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바벨탑이 무너진 이래 통역이 시작되었다고 합니다. 그만큼 통역의 역사는 오래되었습니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 통역이 ‘통번역학’이란 학문으로 자리매김 한 것은 불과 50년도 안됩니다. 왜일까요? 전통적으로 우리나라에선 통역이 단순 기술로 치부되어 체계적인 학문 영역으로 성장하지 못했기 때문이지요. 그러나 20세기 국제화 시대로 진입하면서 통번역 시장 규모가 확대되었고, 필요한 통번역 담당자들을 양성하기 위한 체계적이고 전문적인 노력이 있었습니다. 통번역은 이제 학문적으로도 크게 성장하고 있습니다.
한국외국어대학교 통역대학원 창립이래 그간 출간된 국내 통번역 관련 서적을 크게 분류해보면, 1)통번역 전공자들의 연구 학습을 위한 전문 이론서 2)통대 입시문제집이나, 관광 가이드 자격 등 수험생을 위한 학습서 3)명연설 모음집 등으로 구분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막상 전문 통역사가 되려는 것은 아니지만, 중국어 통역을 해보고 싶은 학습자들을 위한 체계적인 통역 교재는 없었습니다. 업무상 필요에 의해, 또는 중국어 통역현장을 간접 경험하고 싶은 독학자들을 위한 통역 훈련 학습교재가 아쉬운 상황이었습니다. 따라서 대학에서 중국어를 전공하는 학생들의 눈높이에 맞춘 적절한 수준의 실용적 목적과 학문적 깊이가 결합된 교재가 필요했습니다. 이 책은 이러한 요구를 만족시키기 위한 목적으로 편찬되었습니다.
이 책은 연구자를 위한 전공서도 아니고, 입시문제집도 아니며, 연설 모음집도 아닙니다. 이 책은 중국어 실력을 갖추었으면서도 중국어 통역을 처음 학습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교재입니다. 학부생이나 일반 학습자를 대상으로, 통역대학원의 전문 통역사 양성 훈련방법을 활용한 통역훈련 교재입니다. 대학에서 통번역이 교과과정으로 개설된 지가 오래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그간 통번역 담당 교수자들은 회의통역을 위한 전문 이론과 훈련에 치중한 탓에, 중국어 실력을 갖추었으면서도 중국어 통역을 처음 학습하고자 하는 이들을 위한 통번역 교재 출간에는 신경 쓸 겨를이 없었던 것도 사실입니다. 다소 늦은 감은 있지만, 사이버외국어대학교의 강의를 계기로, 한국외국어대학교과 통역대학원에서 또 통번역 현장에서 체득한 오랜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어 통역, 나도 해볼까!〉를 집필하였습니다. 이 책은 다음과 같이 구성하였습니다.
1. 전체적인 구성은 통역 훈련방법에 따라 단계적으로 나누었습니다.
구성 순서
통역 훈련방법
1부 통역기초훈련
듣고 따라 하기 (순차)
들으면서 따라 하기, shadowing (동시)
2부 문장구역훈련
읽기&문장구역
3부 삼각 대화 훈련
문장구역&대화통역
4부 순차통역& 노트테이킹 훈련
노트테이킹
문장구역&노트테이킹
노트테이킹이 필요없는 짧은 순차통역
노트테이킹을 필요로 하는 긴 순차통역
각 단계에 따라 통역 훈련방법은 따라 하기, 읽기+문장구역, 문장구역+대화통역, 노트테이킹 등으로 달라집니다. 삼각대화 부분은 통역대학원에서 응용되는 방법은 아니고, 필자가 대화통역이 위주인 일반 통역현장을 고려하여 시도해본 부분입니다.
2. 각 과의 내용은 통역 현장의 느낌을 최대한 반영하여, 통역 현장에서 쓰일 수 있는 연설문이나 대화를 위주로 하였습니다, 정치 경제에서 연예 스포츠에 이르기 까지 다양한 주제를 선별하였습니다. 가급적 최신 문장을 소개하였고, 시간의 선후보다는 좋은 내용을 우선 순위로 하여 선별하였습니다. 유명 연설문이나 대화를 인용 편집하였을 경우 그 출처를 밝혔으며, 출처언급이 없는 경우는 필자가 작성한 문장들입니다.
3. 각 과의 구성은 총2개 텍스트를 활용하여 다음과 같습니다.
통역안내
해당 과의 실습방식과 주제를 언급
통역준비
텍스트1 ( )넣기, 용어정리
텍스트2 ( )넣기, 용어정리
통역실습
텍스트1 단락별 실습과 설명
텍스트2 단락별 실습과 설명
응용실습
텍스트1 핵심단락 다시 말하기(重述)
텍스트2 핵심단락 다시 말하기(重述)
통역연습
총괄연습 및 연습문제
이중 텍스트 ( )넣기는 실습반복이 많은 전반부(1-8과)에는 통역현장의 긴장감을 유지하고자 맨 앞에 배치하였고, 직접 통역으로 들어가는 후반부(10-13과)에는 텍스트 확인용으로 뒤에 배치하였는데, 학습자의 상황을 고려하여 순서를 조절하여 학습해도 좋습니다.
연습문제는 중→한, 한→중 통역 연습 외에, 음성을 듣고 알맞은 통역 선택하기→통역의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TF(true, false)→학습하지 않은 내용을 통역하는 도전문제 등으로 통역훈련 방법에 따라 단계별로 그 유형을 달리하였습니다.
이 책의 본문을 높임말로 쓴 것은 존대어가 발달한 한국어의 개성을 자연스럽게 드러내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한국어의 입말은 존대어가 발달한 개성을 지니고 있는 만큼, 통역 현장의 분위기를 그대로 살리기 위해서 일관되게 존대어를 사용했습니다.
중국이 21세기의 거대 강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이때에 중국어 학습자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중요한 시기임은 새삼 언급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모쪼록 이 책이 중한 한중 통역을 학습하고자 하는 분들께도 많은 사랑을 받았으면 좋겠습니다. 이 책에 인용한 연설문의 경우 여러 제약으로 인해 그 연설자들께 일일이 허락을 구하지 못한 점을 양해바랍니다. 좋은 글이 이 책을 통해서 더 많은 독자에게 소개된다는 마음으로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끝으로 이 책이 나오기 까지 애써준 김목화 홍인철 두 조교와 음성녹음을 위해 애써준 左維剛 同學에게도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아울러 이 책의 탈고와 더불어 들려온 조교의 대기업 취업소식과 左維剛 同學의 외국인 교수 채용 소식은 저를 더욱 즐겁게 합니다.
2012년 2월
문 영 란
--- 「저자의 말」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