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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어느 늦은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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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어느 늦은 밤

[ EPUB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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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2년 04월 3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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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1.90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17.4만자, 약 5.6만 단어, A4 약 110쪽?
ISBN13 97911878583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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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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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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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생 하나 손보지도 못하면서, 말로만 행동이고 나발이냐? 말로는 못하는 게 없지? 이 입만 나불대는 쥐새끼야.”
나는 무릎을 꿇은 채 고개를 숙였다. 그제야 통증이 찾아왔다. 턱관절이 얼얼했고 침이 턱 밑으로 떨어졌다. 나는 무릎에 떨어지는 침방울들을 보며 이세종이 새삼스레 면전에서 나를 모욕하는 이유를 생각했다. 이세종의 말은 내가 아니라 기표와 다윗을 겨냥하고 있었다. 말로만 떠드는 것이 얼마나 비굴한 짓인지 이세종은 기표와 다윗에게 가르치려 했다.
“너도 정신 차리고 공부나 해라. 양복 입고 사장놈들 똥구멍이나 핥아. 행동은 우리가 할 테니까.”
이세종이 기표와 다윗과 병수를 데리고 골목 밖으로 사라졌다. (……) 나는 외로웠다. 이세종은 애초부터 자신의 계획에 나를 포함시킬 생각이 없었다. 나는 비굴한 쥐새끼였다. 이세종은 가볍게 손을 뻗어 내 절반의 자아를 무너뜨렸고, 상도동의 친구들에게 가는 길을 봉쇄했다. 그때 이세종의 가슴속에는 무엇이 꿈틀거리고 있었을까. 나는 그것이 결단이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술집에서 기표가 재수생들에게 시비를 걸었을 때, 마지막 잔을 탁자에 내려놓을 때, 재수생의 목에 깨진 소주병을 겨눌 때, 이세종의 표정에는 고통스런 결단의 흔적이 없었다. 이세종은 쾌감을 느끼는 표정이었다. --- 본문 중에서

나는 엉망으로 지쳐 있었다. 내 사소한 불행을 시대의 불행으로 비약시키면서도, 그게 엄살이라는 사실을 깨닫지 못했다. 나는 아이스커피를 마시며 돌파구를 생각했다. 출구가 닫힌 세상에서, 문밖은 죽음뿐이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지만 기표와 다윗의 돌파구를 계속 생각했다. 그때 나는 지치고 충동적이었다.
나는 워크맨으로 서태지의 [환상 속의 그대]를 들었다. 나는 이 노래가 아직 학교에 남아 잔디밭을 어슬렁거리는 혁명가들, 머지않아 386이라 불리게 될 80년대 운동권의 마지막 세대들에게 바치는 헌정곡이라 생각했다. 환상 속에 그대가 있다, 모든 것이 이제 다 무너지고 있어도, 환상 속에 아직 그대가 있다. 모든 것이 무너지고 있었다. 사회주의가 붕괴하고 냉전이 끝나고, 천년왕국이 올 거라는 믿음이 환상으로 판명되었다. 이 폐허와, 폐허 위에서 떠오르는 새 세상을 직시해야 했다. 냉전시대에 세계는 두 편으로 나뉘어 가면놀이를 했다. 싸우는 척했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사정권 밖에서 으르렁거리는 게임이었다. 이제 세계는 가면을 벗었다. 나는 세계가 보스니아 내전처럼 맨얼굴로 진짜 싸움을 시작할 거라고 생각했다. 이세종의 싸움도 그런 것이다. 그가 내 내 친구들을 데리고 무슨 짓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지만, 최소한 가면을 벗고 맨얼굴로 진짜 목소리를 낼 거라고는 생각했다. --- 본문 중에서

“비꼬지 마, 새끼야. 난 지금 진지해. 살아오면서 이렇게 진지한 적이 없어. 나는 상상도 하지 못한 걸 배웠어. 아니 예전부터 알고는 있었는데, 그게 이상한 거라는 걸 깨달았다. 생각해봐. 경찰은 요즘 한국병이 어쩌고 신한국이 어쩌고 하면서 사회 기강을 잡겠다고 난리를 치잖아. 하지만 진짜 무서운 건 사회 혼란이 아니야. 조폭이나 도둑놈들이 아니라고. 오히려 사회 혼란을 욕하는 놈들이 무서운 거야. 집에선 가족들한테 잘하고 사람들한테 인정도 베풀고 소년 소녀 가장 돕기에 기부금도 척척 내는 놈들이 말이야, 회사에 가면 한 푼이라도 더 챙기려고 아랫놈들 닦달하고 빽 없는 직원들만 자르고 부정부패를 저질러. 부동산 장사를 해서 떼돈을 벌고 자식 놈들은 오렌지족이 되고. 그게 당연한 건줄 알아. 이런 게 무서운 거야.”
“세종이 형한테 배운 거냐?”
“그래. 대장한테 배웠다. 대장한테만 배운 건 아니고 우리끼리 얘기하고 신문도 보면서 알아냈다. 의지만 있으면 알 수 있는 문제야.”
“말끝마다 의지, 의지 하는데, 그 의지 가지고 뭘 할 거냐?”
“괴물 같은 세상에선 누군가 괴물이 돼야 돼. 유전무죄, 무전유죄, 알지? 괴물이 되는 것밖에는 길이 없어. 괴물한테는 모든 게 다 허용돼 있어. 사람도 죽일 수 있어. 어쩔 수 없는 희생이지. 우리가 졸부나 오렌지족 뱃살에 두려움을 박아 넣을 때, 그때 세상이 바뀌는 거다. 니가 예전에 말했듯이 지강헌이 얼마나 세상을 많이 바꿔놨냐? 우리도 그 길을 따르는 거야.”
“니들이 뭔데?”
“우리는 선택받은 사람들이야.”
그 말은 농담이 아니었다. 다윗은 몇 겹의 신념으로 자신의 죄의식을 둘러싸 질식시켜버렸다. 나는 그 신념을 깰 언어를 찾지 못했다. --- 본문 중에서

“야 이 새끼야. 나도 무서워. 내가 무서운 게 뭔지 알아? 칼 맞고 총 맞는 게 무서운 게 아냐. 우리가 이렇게까지 개지랄을 떠는데, 날마다 지옥 불구덩이에 떨어져서 온몸을 지지는데, 까맣게 잊힌다는 게 무서워. 우리가 아무것도 아닌 게 무서워. 그 생각만 하면 잠이 안 와. 그 생각을 하면 끝도 없는 구멍으로 떨어지는 거 같아. 으깨질 순간만 기다리면서 허공 속에 계속 떠 있는 거 같단 말이야. 지강헌처럼 사람들이 우리를 기억했으면 좋겠어. 악마로라도 기억했으면 좋겠다고.”
다윗이 등을 돌렸다. 지팡이를 끌며 문으로 다가갔다. 나는 소리쳤다.
“니가 왜 선택받은 인간이 아닌지 알려주지. 니가 죽인 사람들을 봐. 이 개새끼야, 눈이 있으면 좀 보라고! 그 사람들이 부자들이냐? 오렌지족이야? 여공이 무슨 잘못이 있냐? 걔 월급이 얼마나 되겠냐? 우리보다 더 불쌍한 애잖아. 병수는 또 무슨 잘못이 있어? 걘 부모한테도 버림받은 애잖아. 너밖에 의지할 사람이 없는 애. 넌 그런 사람들을 죽였어. 그래놓고 뭐? 죽일 수 있는 의지? 넌 빌어먹을 의지를 그런 데에다 썼어. 너랑 기표랑 세종이 형은 눈물도 피도 없는 살인마일 뿐이야!”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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