다면 아무것도 새로이 만들어지지 않았을 것이고, 결과적으로 세대를 거듭하는 일도 없었을 테니 말이다. --- pp.38-39

사랑을 하는 자는 무엇으로도 행복해진다. 자연의 한결같은 관심은 자손을 퍼뜨리는 것이다. 어느 종이 되었든 똑같은 동기를 불러일으킬 텐데, 모든 종에게 그 동기는 쾌락이다. 인간 종도 쾌락 앞에서는 모든 것을 뛰어넘는다. 두 사람의 마음이 결합하지 못하도록 만드는 숱한 장애물이 있을지라도, 둘이 결합한 후에 숱한 고통을 겪게 될지라도, 쾌락이 있기에 연인은 자연이 부여한 목적에 이르게 된다. ---pp.68-69

부모가 가진 것과 유사성을 가지지 않은 부분들이 이렇게 기이한 방식으로 결합될 때 무모하게도 자연에서 일어나는 모든 경이를 설명하고자 사람은 그를 진정으로 괴물로 볼 것이겠지만 그 자연의 광경을 감탄하는 것으로 그치는 현명한 사람은 그를 아름답게 볼 것이다.
애초에 이러한 출생은 그저 우발적인 것에 불과하다. 몇 세대가 지나거나 다음 세대부터 최초의 종이 회복될 것이고 아이는 아버지와 어머니를 닮는 대신 더 먼 선조를 닮게 된다. 계속 세대를 거듭하는 종족이 종種이 되려면 이 세대가 반드시 여러 차례 거듭되어야 하고, 최초의 특징을 나타내는 데 적합한 부분들은 세대가 지나면서 차츰 수가 적어져 사라져버리거나 아주 적은 수만 남게 되어 다시 최초의 종이 되려면 새로운 우연이 필요할 것이다.
--- pp.138-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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