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상수 1962년생이다. 어려서부터 소설과 영화 연극을 즐겼다. 고등학생 때 영화감독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대학에서는 사회학을 공부하며 사진을 좀 찍었다. 박종원, 임권택, 김영빈 감독 밑에서 조수 생활을 했다. <처녀들의 저녁식사>(1998)를 직접 써서 감독 데뷔하기까지 시나리오를 써서 밥을 먹었다. <영원한 제국> 각색에 참여했고 <주목할 만한 영화>로 영화진흥공사 시나리오상을 받기도 했다. 이후 <눈물>(2000), <바람난 가족>(2003), <그때 그 사람들>(2005)을 모두 직접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했다.
주인공은 서영작이라는 33살의 신인 감독이다. 아직 독신으로 윤경이라는 연극 연출가와 자유로운 동거 생활을 해왔다. 자유로운 동거 생활이란 서로 부담을 주지 않고 싫증나면 언제라도 헤어지는 그런 관계다. 이들은 이를 ‘성적 교우 관계의 자유’라고 한다. 물론 가난하다. 월부로 산 컴퓨터의 부금을 내지 못해서 반납당할 만큼 궁핍하다. 영화 청년 시절에는 썩 괜찮은 단편영화를 몇 편 만들어 평가를 받았고 조감독 생활도 할 만큼 했다. 이제 대망의 감독 데뷔를 하게 되는 것인데 그 데뷔 작품이 자신이 직접 시나리오를 쓴 이 <주목할 만한 영화>이다. 그런데 영작은 처음부터 자기 작품에 회의를 느낀다. 젊은 날 순수한 열정을 지녔던 좋은 영화감독의 꿈이 한 편의 싸구려 상업 영화를 찍는 것으로 전락했다고 느끼고 있다. 그가 찍고 있는 영화의 주인공은 정보석이 연기하는 젊은 영화감독이다. 자유로운 예술가이며 카리스마를 갖춘 현장 지휘자이고 톱스타들의 친구이고 부와 명예를 두루 갖추고 있으며 뭇 여성의 선망이 되는 독신 남자. 이를테면 누구라도 부러워 할, 그러나 실은 허황하기 짝이 없는 캐릭터이다. 그렇고 그런 삼류 영화를 찍고 있는 것이다.
영작 자신의 의지와는 동떨어진 화려한 영화감독을 등장시켜 영화를 찍고 있는 것이다. 작가는 이를 “냉정한 현실을 쫓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한다.
그러나 작품 속의 이 허황한 주인공은 영작 자신으로 바뀌게 된다. 영화 내용도 실제 촬영 현장에서 일어난 사건으로 바뀐다. 촬영이 상당히 진행된 상태에서 새로 시작하는 것이다. 그 계기는 촬영 중에 일어난 뜻밖의 사고로 나이 어린 스태프가 죽는 데서 비롯된다. 저수지 촬영에서 비용을 아끼기 위해 비싼 잠수부 대신 물에 들어간 젊은 스태프가 감전사고로 죽는 것인데 이런 사고는 원칙을 무시하는 열악한 영화 현장의 전형적인 사고다.
이 사건의 처리 또한 영화계 현실을 잘 설명한다. 제작자측은 젊은 스태프의 사고사를 확대 해석해서 영화 선전에 이용하려 든다. 돈 봉투를 받은 기자들은 제작자의 뜻대로 미화해서 영화를 위한 순직으로 대서특필한다. 정작 피해자 가족에게는 마지못해 최소한의 보상으로 마무리한다. 아무도 책임지는 사람이 없다. 분개한 젊은 스태프 사이에 싸움이 벌어지고 이탈자가 생긴다. 배우도 가버리고 조감독도 돌아서 버린다. 감독 자신도 자책감 절망감으로 방황한다. 제작자는 이런 감독을 제쳐 버리고 대리감독을 내세워 마무리하려 한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대충 만들어서 본전이라도 건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 영화의 결말을 주인공 영작이 위기를 극복하고 자신의 영화를 완성하는 것으로 정리된다. 그는 제작자와 그를 따르는 스태프의 대충 만들기에 대항하여 세트를 부수는 등 난동을 부리다가 중상을 입기도 하지만 결국 자신의 힘으로 마지막 촬영을 끝낸다. 여기에는 연지라는 여자 조감독의 힘이 크게 작용한다. 중상으로 자포자기 상태인 영작에게 연지는 용기를 불어넣어 주고 앰뷸런스에 실어 촬영장으로 끌고 가는 것이다.
영화계 있는 현실을 그대로 영화화한다는 작품 속 감독의 주장처럼 이 시나리오는 오늘의 어려운 영화계의 현실을 고통스런 눈으로 그러나 애정을 담아 그리고 있다. 이런 시각으로 해서 우리 영화계는 한 발씩 후진성을 벗어날 수 있을 것임에 틀림없다. 기존의 틀에서 벗어나려는 젊은 영화인들의 안타까운 몸짓이 선연히 드러나는 작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